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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돈이 뭐길래 약국에 찾아와 쓰러지는지"

  • 데일리팜
  • 2012-01-30 12:24:48
  • 요약
  • [54] 건강보험없다고 구급차타기도 마다하는 비극 연출

당장 죽을 것처럼 느껴지면 병원으로 가야지, 돈이 뭐길래 약국으로 찾아오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약국 컨설테이션 윈도우에 찾아왔다. 며칠째 토하고 설사를 했다면서 무슨 약을 먹어야하냐는 것이다. Stomach flu(주로 설사하거나 토하는 감기 증상을 미국에서 일컫는 말)같다면서 자기는 지금 당장 죽을 것 같다고 주절거렸다. 사실 약국에서 일하다보면 약간 정신이 나갔거나 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주 나타나기 때문에 속으로 또 그런 부류가 찾아왔나보다 생각하면서도 어쨌든 주요 증상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I feel crap… I am feeling like passing out…." 이라고 하더니 눈이 뒤집히면서 내가 서 있던 카운터 앞으로 툭 쓰러진 것이다.

바깥 스토어 매니저에게 911을 부르라고 즉각 연락하고 옆에서 괜찮냐고 계속 말을 거니 몇분 후 의식이 돌아왔는지 뒤집혔던 눈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매니지먼트 팀 남자들을 불러서 일단 일으켜서 앉혔더니 의식이 돌아오고 물을 달라고 하길래 물을 한병 갖다주고 의식을 유지시키기 위해 이런 저런 말을 걸었다. 소방서가 약국 건너 편에 있으니 3~4분 만에 응급구조대가 왔다. 그런데 이 환자는 의식이 오락가락하면서도 자기는 건강보험이 없으니 구급차를 탈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다. 탈수가 심해서 죽게 생겼는데 건강보험이 있던 없던 일단 가라고 겨우 설득해서 결국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씁쓸했다. 돈이 귀한가 사람의 생명이 귀한가….(미국 사보험제의 비극이다. 미국에서 파산 원인 넘버원은 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중병에 걸려 병원비를 납부하지 못한 경우다).

예전에 일하던 지점은 종합병원 바로 옆에 있었는데 한번은 병원복을 입은 환자가 밤에 약국으로 들어와 정신 나간 행동을 하는 바람에 경찰을 부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심한 탈수증 환자가 와서 카운터 앞에 고꾸라졌으니 정말 약국에서 일하다보면 별별일이 다 일어난다. 처음 이 환자와 대화를 시작했을 때 그 눈빛이 약을 한 것처럼 느껴져 또 정신나간 인간이 왔구나하고 사실 건성으로 응대했는데 약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모르지만 탈수가 심하긴 심했던 것 같다.

어떤 한 약사가 한동안 휴직을 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인 즉을 이렇다. 약국 컨설테이션 윈도우에 찾아와서 가슴앓이(heartburn)를 호소하길래 제산제를 권고해주었다고 한다. 그 환자가 제산제를 집으려는 순간 가슴을 움켜잡고 쓰러져서 911을 불렀는데 구급차가 왔을 때에는 이미 생명을 잃은 후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 환자가 호소했던 heartburn은 위산과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협심증으로 인한 흉통이었다(heartburn 증상은 협심증의 흉통과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그 환자의 아내는 약국에 제산제 사러 간 남편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약국으로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남편이 약국에서 협심증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으며 그 일을 당한 약사도 얼마나 놀라고 기막혔으면 휴직까지 했겠는가.

캘리포니아 약사보드시험을 보기 위해 종합병원에서 무보수 인턴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약대 마지막 학기에 병원 로테이션 실습을 하던 약대생과 같이 일을 했었다. 나야 외국약대 졸업생으로 시간을 채우기 위해 병원 약국 일을 돕고 있지만 그 학생은 인턴이 수업의 연장이었기 때문에 특정 프로젝트를 마쳐야했다. 그 병원 약국에서 일하던 굉장히 아는 척 하던 약사 중 한명은 이 학생 인턴이 일하러 들어오면 항상 어려운 질문을 던져 학생 인턴을 당황하게 하곤 했는데. 그가 한 질문 중 기억나는 하나는 이렇다.

"만약 환자가 처방전도 없으면서 약국으로 갑자기 들어와 가슴을 움켜잡으면서 나이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설하정을 하나만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이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약사가 무슨 병인지도 모르면서 처방약을 환자가 달라는대로 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 911을 부르는 것이 최선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용법이 특이해서 처음 약을 받아가는 환자에게 꼭 상담을 한다. 어떤 의사는 정확한 사용법을 처방전에 명시하기 때문에 처방전에 있는대로 입력하면 되지만 어떤 의사는 그냥 "take 1 tablet under the tongue as needed for chest pain"이라고만 처방을 쓰기 때문에 별도로 사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 의사와 약사 사이에 가끔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의사는 약사가 당연히 상담하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반면 약사는 의사가 처방을 하면서 환자에게 이미 자세한 용법을 언급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국 환자가 의사에게도 약사에게도 복약상담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다.

언젠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환자가 처방약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자 간호사가 처방전을 환자에게 건네주면서 "약국에 가면 약사가 자세히 상담해줄 꺼예요"라고 말한 것을 들은 이후에는 의사가 이미 알려줬을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고 복약 상담은 무조건 약사의 책임이라고 간주하고 바쁜 가운데에서도 핵심을 제대로 상담해주려고 노력 중이다.

나이트로글리세린 설하정의 용법은 아래와 같다. Take 1 tablet under the tongue every 5 minutes up to 3 doses as needed for chest pain. If no relief in 3 doses, call 911(흉통 발생시 5분 간격으로 최대 3회 1정을 설하로 복용. 3회 복용 후에도 경감이 없으면 911 에 연락).

나이트로글리세린 패치는 하루종일 붙이고 있으면 내성(tolerance)이 생길 수 있으므로 패치를 붙이지 않는 시간(patch-off period)에 대해 꼭 상담해주어야한다. 나이트로글리세린 패치는 하루 24시간 중 12~14시간 동안만 대개 상박 (팔의 위쪽)에 부착하고 10~12시간 동안은 패치를 부착하지 않아야 내성 발현을 줄일 수 있다. 대개 의사들이 처방전에 "apply one patch daily on upper arm"으로만 사용법을 적기 때문에 나이트로글리세린 패치 처음 타가는 환자에게는 패치를 붙이지 않는 시간을 꼭 알려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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