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사와 제약사가 국민 주머니만 터는 도적?
- 조광연
- 2011-11-03 12: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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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극단적 불신만 전파한 KBS 추적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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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소중한 시청료로 제작된다'는 KBS 추적 60분은 어제 밤 '리베이트 쌍벌제 1년, 어느 의사의 죽음편'에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시행하라, 시행하라!'라는 생뚱맞은 한 줄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의사와 약사, 제약회사를 모두 국민 주머니를 털어내는 도적처럼 묘사했다. 대만과 일본이라는 현지 로케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전후 맥락을 이해하기 힘든 일반 시청자들이라면 한결같이 '민나 도로보 데스(모두 도둑놈들)'라고 한마디 씩 내뱉지 않을 수 없도록 짜여진 구성이었다. 국내 제약산업 및 보건의료 발전사에서 형성돼 온 매우 구조적인 문제를 단순 도식화해 보건의료 주체들을 이처럼 난도질 해 놓으면 어떻게 질 높은 미래 보건의료를 담보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아들 딸 보기 민망하고, 환자를 마주 볼 수 없을 만큼 면목 없도록 만들었다.
방송의 결론은 한마디로 의사와 약사들이 제약회사와 난마처럼 얽혀 리베이트를 주고 받으며 국민 주머니를 털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칙...'이 떠오를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의 핵심이 약가 거품이므로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를 유예없이 진행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가 초단기적으로 몰아치는 '신 약가개편안'의 정당성을 대변하는 '헌정방송'이자, 이의 부당성을 밝히려는 제약업계의 집단적 움직임에 부담을 주는 방송이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었다.
방송 내용처럼 리베이트는 사라져야 할 구악임에 틀림없다. 출연한 의사들이 "그거 판공비 아니냐"고 한 그 의식은 문제다. 하지만 이같은 의식에는 '저수가로 출발한 공보험체계에서 일정 부분 민간(제약사)의 보전을 눈감아 왔던 정부의 '오래된 무관심'도 한몫한 것이 사실 아닌가. 리베이트 쌍벌제를 의약분업 10년이 지나서야 도입한 이유가 이를 우회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약사들은 또 어떠한가. 구입물량이 큰 소수 문전약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약국들은 리베이트 돈 냄새를 맡기도 힘들다.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가 시행돼 유명 대형병원들이 저가로 구매하며 인센티브를 챙길 때 약국은 약 좀 제때 달라고 애원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리베이트 이야기만 나오면 '의약사 리베이트'라고 묶이고, 시장형 실거래가가 얘기가 나오면 약국이 싸게 산 만큼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또 엮여 그 모욕을 홀로 씩씩대며 견뎌야 한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의 문제는 1원 낙찰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싸게 산 인센티브가 국민보다 병원에게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는 점 아닌가. 제약사라고 1원 낙찰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계약상 슈퍼갑이 만들어 놓은 최저가 입찰 때문이다. 낙찰 못받으면 그 병원이 파생시킨 시장에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원외 시장서 이익을 남긴다는 이윤 동기보다 더 다급한 동기가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지한 접근과 생뚱맞은 결론
추적 60분 취재팀은 소중한 시청료로 일본과 대만을 찾아갔다. 대만은 자국 제약산업이 몰락한 곳이고, 일본은 글로벌 제약으로 성공한 곳이다. 자국 제약산업이 붕괴된 대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증언한다. 약가를 깎았더니 신약개발 쪽으로 제약회사들이 방향을 틀어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본은 단계적으로, 일관되게 가격을 낮춰 제약회사들이 스스로 향로를 선택하도록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일관된 당국의 시그널을 받아들여 합병(M&A)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국제적 경쟁력도 키웠다. 신약개발과 제네릭, CMO 등으로 주특기를 살려 나갔다.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 당시 일본기업들은 이미 신약개발을 하고 있었으며 글로벌에서 시험을 하고 있던 상황이다. 우리와는 체력이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기등재 목록 평가한다고 난리를 피우다 평가를 더이상 진행시키기 어려운 한계점에 봉착하니까 20% 일괄인하자, 부담된다면 7, 7, 6%로 나눠 인하하자 하다가 갑작스레 내년에 반값약가를 한다고 급반전 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리베이트에 정신이 팔려 연구개발을 등한시 했으며 그 결과 17개 국산신약이 나왔지만 총 급여액이 327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냉정해 지자. 1987년 물질특허 도입이후 서둘러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가 17개 인데 이게 연구개발을 안한 증거가 될까? 정부가 연구비를 대기는 했지만 상업적 성과를 담보하는 신약 가격은 지금 어찌 부여하는지 성찰해도 모자랄 판이다. 신성장 동력이야기 할 때는 17개 국산 신약을 왜 성과로 끌어다 쓸까? 신약개발 20여년 만에 이같은 성취를 한 나라는 많지 않다.
제약업계가 정부의 반값약가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 급진성 때문이다. 리베이트 쌍벌제도 나와있고, 리베이트 연동 약가인하제도 나와있다. 여기에 단계적 약가인하까지 작동되면 4~5년 안에 산업은 산업대로 제갈길 찾고, 리베이트 또한 쪼그라들 것은 자명하다. 이같은 기다림이 없으면, 산업이 죽게 생겼다. 추적 60분은 그동안 수없이 들어왔던 복지부의 논리는 강화시키면서 의약사의 현실적인 고민과 8만 제약인의 안정적 고용과 제약산업의 국제화를 통한 국부 창출같은 가치를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하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 음지에 뿌리를 둔 집단으로 다루고 있다.
소중한 시청료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니까, 원천징수를 당하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서 소감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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