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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 교육, 근본적 해법 찾아야

  • 데일리팜
  • 2009-11-12 06:35:30
  • 정규혁 성균관대 약학부 교수

지난 6월 복지부의 약대 정원조정안 발표 이후 약대신설, 기존약대 증원, 약과학과 신설, 계약학과 설치 등 일련의 현안으로 약계가 홍역을 치루고 있다. 올해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이 발효되었으므로 6년제가 시행단계로 진입한 원년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 신입생 모집을 불과 1년여 앞둔 시점에서 6년제 교육에 대한 준비는 뒷전이고, 이들 문제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6년제 시행 당시 약학대학의 2+4학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약대 교수진과 약사회에서도 수차 제기되었으나 의사협회의 극렬한 반대 등 비교육적인 직능간 다툼으로 인해 2+4학제라는 타협안으로 귀결되었다.

이의 여파로 올해 들어서면서 약학입문시험(PEET)에 대비하는 사교육문제가 확산되고 있고, 기초약학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는 약대의 위기감과 우수학생을 유치하려는 대학의 전략으로 유사학과 신설이 늘어나고 있으며, 약대없는 대학에서 약대 신설 분위기가 과열되는 등 2+4학제로 인한 폐단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는 약학인접 학문분야 대학생의 약대 진학과 이로 인한 학생이동 현상, 졸속적인 약대 신설로 인한 교수 및 교육여건 부족, 입시제도 준비부족으로 인한 혼선, 약대 등록금 인상 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정부의 대처는 미흡하고 대학과 직능단체에서도 명확히 대응 방침을 세우지 못해 그 심각성이 더하다.

재교육형 계약학과 폐단 예견돼

오히려 최근 교과부는 4년제 약과학과의 약대내 설치에 대해 처음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지양하도록 했고, 계약학과는 고용계약형의 취지로 발표했다가 재교육형으로 바꾸는 등 정책혼선을 보이고 있다. 계약학과를 재교육형으로 시행할 경우 산업체의 비약사가 약사자격을 취득한 후 임상 직종으로 이직하는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편법으로 약대를 진학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필자 약력

-성균관대 약대 약학박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보건연구관

-미국 루지애나 주립대학교 초빙 연구원

-성균관대 약학부 학부장

-약대 6년제 교육과정개발 연구책임자

-의약품정책연구소 이사

-대한약학회 사무총장

또한 이미 약학분야에 취업한 대졸자를 대학원이 아닌 학부교육에 의해 재교육한다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본다.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약대 진학자를 제약트랙으로 집중교육하여 첨단 제약산업 인재로 양성함으로써 산업체 진출을 확대하고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약학과 원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린다(화호유구, 畵虎類狗)는 이야기가 있다. 약대 6년제는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선진화와 신약개발 산업 육성이라는 큰 그림에서 정부가 결단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약대 신설기준, 약과학과신설, 계약학과 설치 등과 같은 단편적인 정책들을 보면서 화호유구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하면 이를 지나치다 할 것인가?

2006년부터 연구해 온 6년제 약대 표준교육과정 연구에서는 외국 약대의 사례들을 고려하되 우리나라 기초약학의 우수성을 견지하면서 환자중심 교육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한 바 있다.

또한 현재의 약사인력수급 불균형을 개선해가고자 임상트랙, 제약트랙, 연구트랙 등 진로별로 특성화하는 실무교육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그간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해 온 한 사람으로서 단편적 정책으로 그 근본이 흔들리는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폐쇄형 6년제로의 전환과 약대평가인증제 도입 시급하다

이제라도 약대 6년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일까? 2+4학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폐쇄형 6년제로 전환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담보하기 위해 약대평가인증제를 도입한다는 정책을 들을 수는 없는 것일까?

약학교육을 선진화하겠다는 목표 하에 20개 약대의 여러 교수들과 약국, 병원, 제약회사에 종사하는 일선 약사들이 수년간 연구에 몰두해 온 노력이 묻히지 않고 이에 맞는 정책이 시행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일까?

본질적 문제는 제쳐두고 약대신설 및 증원을 위한 임시방편에만 정부와 약계가 오락가락하게 된다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약대교육의 글로벌 시간과는 더욱 멀어져 갈 것이다. 약대 교육의 부실을 막고 선진화하겠다는 관점으로 우리의 교육을 돌이켜 본다면 시간을 두고 할 일과 시급히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육의 문제는 반드시 교육적 관점으로 풀어야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학들에게 화호유구(畵虎類狗)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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