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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로 해석된 리베이트

  • 데일리팜
  • 2009-05-18 06:24:40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베이트 과징금 처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혼란스럽다. 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와 제약업계의 손을 번갈아 들어주고 있으니 좋은 말로는 케이스별 판단이지만 나쁜 말로는 일관성이 없다. 그것도 같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제약업계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당연히 헷갈릴 수밖에 없게 됐다. 최근 판결이 내려진 한미약품을 포함해 유한양행, 일성신약, 녹십자 등 4개 업체는 일부 승소한 반면 동아제약과 중외제약은 패소판결을 받은 상태다. 이들 업체 중 2개 업체는 각각 패소와 일부 승소에 대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공정위는 일부 패소에 대해 역시 상고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리베이트 성격 논쟁은 대법원으로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대법원이라고 해도 절대적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따라서 우리는 제약업체의 희비가 엇갈린 것을 논제로 삼기 보다는 리베이트 과징금에 대한 처분 자체가 이 시점에서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대법원 판결조차 절대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로 리베이트를 근절시킬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을 정부나 법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과징금 부과나 그 금액의 규모가 고무줄 잣대로 운영되면 과징금 처분의 실효성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사례별로 얼마간 해석이 다를 수는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보면 리베이트에 대한 정의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다는 것을 법원 스스로 내어 보이는 꼴이다. 당연히 공정위의 모양새는 더 우스워진다.

핵심 쟁점은 부당고액유인행위이다. 법원은 재판매가격유지행위와 구속조건부거래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공정위의 입장에 섰지만 부당고객유인행위 만큼은 소송에 나선 6개 업체 중 무려 4개 업체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3개 업체나 이 같은 판결을 내린 행정7부는 행운의 문으로 통하고 있는 반면 2개 업체에 패소 판결을 내린 행정6부는 불운의 상징으로 비유된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문만 잘 선택하면 된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이니 해석이 고무줄로 인식되는 분위기에서 인지상정 나올법한 얘기다. 판결의 불신 신호에 다름 아니다. 결국 부당고객유인행위를 놓고 리베이트의 성격이 사건별로 달라지는 것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자정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공정위는 제약사 조사에서 리베이트 제공을 엄정하게 부당고객유인행위라고 규정지었다. 리베이트 범주에는 현금 및 상품권 지원, 골프 접대 및 여행경비 지원 등의 8가지 세세한 항목이 적시됐다. 하지만 법원은 녹십자가 제기한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골프 및 유흥비 접대에 대해서는 부당고객유인행위가 아니라는 의외의 판결을 내렸다. 현금이나 상품권은 리베이트성으로 봤지만 골프와 유흥비 접대는 정당한 영업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으로 본 것이다. 골프 및 식사접대 항목을 리베이트로 규정한 공정위의 시각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동일한 사안임에도 이 규정에 의해 과징금 처분을 받은 다른 업체들은 억울하다. 사실 골프 및 식사접대는 일반적인 영업행위로 통한다. 회계상 접대비 항목에 들어간다면 세무적으로 문제될 것도 없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할 것은 과징금 산정방식이다. 부당고객유인행위가 본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했든 안했든 그것은 중요치 않다. 이를 구분하려는 의도 자체가 옳지 않다. 아울러 지속성이냐 비지속성이냐의 문제도 마찬가지고 다빈도인지 아닌지와 정품인지 견본품인지 역시 그런 범주다. 이를 리베이트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고무줄 판단의 여지를 두는 것이다. 다만 '관련매출액'의 경우는 법원의 판단대로 개개의 거래처에 대한 매출액만으로 산정해 과징금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대가성도 없는 매출 부분을 해당 조사기간이라고 해서 모두 합산한다면 억울한 처사다. 이 기준에 의거한 한미약품의 과징금 감액은 차후의 기준이 될 만한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법원이 합리적 판단을 했다고 본다.

부당고객유인행위는 공정거래법을 해석해 보면 부당하거나 과다한 이익을 제공해 고객을 유인하는 '호객형', 경쟁 사업자 보다 유리한 것처럼 고객을 호도하는 '위계형' 내지 '기만형'으로 나뉜다. 제약사들은 이 유형의 중심에 리베이트가 걸쳐져 있다고 철저히 의심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리베이트가 이들 불공정행위의 주요 수단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리베이트라는 용어 자체의 해석과 적용이 불문명한 것은 우선 해결해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래야만 리베이트를 통한 부당고객유인행위를 처벌하는데 대해 관련업계의 이의신청이나 소송이 없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 관련 내용이 명시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리베이트에 관한한 포괄적 적용만 가능케 돼 있을 뿐이다.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공정위의 칼날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사를 집중 타깃으로 한 1~2차 조사에 이어 지금은 외자제약사를 조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제검찰 공정위가 범법행위를 엄정히 조사해 과징금 단죄를 내리는 것은 고유 업무인 만큼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겠다. 하지만 공정위는 법원에서 엇갈린 판결들이 나오는 것만큼은 반드시 예단하고 봐야 한다. 특히 리베이트를 부당고객유인행위로 어느 선까지 적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진행해주길 기대한다. 법원 또한 사안마다 케이스별 판단을 내릴 것이 아니라 많은 사례가 통합된 큰 의제를 만든 뒤 판결을 내려야 한다. 지금 같은 식이면 공정위와 법원이 리베이트를 조장할 여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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