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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벌죄' 10월 시행…저가구매 반대명분 퇴색

  • 최은택
  • 2010-04-26 06:57:07
  • 리베이트 척결 '양날의 칼'…의료계 반발 최대 변수

쌍벌죄 입법, 우려·불신에서 환영·기대로 '27일 법사위-29일 본회의' 통과 예상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23일 쌍벌죄 입법안을 법안소위 제출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2010년은 리베이트 척결의 원년으로 기억될까? 정부는 지난 2월16일 ‘의약품 거래 및 유통 투명화 방안’을 발표했다.

쌍벌죄, 처방총액인센티브, 시장형실거래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내용이었다. 이 때만해도 우려와 불신만 교차했다.

무엇보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에게 철퇴를 내릴 쌍벌죄 입법이 가능하겠느냐는 불신이 가장 컸다.

전재희 복지부장관은 잇따른 언론 인터뷰에서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서는 쌍벌죄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국회 입법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하지만 시장형 실거래가제 준비 움직임은 부산했던 데 반해 쌍벌죄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올해는 특히 6.2 지방선거에다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재편될 예정이어서, 쌍벌죄 입법안은 진척 없이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 쌍벌죄 입법논의는 그야말로 급물살을 탔다.

정부-국회, 사전협의 첫 단추부터 반은 '성공'

지지부진해 보이는 수면 위 풍경과는 달리 물밑에서는 정부 실무자와 국회 보좌진간 비공식 협의가 지난 2월부터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거다.

정부 관계자와 국회 보좌진의 말을 빌면, 쌍벌죄 입법협의는 첫 단추를 꿸 때부터 이미 5부 능선은 넘어있었다.

쌍벌죄 입법안은 김희철 민주당 의원, 박은수 민주당 의원에 이어 지난 2~3월 최영희 민주당 의원, 전혜숙 민주당 의원, 손숙미 한나라당 의원,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이 잇따라 법안을 발의했다.

이 과정에서 쌍벌죄 처벌수위는 유사한 골격에서 조금씩 더 진화해 갔다. 의약사들의 자격정지만을 부과하는 법안에서 형사처벌, 과징금까지 추가됐다.

이렇게 민주당 의원들 뿐 아니라 한나라당 의원들도 법안 발의에 가세하면서 국회내부에서 이미 공감대는 무르익었다.

정부 또한 다르지 않았다. ‘의약품 거래 및 유통투명화 TFT’가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동안 청와대와 복지부는 내내 교감을 가져왔었다.

청와대·복지부, 리베이트 쌍벌죄 선결 '교감'

전재희 장관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도 쌍벌죄 조기 도입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중요한 제도적 선결과제였다는 거다.

의료계를 제외하고는 국민적 공감대 또한 다르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 여론 모두 지지하는 쌍벌죄는 순풍을 탈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6명의 국회의원이 내놓은 16개 법안을 하나로 묶어낼 ‘대안’ 사전 협의는 그야말로 일사천리였다. 딱 하나 형사처벌 수위가 마지막까지 쟁점으로 남았을 뿐이었다.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 회부에 이어 22일 ‘대안’ 통과, 23일 전체회의 채택까지의 일련의 과정은 이렇게 순풍을 탔다.

쌍벌죄 입법은 이대로라면 오는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9일 본회의를 무사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상 발효일은 6개월 후인 10월 29일부터다.

이렇게 되면 정부 의도대로 시장형 실거래가제와 쌍벌죄, 처방총액인센티브제는 같은 달부터 함께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벌죄 선시행론 제약계, 시장형 반대명분 퇴색

쌍벌죄 조기입법은 제약업계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을 안겨준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반대하면서 쌍벌죄 '선시행론'을 주창해온터라 반대 명분을 상당부분 잃어버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약계 한 관계자도 "시장형 실거래가제의 실효성은 실제 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는 데 여전히 동의하기 힘들다. 하지만 쌍벌죄가 입법화되면 반대명분이 힘을 잃을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쌍벌죄 도입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의료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 추진에 힘을 실어준데다가, 수가인상과 연동해 올해 보험재정 중 약값 4000억원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원격진료’ 추진 등 일부 불협화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관계자는 그 어느때보다 '호형호제'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쌍벌죄 입법을 계기로 이런 구도는 산산히 깨질 위기에 처했다.

경만호 회장 '비상시국' 선포…집단행동 배수진

경만호 회장은 25일 쌍벌죄 입법을 비판하면서 의료계
경만호 의사협회장은 지난 25일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비상시국’을 선포하며, 회원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경 회장은 “쌍벌죄는 약제비 절감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제도개선 없이 쌍벌죄로 리베이트를 막겠다는 정부 생각은 잘못됐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쌍벌죄와 원격진료 저지를 위해 회원들의 중지를 모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사협회는 같은 날 성명에서 집단행동을 배수진으로 쳤다.

의료정책 추진에 있어 의료계의 협조가 필요한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쌍벌죄 입법이 통과된 이후 마련될 하위 법령 논의에서 정부는 의료계의 반발을 잠재울 만한 ‘선물’을 만지작거릴 공산이 크다.

이 ‘선물’의 덩치여하에 따라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칼날이 무뎌지거나 쌍벌죄 입법이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격변의 10월’은 ‘요란한 수레’로 전락할 게 뻔하다.

전 장관, '결제할인' 불가에서 수용 급선회

이번 쌍벌죄 입법에서 또하나 중요한 이슈가 바로 ‘결제할인’(속칭 백마진) 합법화 부분이다.

전재희 장관은 그동안 합법화 불가입장을 거듭 천명해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서면답변 자료에서도 복지부는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복지부는 "의약품 구입에 따른 이윤을 합법화하는 것은 요양기관의 약가이윤 배제, 과잉투약 방지 및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상환하고자 하는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취지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었다.

특히 “실거래가상환제 도입시 경영보전 차원에서 진료수가 항목에 의약품관리료를 신설해준 점을 감안할 때 금융비용 허용은 의약품 사용에 따른 이중적 이익을 보장하는 결과”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가 이런 확고한 입장을 돌연 급선회한 이유는 뭘까.

이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도입하면서 스스로 약가마진 불인정 원칙을 깨뜨렸기 때문에 ‘금융비용’ 인정요구를 더 이상 묵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약가마진'에서 '이자보상', 변칙적 말 바꾸기

결국 정부는 변칙적인 방식으로 이 ‘금융비용’, 다시 말해 ‘결제할인’을 인정해주게 된 셈이다.

전재희 장관은 지난 23일 전체회의에서 “금융이자 수준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답변했다. ‘금융비용’을 수용하기 위해 마진이 아닌 ‘이자보상’으로 스스로 의미를 해석한 것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
약사회와 약국가, 도매업체 등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보였다. 제약계 또한 입장은 다르지 않다. 다만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저지할 명분이 하나 더 사라졌다는 측면에서 불안감은 더 커졌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발끈했다. 20여개 시민사회단체의 연합체인 건강연대는 긴급 성명을 내고 “수가로 이미 보존한 비용을 ‘금융비용’이라는 눈속임으로 합법하는 것은 특혜이자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결제할인’ 합법화는 할인율 상한선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향후에도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한다. 특히 문전약국과 동네약국간 보상비율 격차가 크기 때문에 문전약국은 오히려 손해를 보게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전약국 보상 줄고…동네약국엔 새로 부담

도매업체나 제약사들 또한 그동안 ‘결제할인’을 보상하지 않았던 동네약국에까지 추가 부담을 져야 할 처지로 떠밀릴 수 있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결제할인 합법화는 전체적으로보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논란거리가 하나둘이 아니다”면서 “추후 협의과정에서 또다른 진통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어찌됐든 결제할인 합법화로 개국가의 시장형 실거래가제 반대여론을 잠재울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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