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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부는 제약회사를 '젖소'로 만들 수 있나

  • 조광연
  • 2012-01-19 06:44:51

일반인들은 보건복지부를 통해 '복지'를 연상하겠지만, 국내 제약산업계에게는 누구보다 두려운 규제 당국이다. 그동안 신약개발 기금 지원 등 산업육성에 그나름 앞장서 온 공로에도 불구하고 약가 인하 정책에 데인 제약산업계 종사자들은 너나없이 규제기관으로만 복지부를 인식하고 있다. 그간 보여준 규제의 모습들이 육성의 고마움을 압도하는 탓일 것이다. 조자룡 헌칼쓰듯 리베이트를 사안 사안마다 데려다 쓰면서, 끝내 반값약가 정책 도입을 관철시킨 복지부가 최근 산업육성이라는 말을 곧잘 말하며 산업계에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6일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어 국내 제약산업을 전문 제약기업, 글로벌 제네릭 기업, 글로벌 메이저 기업 등 3대 유형으로 재편해 차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개발 10개,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5.4%, 글로벌 기업 12개를 만들어 세계 7대 제약 강국이 된다는 야심찬 계획도 제시했다. 정부가 마련한 혁신형제약 조건에 부합하는 50개 정도 제약회사를 다시 심사, 인증하고 지원하면 세계 7대 제약강국 진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리베이트로 성장해 번 돈을 건물사는데 쓰면서 연구개발을 등한시했다"(손건익 차관 건보공단 조찬간담)는 말과 "현재 신약 후보 약 20여 품목이 미국에서 임상 중인 것으로 안다. 대한민국 기술 수준 차이가 외국에 비해 크게 나지 않는다"(김원종 보건산업정책국장)는 고위 공무원간 상이한 인식들이 혼재된 상황에서 제약산업계는 소이부답(笑而不答), 웃을 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 아무 말 않는 것보다 냉소에 가깝다. 기업활동의 원천인 약값을 크게 깎아놓고 잘해보자는 말의 성찬에서 '병주고 약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탓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을 지원하는 것으로 일류 제약산업을 만들겠다'는 복지부의 정책은 효율성 극대화의 방편으로 누구나 입에 올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인위선택(artificial selection)이라는 진화론의 용어로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위선택을 설명하는 극단적 예는 젖소다. 갖 태어난 송아지가 어미 젖을 빨 때만 나와야 할 젖이 시도 때도없이 분비되는 현상은 인위적이다. 인간에게만 축복일 것이다. '주책없는 젖'은 인간이 유용한 형질을 갖는 개체를 선발, 자손을 남기는 과정을 계속 반복해 얻은 품종 개량의 결과물이다. 복지부가 '형질 좋은 혁신제약만'을 선택, 지원함으로써 '걸작품'을 전시하겠다는 방식은 그래서 '인위선택'과 닮았다.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은 국내 제약사들을 개량시켜 젖을 잘 만드는 젖소로 키우겠다는 정책이다.

혁신형 제약에 대한 집중지원? 좋다. 그런데 복지부가 내세운 조건에 부합하는 제약사에게만 '혁신의 형질'이 들어있다는 근거는 대체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매출액 대비 R&D비율이 낮은 제약사들은 절대 '플레밍의 푸른곰팡이'를 갖고 있지않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까. 혁신형 제약 집중지원 정책의 헛점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가 정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현재 혹은 외형평가' 때문에 사장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혁신형 선정 기준은 촘촘하고 견고해야 하며, 아울러 아이디어가 스스로 부화되도록 기업 환경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외형 조건이 정부가 내건 조건에 충실해 지원을 다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꽝'이라면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콩나물이 물만 준다해서 잘 자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부 정책은 주위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는 제약사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되도록 거시적 환경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선회돼야 마땅하다. 제약회사끼리 생존경쟁을 벌여 국내에서 살아남든가, 글로벌로 뛰쳐나가든가, 신약개발에 매진하든가, 제네릭 양산에 주력하든가 선택하도록 판을 깔아주면 되는 것이다. 다만, 반값약가도 모자라 참조가격까지 가겠다는 환경 조성은 지나치다. '게으른 사자라도 별 수 있겠나. 배고프면 사냥하겠지'식의 가혹한 조건은 환경을 사막으로 만든다. 사막에 살고 있는 생명체와 세렝게티 국립공원의 생명체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거시적 환경 조성의 관점에서 인위선택이 인센티브 형식으로 가미될 때라야 산업계는 숨을 쉴 수 있다. 비혁신제약의 상징으로 분류되는 영세기업의 난립이 리베이트를 부른다는 걱정도 과잉이다. 리베이트는 관련 쌍벌제로 접근하면 된다. 빈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초가삼간을 태우겠다는 발상은 과도하다. 어느 업종이든 영세기업이라서 퇴출을 강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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