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표의 야릇한 마력과 함의
- 조광연
- 2012-01-27 14: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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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1) 표가 여러 사람들에게 복잡하고도 야릇한 메시지를 보냈다. 대한약사회 임시총회 투표 결과 말이다. '약국 밖에서 상비약을 판매해도 괜찮겠다'는 찬성표는 107, '절대 안된다'는 반대표는 141이었다. 만약 1표만 반대표로 갔어도 대한약사회와 복지부 사이의 상비약 약국외 판매 협의는 당장 오늘부터 중단됐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 한표는 임계점까지 끓어 올랐던 약사들의 분분한 논란과 열기를 잠시 식혀 놓았다. 그렇지만 한표가 되돌려 놓은 상황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진행형이다.
김구 회장에게 한 표는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심리적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한표는 "대의원들이 협의안 반대를 결정하면 회장직을 내려 놓겠다"고 했던 김 회장을 일단 구해내는 역할을 했다. 복지부와 계속해 협의할 수 있는 구실도 제공했다. 그러나 김구 회장에게 한표는 여전히 미완성이다. 찬성표와 반대표만 놓고 보면 반대표가 크게 앞서 김 회장의 마음에 갈등의 회오리를 일게 만들었다. 피상적으로 파악했던 민의를 대의원들을 통해 직접 보았기 때문이다. 형식 논리를 따르면 사퇴하지 않아도 하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중시하면 한표에 기대어 협의안을 밀고 가기 힘든 형국이다. 김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그 한표는 김현태 경기약사회장을 필두로 하는 상비약 협상 반대파들에게 아쉬움과 함께 격려를 보탰다. 한표가 모자라 협상안 자체를 폐기시키는데는 실패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논란의 정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은 충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잠시 생각할 여유도 갖게됐다. 만약 협상을 폐기시켰다면, 오늘부터 투쟁모드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국 약사들에게 한표는 혼란스러운 메시지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걸까'하는 의구심이 다시 일어나는 탓이다. 특히 정부가 약사회 임시총회 결과와 무관하게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나니 더 그럴 수 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속이 터지는데 다른 약사들은 어떨까'했던 믿음에 금이간 것도 한표 때문이다. 당연히 협상안이 폐기될 것으로 봤는데 한표가 모자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상황에서 동료에 대한 알 수 없는 배신감도 꿈틀거릴 것이다.
한표 때문에 언론은 본연의 각을 세우지 못했다. '상비약 약국외 판매 반대'로 결론이 났으면 국민 편의성을 내세워 약사회를 맹렬하게 비판했을테지만 한표가 만든 모호함 때문에 '유보적 태도'를 견지할 수 밖에 없는 탓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찬성 107표가 보여줬듯 약사들도 국민편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긍정적 시각도 인정하게 됐을 것이다. 이 결과를 놓고 누가 과연 무조건 약사이기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을까.
이렇게 되고보니 등록만하고 사라져 투표 때는 현장에 없었던 16명도 역사의 한페이지에서 뭔가 역할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한다. 좀 냉혹해지자. 이들에게는 '무책임한 대의원'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한 약사들을 배신했고, 무엇보다 자신의 미래를 내팽개쳤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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