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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실거래가제 실패 원인도, 결국 제약사 탓?

  • 이혜경
  • 2011-11-03 06:44:49
  • 요약
  • 추적60분 '리베이트 쌍벌제' 1년 조명…제약사 맹공격

시행 1년도 채 되지 않아 중단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대형병원의 1원 낙찰이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되면서 정부가 1년 유예를 발표했지만, 이면에는 제약회사의 이익 극대화가 원인이라는 보도가 공중파를 탔다.

KBS2TV 추적60분은 2일 '리베이트 쌍벌제 1년, 어느 의사의 죽음'을 주제로 국내·외 약가 인하 정책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9월 리베이트 수수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K원장이 면허정지 처분을 앞두고 자살하면서, 일선 의사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는 모습이 첫 장면에 실렸다.

"리베이트는 뇌물이 아니라 제약회사의 판매촉진비, 영업비로 봐야 한다"는 의사들의 주장을 실으면서 사회자는 "돈은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제약사의 판공비라고 주장하는 것을 일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이야기를 풀어냈다.

과거 중견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영업사원은 "80% 이상의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고 있고 진료 과목은 거의 모든 과"라며 "기본 처방의 25~35%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선지급 1억5000만원과 2억원을 리베이트로 수수한 의사를 구속한 리베이트 전담반 또한 "(리베이트에 대한) 도덕적인 관념 자체가 의사들에게는 없다"면서 날이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고 있다고 의료계를 비난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의사들도 할 말은 있었다. 7년전 개원한 모 원장은 하루 20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700~800만원의 수입을 거둔다. 하지만 간호사 1명과 임대료, 장비교체료 등을 지급하고 나면 자신의 수입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리베이트를 없애려면 진료 수가를 올려 달라"며 "최소한 환자 20명을 봐도 생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하루 80~100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도 마찬가지. 15%의 비급여를 제외하고 한 달 매출총액이 2700만원 선이지만 직원 6명과 장비교체료, 임대료를 지급하고 나면 정작 순수익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병원 경영난 보다 약가 거품이 리베이트의 근본 원인

하지만 추적60분은 리베이트로 인한 의사의 죽음은 단지 '미끼' 였을 뿐, 약가 거품이 리베이트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희준 MC 프로듀서는 "과거보다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에 리베이트 근절이 어려울 것 같다"며 "환자 유치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등 병원 간 과다 경쟁이 발생할 수 있지만 리베이트의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것은 약가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약가에 거품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해 취재진은 리베이트 전담반, 심평원, 경실련, 복지부 등을 찾았다.

취재 과정에서 리베이트 전담반은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기 때문에 리베이트가 오간다"고 지적했고 심평원은 "건강보험공단이 의약품 구입 가격을 지급하기 때문에 병원이 굳이 약값을 깍지 않고 상한가를 적용해 구매한다"고 밝혔다.

2008년 전국 병원과 약국의 의약품 구매가격을 공개한 경실련 또한 "전국에 있는 모든 병원이 모든 약제에 대해 동일 가격으로 신고 한다"며 "결국 제약회사만 이익을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복지부는 "우리나라 사정상 신약 개발이 미약하기 때문에 복제약 육성 차원에서 높은 약가를 책정해줬다"며 "하지만 현실은 정부 기대와 달랐고, 99년 SK제약 선플라주 이후 17개 신약이 개발됐지만 전체 보험약 중 0.26%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복지부가 편의를 봐줬지만 신약을 개발하지 못하고 원가에 비해 높은 복제약가를 받는 제약회사만 이득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시행중인 일본과, 대만은?

리베이트로 인한 의사의 죽음, 제약회사의 이득 챙기기 등을 이유로 추적60분은 국내 제약사, 의사, 약사들이 국민이 낸 의료보험을 가지고 '돈잔치'를 벌였다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대만 사례를 들었다.

지난 1993년 약값비율이 28.5%를 차지하던 일본은 2007년 21.7%까지 떨어뜨렸다.

2년 마다 약가 조정을 통해 적정 의약품 가격을 정하는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약국에서 시작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로 인해 도매상을 통해 약을 싸게 구입한 약사들은 차액을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따라서 대량구매 등 약을 구입할 때 마다 약값을 깍기 위한 노력을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될 당시 의료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의사협회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의존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료를 인상시키는 것이 중요했다"며 "진료수가를 올려달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에 대해 일본제약공업협회와 일본도매협회 또한 "신약 개발로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좋은 제도 였다. 국민을 위해 필요하다"고 입모아 말했다.

대만 또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를 도입, 99년부터 2년마다 약가를 조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약가가 인하됐으며, 인하 폭은 평균 10~15% 정도로 가장 많은 경우 40%까지 인하됐다. 2008년에는 국내에서 발생된 1원 낙찰과 같이 1위엔 낙찰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발 빠르게 대만공평교역위원회가 수사에 착수했고 해당 제약사에 10만 달러 벌금형을 처분하면서 종결됐다고 한다.

◆"약가 일괄인하 대안 될 수 없어…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해답"

그렇다면 지난해 10월 국내에 도입된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시행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추적60분은 지난해 2월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발표된 이후 한국제약협회가 반발하고 나선 점을 지적했다.

당시 제약협회는 "종합병원에서 경쟁 입찰을 하게 된다"며 "동일 품목이 많은 상태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수익도 줄지만, 인하된 저가 구매 가격이 다음해 약가 인하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에서 지적된 '1원 낙찰의 문제점'도 조명했다. 원희목 의원이 "1원 낙찰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제도 시행을 폐지 해야 한다"고 인터뷰한 장면이 방영됐다.

결국 복지부는 지난 8월 17일 보험약가를 53.55%까지 낮추겠다는 약가 일괄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시장형실거래가제도 1년 유예를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1원 낙찰은 제약회사가 이익 극대화를 위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주장이 도매협회를 통해 나왔다.

도매협회는 "1원 낙찰의 근본적 책임은 제약사에 있다"며 "(도매상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1원 낙찰이 불가능하다. 10%가 원내 사입, 90%가 원외 사입이기 때문에 제약사가 대형병원에 판촉, 서비스 개념으로 1원 낙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재를 담당한 최기록 PD는 "시행 1년도 안되서 중단된 제도의 큰 문제로 1원 낙찰이 지적됐는데, 이는 취재를 통해 대형병원의 이익 챙기기와 공정한 시장경쟁을 막으려고 하는 제약사의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적60분은 "최근 복지부가 또 다시 평균 14%로 약가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한번 깍는 것으로는 안된다"며 "지속적으로 약가를 인하시킬 수 있는 제도가 사라지면 안된다"고 보도했다.

강 프로듀서는 "정부가 연구, 개발을 위해 제약사에 높은 약가를 인정해줬다고 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며 "약가 인하가 제약업계에는 고통이겠지만, 업계의 신뢰와 시장의 투명성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약사는 리베이트 의존 영업에서 벗어나고, 고사를 이유로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주장하면서 국민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다"며 "다시는 되풀이 되서는 안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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