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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오지 봉사, 두렵지 않아요"

  • 허현아
  • 2009-09-21 06:36:38
  • 오광자 자문위원(한국오츠카제약)

"(삶이라는 게)주고서 빈 손으로 가는 거니까."

어떤 계기로 누군가 만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람마다 말의 포인트가 다르다.

아이러니하게도, 청산유수처럼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사람보다 뭉툭뭉툭 수줍게 자기 삶을 읖조리는 사람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더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왜일까.

"주고 가는 거니까…." #오광자 자문위원(66·한국오츠카제약)의 말의 정점은 거기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려던 그가 돌연 "빈손으로 보내기 아쉽다"며 주위를 서성이다 뱉은 말이었다.

입에 머금은 듯 웅얼거린 말. 거기 뜻하지 않게 도사리고 있던 각성의 메시지로부터 그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기로 한다.

오 위원은 어림잡아 10년 이상 해마다 국내외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기회가 닿는대로, 마음이 기우는대로 시시때때 참여하다보니 여기까지 흘러와 굳이 '시작'이란 시점을 무 자르듯 자를 수가 없다고 했다.

카자흐스트탄,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예맨,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기억을 더듬는 그의 입에서 빈곤, 재난, 전쟁, 갈등, 가지가지 굴곡을 연상시키는 지명이 줄줄이 나왔다.

특히 쓰나미가 쓸어버린 인도네시아 해안에 첫발을 들였던 때를 그는 잊지 못한다.

수마가 휩쓸고 간 삶의 터전에서 부모를 잃고 황망하게 혼자가 된 아이들을 위로하고, 미래의 꿈을 키울 학교를 재건하는 활동이 벌어졌다.

인터넷에 글을 올려 뜻을 모은 사람들이 토목팀, 의료봉사팀, 심리상담팀 등으로 참여한, 이른바 파일럿 형태의 봉사활동에서 오 위원도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쓸어안으며 그들의 상처를 위로했을 터였다.

과거 심평원에 재직했던 오 위원은 꾸준히 교류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보건계의 '한비야'로 통하지만, 그 흔한 사진 한 장도 변변히 남기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한 곳 어디나 뻗어있는 그의 행복한 자화상을 한 양로원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뻥튀기 과자로 짐작해 본다.
종교갈등이 심했던 카지키스탄에서는 종교간 폭탄테러의 흔적을 아랑곳 않고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재활 활동에 팔을 걷어부쳤다.

몽골 오지 마을로 열 두 시간 가까이 들어가던 때는 여행객들의 짐을 노린 예기치 못한 범죄로 인해 손에 든 여권과 옷가지만 남았으면서도, 수일간 머물며 봉사를 계속했다.

회사에서는 신우회인 'OCC(Otsuka Christian Community)' 회원들과 '겨지씨 사랑의 집'을 비롯한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면서 노인과 장애우,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친구가 된다.

오 위원 덕분에 한국오츠카제약은 사회공헌활동 프로그램을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오 위원은 어려운 이웃을 향한 회사의 인적 물적 지원이 적재적소로 흘러가도록 '교량'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팀 미팅에서 그간의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상을 받은 한국오츠카 직원들은 "좋은 일에 써 달라"며 부상을 기탁해 와 캄보디아의 한 오지 마을이 우물을 얻게 됐다.

주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대 빈곤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 오던 오 위원이 교회 선교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오자, 사원들은 현지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해주기도 했다.

오 위원은 하지만 '봉사'라는 말을 좀처럼 입에 담지 않는다.

그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기회가 닿는대로 찾아가고 싶지만, 늘 다 채워주지 못하고 오니 봉사라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없다"면서 "그래도 좋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더불어 따뜻하고 풍족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타인에게 늘 덜어주는 삶이 피로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일과 삶 속에서 충전한 것들을 나누러 다시 발길을 옮길 생각이다.

은퇴 후에 또 다른 인생을 꿈꾼다는 그는 "뜻이 있는 곳에는 항상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있다"면서 "여러가지 목적으로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코디네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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