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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들여다 보이는 나쁜 약가정책

  • 데일리팜
  • 2011-09-06 06:44:53

복지부는 '8.12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발표하며 국민의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OECD 국가의 1.6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건강보험 지출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9.3%나 되며, 약품비 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약가를 일괄 인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이야기다. 반면 보도자료 첫 구절에는 약가인하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 만성질환자 A씨의 약값이 연간 6만원 정도 줄어든다고 박스안에 정리하면서 생색을 냈다. 국민 혜택이 제약산업계가 겪는 고통을 훨씬 상회한다는 논리로 공감을 사려는 태도다. 더 많은 국민의 이름으로 소수 국민의 부당한 피해를 감추려는 속셈이다.

국내 한 제약회사가 약가 일괄인하 20%를 기준으로, 2010년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제약산업 재무구조) 자료와 견줘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약가를 20% 인하하는 경우 매출원가는 줄지 않는 가운데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모두 마이너스 영역대로 진입했다. 판매관리비를 33% 줄이더라도 당기순이익은 제로였다. 사실상 판매관리비 33% 인하는 불가능한 수치여서 제약사들은 결국 R&D 투자를 줄이거나 인력을 잘라낼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된다.

반면 사용량(처방량)을 통제하는 경우 사정은 천양지차다. 매출 규모는 약값인하처럼 20% 줄어들어 건보재정 절감효과는 나타내면서도, 영업이익은 92% 감소, 미미하지만 제약회사는 순이익을 조금낸다. 이는 사용량(판매량)이 줄어듦에 따라 매출원가가 낮아지는데 따른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만약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R&D 지원책이 발표한 것보다 현실화되면, '제약산업을 R&D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정부의 정책 취지는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구한 자료도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이 약값보다 사용량(처방량)에 기인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눈엣가시처럼 보고있는 약품비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약값 X 사용량'이다. 약값은 철저히 제약회사 관련 요소로 이해당사자는 제약회사 뿐이다. 정부의 이번 일괄 인하 정책은 바로 이해당사자가 단일한 제약회사를 겨냥한 것이다. 사용량의 경우도 제약회사는 에누리없이 통제받고 있다. '5.3약제비 적정화 패키지 정책'에 따른 사용량(제약회사 판매량) 약가연동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 역시 '제약회사의 성장 제한'을 전제로 하는 '통제 기전'이다. 반면 사용량 중 의료인들의 처방량 부분은 통제가 없다. 오히려 인센티브제를 주면서 관리한다. 외래처방인센티브제가 바로 그것이다. 약품비를 줄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같은 맥락이다.

이같은 정책은 누가 보아도 균형감각을 잃은 것이다. 단일 건강보험 체제 안에서 제약산업이 성장의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니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도의 문제다. 통제하기 가장 쉽다는 점 때문에 약값만 건드리면 산업은 고꾸라질 수 밖엔 없다. 약값과 함께 사용량이 균형있게 통제될 때 정책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정부가 희망하는 약품비 비중 24%에 도달하기 위해 대체 얼마나 더 약값을 깎을 참인가. 기업은 생명체니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단아래 진행되는 급진적인 약값인하는 지나치다. 특히 5.3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중인 가운데 결과도 지켜 보지 않고 '반값약가'를 들고 나온 것은 성급하다. 건보재정을 위해 제약산업만 쟌다르크가 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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