막강 심평원에 초라해진 공단
- 데일리팜
- 2009-04-27 06: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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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간의 기싸움이 또 재현됐다. 이번에는 이사장과 원장이라는 양 최고 책임자간의 양보하기 어려운 설전으로 비화됐다. 양 기관장은 그래도 그동안 어투만이라도 점잖게 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속내들을 적나하게 드러낸 것이 지금까지 제각각 숨은 날을 갈아 왔음을 확실히 느끼게 했다. 양 기관장은 더 이상 체면 차릴 여가가 없는 듯 한 양상으로 공방을 벌였다. 심평원장이 그간 짓눌렸던 공단의 선제 공세에 내놓고 정면으로 맞받아치고 나섰다면 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단 하루를 넘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정면 응수하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전례가 드물게 전개된 신속하면서도 강도가 높은 설전이고 공방전이다.
심평원 송재성 원장은 mbn뉴스 대담에서 보험공단 이사장의 선 행보에 선을 분명히 그으면서 한마디로 약가 일원화 주장을 일축했다. '제약사는 약값을 자기가 결정하기를 원한다'는 전제를 깔고 '재정을 아껴야 하는 공단도 약가결정을 맡기를 원한다'고 언급한 것은 누가봐도 공단의 권위에 대한 도전적 발언이다. 제약사들과 보험공단을 같은 연장선장으로 놓고 비교한 것 자체가 그렇다. 쉽게 말해 보험공단도 제약사들처럼 자기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을 한다고 정면 비판한 발언이다. 공식석상에서의 발언치고는 대단히 농도가 짙다. 송 원장은 나아가 심평원이 공단과 별도로 있어야 할 '존재의미'를 분명히 각인시키는 발언까지 치고 나갔다. '한쪽이 (약가를) 결정하면 불공정할 수 있다'고 한 표현이나 '심평원이 중립적 견지에서 경제성평가를 통해 정하도록 법에 되어 있다'고 한 발언 등은 심평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엄정하게 선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전문성에서는 보험공단 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은 그러자 이튿날 공단 조찬간담회에서 비켜가지 않았다. 송원장의 발언에 대해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뼈가 있는 일침으로 응수했다. 결코 양보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는 추가적인 공격발언이라고 봐야 한다. 오죽하면 송 원장의 발언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볼멘소리까지 해댔다. 또한 정 이사장은 국민들이 낸 보험료를 갖고 심평원이 운영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보험료의 징수·관리 주체가 공단이니 심평원은 그 범주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와 다름이 없다. 나아가 '제약사 편에서 심평원이 약가를 중재해야 한다는 얘기로 비춰진다'는 언급까지 해 더 이상 오버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탰다. '국민들 편에서 좋은 약을 가장 싸게 공급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최우선 과제'라고 한 것이 이런 강경한 입장을 뒷받침 한다.
보험공단과 심평원은 사실 한 뿌리다. 업무적으로 긴밀한 보완관계에 있으면서 상호 협력해야 할 기관이다. 양 기관이 업무관장을 놓고 티격태격 다투는 모양새는 결코 보기에도 좋지 않고 맞지 않다는 것이다. 보험공단이 국민들의 혈세나 다름없는 보험료를 철저하게 관리하게 위해서는 심평원의 심사·평가 업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심평원의 주력 업무는 병·의원 및 약국 등 요양기관들의 보험청구를 심사·평가하는데 맞춰져 있다. 심평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보험공단이 지출관리를 타이트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2000년 심평원이 출범한 이후 공단과의 업무 중복성 문제가 간간히 제기돼 왔지만 그런대로 이 같은 업무협조가 잘 이뤄져 왔다고 본다.
그런데 심평원은 심사·평가 업무를 하면서 의료기관들에게는 일면 '저승사자'로 비유될 정도의 기관으로 위상이 커졌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진료비 확인심사 기능까지 하면서 요양기관들은 심평원의 감시·감독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애초 요양기관들은 심평원의 독립 이전에 진료비 및 보험청구의 심사·평가 독립성을 요구해 왔다. 가입자(국민)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공단의 그늘을 그나마 벗어나야 했기 때문임의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요양기관들에게는 강력한 권력기관이 하나 더 생긴 셈이 됐다. 심평원이 신의료 기술, 치료재료, 약제 등의 건강보험 적용여부에서 나아가 이들 항목의 금액에 대한 경제성 평가와 적용여부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것은 막강한 권력 그 이상이다. 비록 복지부가 최종결정은 한다고 하지만 심평원이 일은 다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제 말고도 신의료 기술과 치료재료는 요양기관은 물론 관련업체들에게 이권이 많이 걸린 분야다.
약제 분야는 지난 2006년 연말 포지티브제 시행을 기점으로 심평원을 막강한 파워기관으로 거듭나게 하는데 중요하게 일조했다. 반면 제약사들에게는 심평원이 또 다른 저승사자로 다가왔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등장과 함께 보험등재 의약품의 전면 가지치기를 주도하게 된 심평원은 그야말로 보험공단 이상의 파워기관으로 비상했다. 나아가 작년 10월 가동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시스템으로 의약품의 생산, 공급, 구입, 사용, 제품정보 등의 모든 내역들이 한곳에 집적·관리되기 시작하면서 심평원은 명실공히 제약사, 도매상, 의료기관, 약국을 총 망라한 정보의 총아 기관으로 거듭났다. 이들 정보에 대한 수집, 조사, 가공, 이용 및 제공 등의 업무권한을 갖고 가는 것은 의약품 생산-제조-유통 전 과정을 발가벗겨 놓고 바라보면서 여차하면 생사여탈권을 갖고 가는 시스템과 매 한가지다. 여기에 2단계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이 조만간 시행되면 의료기관들을 본의든 아니든 처방정보에서 강력한 헤게모니로 또 한번 거머쥔다.
반면 보험공단은 연일 강경 노조 문제로 국민들에게 안 좋게 비춰져 온 것이 사실이다. 보험공단의 사업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사건이 되면서 인력 구조조정은 늘 화제의 이슈가 됐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과거 의료보험연합회의 심사·평가 업무가 독립된 것은 실질적으로 엄정한 심사·평가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노조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을 정도다. 결국 보험공단은 정부 내에서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강력한 권한을 가질 만한 기관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한 인정을 상당부분 잃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단 고위직 내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니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심평원과의 관계 재정립을 위해서는 공단의 뼈를 깎는 개혁과 혁신이 반드시 담보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그럼에도 공단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싶다. 최우선적으로 국민들에게 합당한 시스템을 정립하는 것이 물론 골자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가 공보험을 근간으로 한 사회보험체제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는 보험자와 심사평가기구가 분리돼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이라는 신약의 약가결정 구조의 이원화 문제를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넓은 틀에서 보면 심사평가 기구가 보험자 보다 더 많은 파워를 행사하는 것이 아무래도 맞지 않다. 그 작은 예가 약가결정 구조인 것이다. 제2기 약제급여평가위원 구성을 놓고 가입자 단체들의 비판은 여전하다. 반대로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의 가시 돋친 원성이 자자하고 앞으로 남은 본평가가 더 걱정이다. 심평원의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반증이다. 공단의 마스터 키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단은 마스터 키를 쥐고 심평원은 보조키를 행사하는 것이 원론적으로 맞다. 그것이 국민들에게 합당한 양 기관의 협력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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