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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성악가 꿈, 약사되고 이뤘어요"

  • 김정주
  • 2009-06-25 06:25:28
  • 성악콩쿨 아마추어 대상 김용곤 약사

약국을 경영하면서 지역 콩쿨대회에서 연이어 두번을 수상하고, 게다가 대상을 거머쥔 매우 보기드문 '행운의 약사'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 13일 제7회 엄정행 전국성악콩쿨 아마추어 부문 대상을 거머쥔 경북 경산시 인과원약국의 김용곤(삼육약대·48) 약사다.

약국을 하느라 잊었던 성악의 꿈을 늦깍이로 이룬 김용곤 약사의 노래인생 풀 스토리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약대에 진학해 부부약사로 착실하게 약국을 꾸려온 지도 어느덧 17여 년. 대학가요제에 한 번 나가보는 것이 꿈이었던 고교시절이 있기는 했나 싶은 여느처럼의 약국 일상이었다.

난데 없이 아내 권계자(영남약대·44) 약사가 지역 신문에 난 오페라교실 수강생 모집 광고를 권하며 "당신 좋아하는 노래 한 번 해보라"고 떠밀었던 것.

대학시절 대학가요제 출전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교내 단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고 교외 민간 합창단 V.O.P에 4년 간 활동한 바 있던 김 약사의 꿈과 재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내 권 약사였다.

"아내의 권유 덕분에 3개월 간 오페라교실을 수강하게 됐어요. 이후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오페라 실연까지 모두 끝내는 행운까지 얻었지요. 꿈 같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성악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는 김 약사는 여기에 만족치 않고 독학으로 꾸준히 실력을 연마했다.

그러나 약국을 비울 수 없는 여건이라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공감하는 이들을 만나고 이들에게 인터넷 댓글로 조언을 받는 것을 레슨으로 대신해야 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성악가들의 짧은 동영상을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계속 반복해 보는 일이 일상이 될 정도로 인터넷은 제 성악의 스승이 됐지요."

연습공간은 약국을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약국에서 새벽까지 혼자 남아 노래연습을 하다가 결국 이전까지 했다고.

"새벽 1시반이 넘은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노래연습을 했는데 윗층 분이 전화를 해 '그집 성악 전공하는 사람 있냐'고 하더라고요. 너무 미안해서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요. 하하."

그렇게 독학의 열정을 불태우던 김 약사는 지난해, 용기를 내어 제6회 엄정행 전국성악콩쿨 아마추어 부문에 출전하자마자 덜컥 4위에 해당하는 우수상을 타게 됐다고.

김 약사의 아마추어 성악가로서의 서막이 오른 일대기적 사건인 셈이다. 게다가 올해 같은 대회 출전해 대상까지 거머쥐게 됐으니, 이는 결코 우연일 리 없다.

아마추어인 만큼 대회출전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내 마음의 강물'을 불렀어요. 아침 10시에 콩쿨이 시작됐는데, 이 곡은 고음이 여러 번 나와 특히 아침 시간 대에 테너가 부르기 곤혹스러웠지요."

여기에 수많은 관객들이 객석을 메우니 마인드 컨트롤 하기도 쉽지 않아 한 번 흥분하게 되면 가사까지 까먹기 십상이라고.

"긴장을 풀기 위해 '내 노래를 듣는 이들은 전부 유치원생이다' '아무도 없다'를 속으로 얼마나 되뇌였는지 몰라요. 이번 대회에서는 다행히도 제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해 많이 떨지는 않았어요."

클래식 중에서도 오페라 아리아를 좋아해 '오페라 소년'으로 불리는 김 약사는 대학 동기들을 만나 어쩌다 노래방에서 가요를 부르려 할 때면 친구들이 "너는 클래식을 지켜라"며 말리는 익살을 피우기도 한다고.

김용곤 약사의 부모님. 김 약사는 가족의 후원에 감사를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 약사가 감사하는 것은 가족이다.

못다 이룬 노래의 꿈을 위해 묵묵히 뒤에서 후원하는 아내와 항상 콩쿨이나 공연이 있을 때 운전해 주시는 날카로운 비평가 아버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김 약사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어머니가 편찮으세요. 그런데 지난해 콩쿨에 나가 상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해주셨어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사실 올해에도 출전한 것이랍니다."

김 약사는 다음달 중순에 서울에서 열릴 라벨라 오페라단 주최 오페라 콩쿨에도 출전할 계획이란다. 김용곤 약사의 '아마추어 성악가 성공기'가 계속 기대되는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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