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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성수대교'"

  • 이탁순
  • 2010-10-21 06:31:31
  • 개인 사진전 여는 김영희 약사(영민약국)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가 무너질 당시 김영희 약사(성수동 영민약국·54)도 그곳에 있었다.

김 약사는 그날도 평소처럼 출근하기 위해 남편, 약국 여직원과 함께 자가용을 타고 성수대교를 건너고 있었다.

성수대교 북단 끝을 내려올 때쯤 파란 봉고차가 중앙선을 넘어 아슬아슬하게 김 약사가 찬 타를 피해갔다. 그때까지 15년간 묵묵히 한강을 이은 성수대교가 무너질 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5분 뒤 약국에 도착해 성수대교가 무너졌다는 소리에 김 약사는 할 말을 잃었다.

TV를 켜니 속도를 냈던 파란 봉고차는 다리 상판에 그대로 놓여 있었고, 봉고차에 탔던 전경들이 부상당한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성수대교 붕괴로 등교하던 여학생 등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김 약사는 삶과 죽음이 한순간 갈라진다는 평범한 진리 앞에서 인생의 허무감을 깊게 느꼈다.

그 이후 김 약사는 다시 복원된 성수대교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남편과 취미생활로 시작한 사진은 자연스럽게 성수대교로 인도했다.

김 약사는 다음달 3일부터 9일까지 인사동 인사갤러리에서 '성수대교'를 주제로 개인 사진전을 연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하는 성수대교 사진.
그동안 단체전은 4회까지 진행한 적은 있지만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성수대교 붕괴는 내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삶과 죽음의 찰라에서 인생의 허무함을 느꼈죠. 그때부터 하느님에게 내 삶을 온전히 맡기고 남은 생을 살기로 결심했죠"

김 약사는 2~3년전부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앵글로 성수대교를 찍어 왔다. 어릴 적 사진관에서나 볼법한 필름 대형 카메라를 가지고 출사에 나섰다.

사진에 찍힌 성수대교는 그 자리에서 변함이 없었지만 주위의 시간과 모습은 다양하게 변해갔다.

성수대교를 찍으면서 김 약사도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약사회 임원(김 약사는 성동구약사회에서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으로서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 자신의 모습을 되볼아볼 수 있었다.

지난 단체전에 출품했던 사진.
"최근 큰 딸이 결혼했어요. 전시회와 결혼식 준비를 모두 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빴죠. 이제부터는 내 자신에게 더 투자하고 싶어요"

김 약사의 사진은 개미가 세상을 바라본 것처럼 낮은 자세에서 찍힌 작품들이 많다. 마치 세상의 위대함을 모두 담으려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한없이 낮춘다.

위대한 자연을 담으려는 김 약사의 시선에는 성수대교의 아픈 기억이 담겨있다. 자연의 신비를 담은 사진은 다음 전시회 작품으로 벌써부터 점찍어뒀다.

"이번 전시회에는 못 담았지만, 다음 전시회 때는 바람의 흔적과 빛과 바람, 진부령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어요"

그전에 이번 첫 개인 전시회가 무사히 치뤄지길 바란다고 김 약사는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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