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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시집 출간, 나를 찾는 작업"

  • 김정주
  • 2010-08-19 06:30:52
  • 심평원 권혁수 차장(의료급여조사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기 드문 문학인이 있다.

이 문학인은 비록 아마추어지만 재능만큼은 이미 학창시절부터 인정받은 프로다. 주인공은 의료급여조사부의 권혁수 차장.

권 차장은 최근 생애 첫 시집 '빵나무아래(천년의시작 출판)'를 내고 시인으로 정식 데뷔했다.

시집 '빵나무아래'는 권 차장의 첫 작품집이지만 2000년부터 시작한 시 쓰기의 결정판으로, 수십편의 주옥같은 자작 시들이 담겨 있다.

"그동안 시 쓰기는 틈틈히 해왔지만 엮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난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젊은 예술가 지원'에 선정돼 지원을 받아 책을 펴낼 수 있게 됐죠."

수 많은 시들을 책 한 권에 담다 보니 작품을 골라내기도 쉽지 않았을 터다.

"써 놓은 시들을 읽을 때마다 집필 당시의 느낌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이런 것들을 골라내야 하다보니 제 몸을 스스로 자르는 기분마저 들었지요. 목각을 하기 위해 나무토막에 먼지를 떨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사실 권 차장의 문학적 자질은 강원대학교 건축학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공계 출신인 권 차장은 학창시절인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도전해 한 번에 당선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문인들과 함께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2002년에는 '미네르바'에도 등단했다.

"문인이 되기 위한 전문적인 공부를 한 적은 없어요. 그저 대학시절 문학회 활동을 했던 것이 습작기였던 셈이죠."

문학가로서의 정규 코스(?)를 온전히 받아온 것도 아니고 프로 시인도 아니지만 권 차장의 시에 대한 평가는 꽤 일관돼 있다.

시 평론가인 박찬일 추계예대 교수는 이 같은 권 차장의 시를 놓고 "연민의 미학이며 객관적 연민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표현했다.

대학시절 친구들은 이제 어엿한 건축가가 됐고 권 차장은 전혀 다른 아마추어 작가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이것 또한 '같은 길'이라는 것이 권 차장의 생각이다.

"건축가 친구들은 '보이는' 집을 짓고 있지만 저는 시를 쓰면서 '보이지 않는' 집을 짓는 것이니까요."

밖에서는 어엿한 작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문학인인 권 차장에게는, 그러나 이렇다 할 집필 공간이 어디에도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탁 위에 앉으면 맑은 정신에 시상이 떠올라요. 하지만 서재 같은 공간은 딱히 없죠. 그럴 때면 식탁이 제 집필 공간이 되는 것이죠."

첫 시집을 출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지금에도 권 차장은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 금주, 금연을 하면서 참선하고 있다.

"문학을 하는 데 있어서 장르는 그다지 중요치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소설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집필을 한다는 것은 나를 찾는 작업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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