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전방위 압박…제약업계 사면초가
- 허현아·이현주
- 2009-06-29 06:50:02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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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규제 의지 확고…불리한 언론 폭로 위기감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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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기업부터 부당거래 척결에 용기있게 나서 달라"(노길상 복지부 보건이료정책관, 6월 12일 제약협회 주최 유통 투명화 영업총수 간담회에서)
"그동안 반칙으로 승승장구했다면 이제는 반칙을 접고 새롭게 도약할 때다"(이태근 보험약제과장, 6월 12일 제약협 주최 유통 투명화 영업총수 간담회에서)
최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 의약 행정의 요직을 차지한 인사들이 각종 공식 행사에서 우회어법과 직설화법을 동원해 리베이트 척결 의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처럼 반복적인 메시지들이 제약산업의 '필요악'으로 존재해 왔던 '리베이트' 문화를 뒤집을 단초가 될 것인지 촉각을 세우면서도 그간 일말의 시도가 구호에 그쳤던 관행에 비춰 '사정의 칼날'을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추진되고 있는 법 제도적 정비 작업, 전례없이 의약산업의 부정관행에 골몰하고 있는 시사고발 프로그램, 공정위나 복지부 차원의 전방위 조사 바람, 악화된 국민 여론을 보면 상황은 예전처럼 녹록하지 않다.
먼저 부당거래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정부나 업계 모두 입에 올리기를 터부시했던 '리베이트'라는 주제를 공론화하는 흐름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복지부는 강력한 약제비 절감 정책의 맥락 속에서 유통문란 의약품의 가격을 최대 44%까지 직권인하하는 제도로 이 문제를 논의의 장에 끌어올렸다.
현행법상 강력한 쌍벌죄가 성립하지 않는 상태에서 받는 쪽의 근절 동기를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 시기를 기다리지 않은 채 직접적인 제약사 패널티 쪽으로 고삐를 조였다.
현행법상 리베이트 정황이 적발된 제약, 도매업체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과징금, 판매정지나 업무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리베이트를 수수한 약사는 자격정지 2개월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김희철 박은수 원희목 의원이 의약사 '면허정지 1년'을 골자로 각각 발의한 개정법안 처리 여부에 따라 쌍벌 조항은 더욱 강화될 여지가 남아있다.
부당거래 색출기법 정교화…회피 두뇌싸움도 대비

의약품정보센터의 첫 현지확인 조사는 강력한 리베이트 처벌을 위한 법적 장치가 완비되지 않은 과도기에서 진행된 것인데다 중소 규모 요양기관과 업체 27곳을 대상으로 실시돼 파급영향을 축소하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첫 적발 규모가 조사 대상의 30%에 달해 업계에 미칠 심리적 정서적 압박감은 만만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월별로 모든 의약품의 공급보고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정보센터가 첫 조사를 발판으로 조사기법과 부당거래 색출 모형을 보다 정교화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향후 감시망으로서의 기능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25~26일 도매협회 주최한 제2차 확대이사회 및 현안 워크숍에서는 이같은 분위기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이날 '도매업계의 발전방향'을 주제로 강의한 최유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은 "요즘 의약품 유통정보를 시원찮게 관리하지 않는다"며 "관리가 부실한 제약사와는 거래를 정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후속 조사의 강도와 방향을 암시했다.
"거래 관리 허술하면 다 걸린다"…고강도 조사 예고
최 센터장의 발언은 주 거래 제약사와 도매, 요양기관간 어느 한 쪽의 관리부실만 드러나도 모두 엮어들어갈 수 없는 정보사슬이 구축되어 있는데다, 조사 대상 선별 모델이 심화 단계를 밟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복지부는 시범 운영 성격의 첫 현지조사에서 리베이트 조사대상 선별 기법인 데이터마이닝 모델의 실효성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고 보고, 추가적인 선별 모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정보센터가 최근 공개한 유통부조리 현지조사 지원 지침에 따르면 현재 단계의 데이터마이닝 모델은 ▲불성실 보고 업체 판별 ▲품목변경 이상징후 인지 ▲의약품 거래수량 오류 감지 ▲대체·가공청구 기관 색출 모델 등을 탑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수입실적 및 공급내역 보고를 기피하거나 허위로 보고하는 등 보고오류가 빈번한 기관, 실구입 신고가격과 실제 거래 가격이 다른 기관 등을 걸러내고 제보나 민원이 잦은 기관도 조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선별 모델은 여기서 더 나아가 정보센터의 방대한 유통자료에 기반해 통계 추세지표 등을 보완한 부당거래 색출 모형으로 심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 일환으로 ▲의약품 부당 유통 네트워크 탐색 ▲독·과점 공급업체 색출 ▲거래 이상 징후 탐지모델 등을 추가 보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와함께 적발 기법 노출에 따른 회피모형 개발에 대비해 추가 적발모델 개발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쫓기는 기술적 두뇌싸움까지 염두에 둔 흔적이 엿보인다.

이같은 분위기 때문일까. "너무하다"는 피해의식이 팽배했던 제약업계 내부에서도 제약협회가 리베이트에 연루된 회원사를 단죄하고 나서는 등 “끊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KBS 시사기획 '쌈'을 시작으로 재점화된 내부고발 사태는 향후에도 사회적인 측면에서 업계를 벼랑으로 내몰 시한폭탄에 다름 아니다.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분위기를 두고 "연일 터지는 언론 보도에 제약업계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도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면서 "리베이트를 지고 갈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따지자면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시범케이스'라도 되지 않기 위해 잔뜩 긴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시작된 강력한 규제 기조가 결과적으로 '리베이트'라는 폐부까지 찔러 들어왔다.
한 편에서는 제약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가 물꼬를 트고 있지만, 다른 한 편으로 제약산업의 의식적 체질적 구조조정을 의미하는 유통 부조리 척결 작업은 보다 강도 높은 규제 노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된 일대 전환의 기로에서 정부와 업계 양자가 부패한 살을 도려내는 '성장통'을 어떤 식으로 극복해 갈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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