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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 전문 행정가 될래요"

  • 박동준
  • 2010-02-01 06:34:15
  • 53회 행시 합격한 김애일 약사

지난해 11월 발표된 제53회 행정고시 합격자 가운데는 3년의 노력 끝에 합격의 영예를 안은 젊은 여약사가 포함돼 있었다.

약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평범한 약사의 길을 걷던 김애일 약사(30, 이대 약대)는 이제 행정고시 합격과 함께 행정가로서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도 김 약사는 약사 외의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실제로 김 약사는 행정고시를 준비하면서도 마지막 1년을 제외하면 꾸준히 파트타임 약사로 근무해 왔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접한 WHO 사무총장을 지낸 고 이종욱 박사의 평전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는 그녀의 기억 속에 잊혀졌던 꿈을 끄집어 냈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보여주는 숭고함 못지않게 행정가의 역할을 강조한 대목을 접하고 나서야 김 약사는 비로소 자신이 하고자 했던 것,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약대 재학시절 극빈층 무료 자선병원인 요셉의원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현장의 활동 이상으로 현장의 활동가들이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졸업을 할 때까지도 약사 외의 다른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가능성을 좀 더 빨리 알게 됐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약사로서의 안정적인 위치를 포기한 김 약사의 행정고시 도전 선언에 주위 사람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약학 전공자로서 기존에 접해보지 못했던 행정고시 과목들을 주변의 변변한 도움도 없이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김 약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김 약사에게 주변의 만류나 약학전공자로서의 제한점은 행정가로서의 삶에 대한 의지를 더욱 다지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부모님들도 행정고시 도전 의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그러나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고 싶은 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냉정하게 가능성을 따져본 후 인생을 걸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김 약사는 후배들이 약대 시절부터 지나치게 약사만의 길에 매몰돼 여러 가지 가능성에 눈을 닫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때문에 그녀는 약대 후배들에게 애정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점차 다른 분야를 고민하는 약대생들이 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정을 했다면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갔던 선배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행정가로서의 길을 꿈꾸왔던 김 약사는 합격 후에는 다시 약사로 돌아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는 4월부터 시작되는 연수원 교육 이후에는 김 약사도 더 이상 약사면허를 활용할 기회가 없을 듯 했다.

김 약사 역시 6년 동안 열과 성을 바친 약학과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약사면허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약학지식을 행정에 녹여내는 것 역시 약사면허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장에서 뛰어난 전문성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활약하는 많은 약사들과 이들이 좀 더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는 행정가로서의 삶의 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김 약사가 여러 부처 가운데도 유독 질병관리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를 실천하고자 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국민들이 질병 치료에 소외되지 않도록, 대외적으로는 질병치료에 대한 국가간 협력체계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저개발국가에 질병관리 지원활동을 펼치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것이 김 약사의 설명이다.

"행정가로서 약대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한다면 약사로 활동하지는 않지만 약사로 활동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훌륭한 약사들의 활동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때문에 가능하다면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분야인 질병관리 부처에서 근무를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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