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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약국개설 가능…외부자본 유입 무관

  • 김정주·박동준
  • 2009-10-23 06:59:56
  • 대법원 판례 '결정타'…약사법 개정 등 보완책 마련해야

대한약사회가 면허대여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한 약국들에 대한 무혐의 처분이 이어지면서 기존 약사사회가 가지고 있는 면대의 개념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약사사회에서는 무자격자가 약사의 면허를 대여해 약국을 개설한 후 약사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약사가 근무를 한다고 하더라도 약국 개설에 외부 자본이 유입된 형태까지 정서적으로 면대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법적 차원에서의 면대는 '면허증 대여라 함은 타인이 그 면허증을 이용해 약사로 행세하면서 약사에 관한 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을 빌려주는 것'으로 개념이 엄격하게 정립돼 있다.

무자격자가 자금을 투자해 약국 시설을 갖추고 약사의 명의를 이용해 약국을 개설했다고 하더라도 면허를 대여한 약사가 해당 약국에서 조제, 판매 행위를 지속한다면 이를 면대로 보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 등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판례를 통해 이를 적시하고 있지만 약사사회에서는 여전히 외부 자본 유입 등을 포함해 면대의 의미를 넓게 정의하면서 면대의 개념에 대한 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 "자본투자 후 약국 경영 관여해도 면대 아니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1998년 10월 이미 약국을 개설 중인 약사 A씨가 또 다른 약사 B씨에게 자금을 대여해 약국을 개설토록 한 후 B씨에게 약국 운영을 맡긴 사건에 대해 면대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자본을 투입해 약국을 개설토록 한 후 해당 약국의 직원들을 직접 채용해 월급을 주고 심지어 약국영업에 따라 발생한 이익까지 챙기는 등 약국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온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약국 관리와 경영을 구분해서 약국 관리만 실제 약사에 의해 행해진다면 약국 개설 자본의 외부 유입 여부나 약국 경영의 문제는 면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약국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 점만으로는 A씨가 B씨의 면허를 대여받아 실질적으로 자신의 약국을 별도로 개설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 "현행 약사법, 투자 개념 자본유입 제재 못해"

대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약사회가 제약 및 도매업체, 의료기관 직영으로 지목해 검찰에 고발한 면대 의심 약국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일례로 검찰은 위드팜 체인 약국들에 대해 약사들이 위드팜으로부터 약국개설비용 일체를 공급받고 대신 위드팜으로부터 약품을 독점 구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현행 약사사회의 정서가 약국 개설에 외부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행 약사법이 약국 개설과 관련한 자본의 유입을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이를 제재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약사가 위드팜에 고용되는 것과 약국에 투자를 한 것은 엄연히 개념이 다르다"며 "약사사회의 정서를 감안해 현행 약사법을 확대해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마련된다면 모르겠지만 죄형법정주의에서 현재는 이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면대약국 근무약사, 고용관계 입증 시에만 처벌 가능

대법원 판례에 이은 검찰의 이 같은 판단은 사실상 현재 상태로는 약사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투자의 개념으로 자본을 대여해 약국 개설에 관여하는 것을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장복심 전 의원의 발의로 개정된 약사법 제79조 제2항 제3호가 적용돼 약사가 약국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돼 약사 또는 한약사의 업무를 한 경우 최대 1년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약국을 개설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된 약사에게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자연스럽게 면대약국이 근절될 수 있다는 것이지만 이는 약사가 실제 약국 소유주에게 ‘고용’됐는 지 여부가 드러났을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

약사의 고용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약사에 대한 정기적 보수 지급, 관리비 납입, 직원 고용 및 대금결제 여부 등 약국 운영의 주체를 따져봐야 하며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고용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드팜 체인 약국과 관련해서도 검찰은 위드팜측과 개설 약사가 고정적인 월급을 받는 등 고용 관계를 입증할 증거는 없었다는 설명이다.

현행 약사법, 일반인 약국개설 관여에 '구멍 숭숭'

결과적으로 현행 약사법은 고용 관계만 형성하지 않는다면 외부 자본이 약국 개설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일반인의 약국 개설 관여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일반인 약국 개설 문제가 허용되지 않더라도 약사가 아닌 일반인이나 도매업체, 제약사, 병·의원 등이 약국 개설에 개입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약국 개설과 관련된 약사법 20조가 약국 개설의 주체만을 명시한 채 자본의 유입 등을 규정하지 않으면서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는 규정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법원이 약국 개설 등과 관련한 투자의 개념을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상황에서 면대나 약국 개설과 관련한 자본 유입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약사 사회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약사 출신 박정일 변호사는 "고정 월급을 약사에게 주는 형태가 아닌 투자금에 대한 대가로 받는 수익을 취하는 형태까지 위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최근에는 법원도 투자의 개념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약사회 "약사법 개정 필요"…대책 마련 '속앓이'

이에 대해 약사회는 현행 약사법으로 검찰 고발 약국들을 처벌할 수 없다면 외부 자본 유입을 차단해 면대약국을 근절할 수 있도록 약사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일반 약사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차원이 아닌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토록 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 외부 자본 투입의 기준과 한계 등 관련 내용을 약사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약사회 역시 이미 상당수 약사가 약국 개설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자본투자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자본 투입의 정의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정부가 시장 개방을 목표로 일반인 약국 개설 허용까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약사회가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관련 부처나 국회가 이를 적극 수용할 지도 미지수이다.

더욱이 약국 개설과 관련한 외부 자본 유입 논의가 확산될 경우 자칫 약사들만의 법인 개설 수준에서 종결지어질 약국법인 문제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약사회 내에서조차 이를 적극 거론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면대 의심 약국에 대한 약사회 차원의 검찰 고발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외부 자본 유입을 규정할 수 있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면대TF에서 다시 이 문제는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면대척결, 성공관건은 과학적 접근과 체계적 전략

이처럼 약사회조차 외부자본 유입에 기초한 면대약국 개설에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약사사회가 면대 척결만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면대를 감정적 문제가 아닌 법리적 해석을 통해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약사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날로 진화하는 면대 수법을 모두 규제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는 그만큼 면대를 규제할 수 있는 합리적 근거마련과 연구가 약사회 내에서 도출, 뒷받침 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면대에 대한 약사회의 확실한 성과를 위해서는 크게 ▲면대 판례분석을 통한 법원의 의중 파악 ▲면대에 대한 과학적 의견수렴과 공론화 작업 ▲객관적인 면대 규정 마련 ▲전국 단위의 면대 색출 책임자들의 집약 교육 ▲녹취 및 영상 등을 활용한 객관적 증거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객관적인 면대 개념 확립은 공론화를 통해 정립시켜 나가야 한다.

기업의 외부자본은 정서상 되지 않으면서 친인척, 지인은 가능하다는 식의 지극히 온정주의이고 비과학적인 면대에 대한 개념으로는 면대척결은 요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의 기준을 단순히 '외부'로 놓을 것이 아니라 과연 외부는 어느 선까지를 규정하는 것인지를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과학적으로 정립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최근에는 EDI 통장만으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면대로 규정짓기 위험할 정도로 지능적 면대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제약 거래 직원의 증언이나 청문회 녹취자료 등을 확보, 법적 자료의 근거를 마련하는 등 조사체계를 마련과 이를 위한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도약 면대척결 TF.
"약사회 면대척결 사업 기획-정치력, 성공 핵심요소"

검·경-약사회 간 확고한 공조체계도 핵심이다.

전국에서 수집된 면대의심 약국들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 처벌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사회의 사업 기획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

면대척결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왔던 모 지부 면대척결TF 관계자가 "1년여 동안이나 이어지면서 약사회 집행부가 사실상 면대를 방치한 것 아니냐"고 역설한 사실은 그만큼 상부의 능동성과 기획력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검찰 고발 후 약사회가 이렇다 할 정치력 발휘조차 못하고 그칠 것이 아니라 초반부터 대검과의 공조를 통한 기획수사로 대검-약사회가 윈윈할 수 있도록 효과적 성과를 이끌어 내는 운영의 묘도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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