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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우대정책에 기댔다가는 제약산업 미래 없다"

  • 최은택
  • 2011-06-04 06:54:00
  • 기술력 기반 출구전략 찾을 때…제네릭 품질 경쟁력 우선

포지티브시스템 강화-총액관리 '이구동성' 시장형실거래가-외래 인센티브 해법 안돼

"건강보험매출 증감이 연구개발투자와 동일한 방향성을 가지지만, 두 변수간 작은 탄력성은 보험약에 대한 가격규제나 완화가 연구개발비 증감에 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심평원 김동환 연구원 등이 지난해 '보건경제와 정책연구'에 발표한 연구논문의 일부내용이다.

서울시립대 허순임 교수는 "제약기업의 건강보험 매출액 증가율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실증연구"라면서 "해외에서는 유사한 논문이 오래전부터 발표돼 왔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정부의 약품비 억제정책이 연구개발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제약사들의 주장에 대한 학술적 반박이다.

사실 제약산업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숙명약대 이의경 교수는 "더 이상 약가우대 정책에 목 매서는 안된다"고 성찰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약제비 정책과 제약산업이 공생할 길은 없을까?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법은 제약업계에게는 힘들고 가혹한, 기회와 파멸이 공존하는 길이다.

최근 의료계 인사들은 국내 제네릭 품질관리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생동시험기관과 제조공장 등을 시찰했다.
◆제네릭 믿을 수 있나=약제비 정책과 제약사들이 공생할 길은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의사협회 이혁 보험이사는 "생동조작 사건이후 제네릭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라고 의료계의 정서를 전했다.

변진옥 교수는 "고가약 사용을 억제하려고 해도 환자들도 의사들도 제네릭을 믿지 못한다. 제네릭의 질을 담보해내지 못하면 어떤 정책을 써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나 제약사 모두 사후관리 강화나 실증연구 등을 통해 이런 불신을 해소할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그는 꼬집었다.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왜 사후관리를 통해 부적합한 품목을 과감히 퇴출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지 모르겠다"며 식약청의 품질관리 정책을 비판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 또한 "약제비 정책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입구에서 통제가 안되니까 과당경쟁이 문제되는 것 아니냐. 허가와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인정했다.

◆약제비 정책이 경쟁력 키운다=제네릭에 대한 신뢰확보는 약제비 절감정책과 저가약 사용 확대에 중요한 기반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포지티브 시스템 관리 강화나 약품비 총액관리, 의료계의 처방패턴 변화를 유도할 인센티브 정책 등을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약제비 정책의 방향으로 제안했다.

또한 이 안에서 제약사들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김진현 교수가 제시한 해법은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 시스템) 강화다. 포지티브 시스템은 신약 등 협상대상 약물에는 작동하고 있지만 제네릭은 '치외법권' 영역으로 방치돼 왔다.

실제 제네릭은 허가을 받은 뒤 급여 등재신청하면 '공식'(산정기준)에 따라 가격이 산정돼 수개월내 급여목록에 등재된다. 사실상 네거티브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김진현 교수는 "허가만 받으면 모든 제네릭을 받아주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성분별로 제네릭 품목수를 제한하고, 정기적으로 리스트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약사들이 품질과 가격 경쟁력으로 급여목록 진입을 시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시스템이야말로 제네릭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다. 보호막을 갑자기 벗겨내면 힘들겠지만 타이밍을 더 이상 놓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의사들 제네릭 사용 권장=최근 눈에 띠는 변화는 의약품 선택에 대한 의료계의 비용인식이다. 저가 제네릭 활성화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된다.

의사협회는 2009년 수가협상 과정에서 약품비 절감과 수가를 연계하는 방안에 합의하면서 약제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신설한 보험약제팀이 단적인 예다.

이혁 보험이사는 "제네릭 질이 담보되고 인센티브 정책이 수반된다면 의사들도 얼마든지 비용효과적인 선택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협회는 회원들을 상대로 지난해 도입된 의원 외래처방 인센티브 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생동시험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전 상무와 의약품정책연구소 한오석 소장도 의료계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평수 전 상무는 "품질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 다음 약제비 절감액을 수가로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의사들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오석 소장은 더 나아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적정수가를 보상해주고 이후 의료계가 스스로 약품비를 통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상지대 배은영 교수는 "의사들이 수용가능하도록 평가 모델을 정교하게 만들어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동시에 부여하는 접근방식도 고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약품비 총액관리와 인센티브=물론 의료계는 약품비 총액관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혁 보험이사는 의약품 처방률, 처방품목수, 처방일수 등에 대한 심평원의 평가는 구체적인 질환과 환자특성을 감안하지 않는 획일주의라고 비판했다. 평가모델을 만들기가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이의경 교수와 허순임 교수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프랑스식 목표관리제가 고려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와 제약사가 목표약품비를 정하고 초과한만큼 환수하는 방식이다.

허순임 교수는 "영국이나 독일식 총액관리제도 유용하지만 한국은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아 당장은 지역 단위 총액관리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나 보험자가 목표액을 정해 제약사를 통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의경 교수는 "약품비 목표관리제는 연구중심형 제약기업에게 환수금액을 일부 면해주는 방식으로 높은 약가 이외에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의 비용인식과 참여=제네릭 품질확보는 환자들에게 의약품 선택권을 부여하는 데도 유용하다.

이의경 교수는 "참조가격제는 여건이 성숙된다면 환자들의 의약품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중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믿는다. 다른 나라도 적용형태는 다르지만 이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의약품 동등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확보는 물론이고 국민들이 의약품 선택에 있어서 비용을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돼야 한다.

배은영 교수는 "참조가격제는 실패한 나라도 있고 성공한 나라도 있다. 잘 운영되는 나라를 보면 참조가격을 최저가 기준으로 삼거나 최저가약 대체조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참조가격제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효성 없는 제도들=의료계의 기대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시장형실거래가제와 외래처방 인센티브제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먼저 허순임 교수와 김진현 교수는 외래처방 인센티브제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이의경 교수도 한시적 장치라며 보완적 기능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평가했다.

김진현 교수는 시장형실거래가제에 대해서도 "처방권자와 제약사간 힘의 균형을 더 한층 왜곡시킨 제도다. 제대로 작동도 안될게 뻔하고 집착할 필요도 없다. 정책실패로 인정하고 포기해야 한다"고 혹평했다.

제네릭 신뢰도는 성분명처방이나 대체조제 활성화와도 연계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의약간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 정책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고려대상에서 제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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