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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재평가 논란속 쌍벌제·저가구매제 실험

  • 의약행정팀
  • 2010-07-05 06:52:10
  • 의료계 "정책실패 되돌려야"…전문가들 "혼란만 야기" 난색

“노인이나 영유아 환자의 보호자가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까지 왜 힘들게 가야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

#권용진 서울대교수는 의약분업의 성과를 논하려 해도 평가할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국민들만 여전히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의약분업에 대한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각은 제도시행 이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불편 여전-사회적 비용 폭증…강제분업 폐지해야"

의사들은 지난 5월 13일 의협 대표자회의를 통해 정부를 상대로 선택분업 도입과 약가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강제분업 '철폐'=의료계는 주저없이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국민들의 불편과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은 늘었지만 정책목표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연착륙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쌍벌제 입법이 촉발한 의사들의 최근 집단반발 과정에서도 그대로 표출됐다.

전국의사대표자들은 지난 5월 의사협회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강제분업을 완전 철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저가조제인센티브, 성분명처방시범사업 등으로 정부가 먼저 의약정 합의를 파기했다. 더 이상 강제분업에 협조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는 그동안 의약분업 대신 환자가 병의원 또는 약국 중 어디에서 조제를 받을 지를 선택하는 이른바 ‘#선택분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호의적이지 않다.

데일리팜은 이번 기획을 위해 정부, 정부 산하기관, 의약계, 제약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23명을 접촉했다. 이중 의료계와 친의료계 성향 인사 4명을 제외하고는 19명이 ‘선택분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선택분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신언항 전 심평원장과 정부 측 관계자는 “선택분업은 사실상 분업이 아니다. 기본틀을 바꾸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형로펌의 한 전문가는 “소아과에서 수면제를 처방하고 부신피질호르몬제가 피부과의 특효약으로 행사했던 시절”이라며 “분업으로 덮여진 부도덕한 과거를 다시 들춰내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분업으로 덮여진 부도덕한 과거 들춰내자구?"

분업이후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부상한 불용 재고약.
권경희 교수는 “의약품 적정사용을 위해서는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수행한 가장 최근의 종합적인 평가연구에서는 “선택분업은 담합, 약사의 임의조제, 불법대체조제 등의 문제를 감소시키고 환자들의 기회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원외처방 발행률이 매우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직역간 분업이라는 기본틀과 환자의 알 권리 보장기능이 후퇴할 가능성이 높으며, 의약사간 처방점검 효과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상의 차이가 있지만 일본의 임의분업 실태는 국내 선택분업 도입논란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50년이 넘는 일본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업률은 2006년 기준 55.8%에 그치고 있다. 이 조차도 1992년부터 국공립병원과 공공병원에 원외처방전 발행 강제화를 실시하면서 늘게 됐다.

이 같은 사실은 선택분업이 의약담합 등 의약분업 위반행위를 근절하고 일부 기회비용을 줄이는 데는 유의미할 수 있지만, 처방.조제 분리라는 기관분업의 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의약분업 미이행 과제=전문가들은 선택분업보다는 의약정이 합의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못한 과제들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담합근절, 성분명처방, 지역별 협력위원회 구성, 처방전 2매 발행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체조제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사들의 처방을 존중하지만 유연성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춘택 보건의료단체연합 의약분업 평가위원은 “처방전 2매 발행을 못하겠다면 해당 수가를 없애고 환자 알권리 보장을 위한 다른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의약담합-임의조제 등 적극적인 단속·처벌 필요"

#조재국 보사연 박사는 "임의조제와 담합, 처방전 임의변경.수정조제 등 분업위반 행위는 제도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단속과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분명처방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했다.

홍춘택 평가위원은 “성분명처방은 환자 조제편의 제고와 의약품 비용감소, 악성 재고 해소 등 제반장점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도입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조경애 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생동시험 등 제도적 보완책이 더 필요하다”며 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시 국립의료원에서 발행된 성분명 처방전.
◇정부의 정책방향=10년을 기다렸던 걸까? 정부는 의약분업 10년을 맞은 올해 공교롭게도 많은 개혁과제를 시행시키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의약분업을 뒷받침했거나 포괄적인 정책목표로 삼았던 과제에 대한 후속조치로 #시장형실거래가제, 리베이트 #쌍벌제,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과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전국 확대시행 등이 그것들이다.

시장형실거래가제와 쌍벌제는 의약분업 도입과정에서 약값 거품을 없애고 유통투명화를 이뤄 결과적으로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분업의 당초 정책목표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다.

DUR은 처방전 이중점검을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관분업이라는 토대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의약분업의 발전적 형태다.

또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는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약제비 절감을 위해서는 의사들의 처방행태가 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정부 "의약분업 원론적 평가 안해"…원칙 재확인

이와 관련 방혜자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사무관은 메디게이트뉴스 좌담회에서 “의약분업에 대한 원론에 대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은 없다. 기본틀을 유지하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의약분업 평가와 제도개선 논의에 대한 정부의 기본 시각이 읽히는 대목이다.

대형로펌에 근무하는 한 전문가도 “분업은 아직 완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 토대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면서 “DUR도 분업 없이는 꺼내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후속조치들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는 않다.

조경애 건강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세웠던 정책들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일관된 정책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다른 요소들이 개입돼 흠집을 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미옥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회장은 “리베이트 쌍벌죄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인 조사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운용 모형도.
"10년전 합의문이 아니라 현재 상황이 더 중요"

◇의약분업 어디로=의료계 또한 의약분업을 되돌리는 것이 불가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송우철 의사협회 총무이사는 “객관적 평가없이 원점으로 돌리자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 대신 제대로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의 강제분업 철폐요구는의약분업을 되돌려야 한다는 선언적인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의사대표자 결의대회에서 채택한 대정부 요구사항에서는 강제분업 폐지보다는 의료기관의 수가를 현실화하기 위한 제반 제도개선 과제들이 주류를 이뤘다.

분업폐지나 선택분업 주장은 쌍벌제 도입에 따른 울분과 함께 이런 요구들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의사협회 집행부에 협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배수진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정부와 의료공급자간의 의약분업 개선논란은 ‘과거회귀’보다는 현행 틀을 기본으로 한 자원과 이익(수가)의 재분배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권용진 서울대교수는 “(선택분업보다는) 정부의 의료선진화 정책기조,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의 문제 등 한국 의료가 현재 처해져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춘택 보건의료단체연합 의약분업 평가위원도 “의약분업의 남겨진 과제를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년 전 합의문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보건의료의 조건속에서 재구성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이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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