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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용은 어른격인 상위제약사의 몫

  • 데일리팜
  • 2012-02-28 06:44:52

국내 제약산업계 리더십이 위기를 맞았다. 지난 23일 한국제약협회 이사장 선거가 화근이었다. 그동안 제약협회 이사장단사를 맡아 사실상 국내 제약업계를 견인해 왔던 상위 제약회사 11곳은 일성신약 윤석근 대표의 이사장 출마를 자신들에 대한 불신임으로 받아들여 이사회 중간 퇴장했다. 실제 중도 퇴장했던 모 제약회사 한 CEO는 선거 이틀이 지난 상황에서도 "신임 이사장 선출했잖아요. 그럼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라며 상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상태가 유지된다면, 현재로서는 이들의 회무 참여도 낙관할 수 없는 지경이며, 이들이 참여하지 않는 협회가 산업의 중심 역할을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동아제약, 녹십자, 대웅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중외제약, 종근당, 보령제약, 경동제약, 명인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 이사장단사들의 감정이 상한데는 나름 그 만한 사유가 있다. 협회 예산 20% 가까이를 분담하는 이들이 저가구매인센티브제부터 일괄약가인하소송에 이르기까지 책임감을 갖고 헌신적으로 대처해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부 정책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기업집단의 CEO나 오너들이 장충체육관에서 정부를 향해 부당성을 소리높여 주장한데 이어 정부가 조금도 반기지 않는 '집단적 약가소송'까지 결의했다. 또 다양한 공식, 비공식 루트를 통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라면 정부의 완강한 정책의지를 끝내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도 후보 출마를 선언한 윤석근 대표가 언론에게 ▲업계와 정부 간 소통 활성화 ▲제약업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 ▲거래질서 확립 ▲제약산업 효율성 제고 ▲균형있는 제약협회 운영 ▲약가 외 각종 정부정책, 제도 개선 ▲관련 단체들과 협력 관계 구축 ▲한미 FTA 대응 전략 개발 등을 공약이라며 내세우자 이사장단사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노력이 모두 부정당한 것같은 배신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개별기업을 이끌고 있는 CEO들이 없는 시간을 쪼개고,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우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보다 관전평만하고, 표대결로 하자고 나서는 현실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예컨대 일괄약가인하 소통 문제만해도 정부와 제약업계간 간극이 '1마일쯤 되는 리베이트' 때문인데 마치 제약협회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은데서 모든 문제가 기인된 것처럼 몰아부치는 것을 참기 힘들었지도 모른다.

다행인 것은 윤석근 신임이사장이 선거 당일부터 몸을 낮춰 기존 이사장단사를 일일히 방문해 "사죄할 것은 하고,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한 이후 행보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외곽에서 관전평을 하는 것과 플레이어로 뛴다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인 만큼 윤 신임이사장으로서는 이들의 회무참여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윤 이사장이 상처입은 종전 이사장단사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무엇보다 이들의 기존 노력에 대해 진심을 담아 인정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이와 함께 약가인하 소송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신약(개량신약) 개발 등 미래 제약산업 발전 방향에 관한 소신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는 '균형있는 제약협회 운영'이라는 윤 이사장의 의구심에 관해 스스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종전 이사장단사 11곳의 힘은 제약산업계 안에서 실로 막강하다. 이들이 회무 참여를 않고 방관하면서 비토하게되면 제약협회가 좀체로 방향성을 잡을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칫 이 상태가 오래가면 협회 양분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그같은 상황이 전개되면 결국 제약업계 전체를 옥죄게 될 정책을 제어할 창구를 잃게 될 것이다. 이사장단사들이 지금껏 사명감을 갖고 열심히 일해왔지만, 협회 회무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변화를 갈망하는 제약회사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터부시 할 수만 없는 시대다. 좀더 개방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커진 것이다. 결국 온 마음으로 헌신해온 기존 이사장단사나, 변화를 갈망하는 새 세력이나 제약산업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점에서 조금도 다를바 없다. 윤 이사장이 진정성으로 다가선다면, 국내 제약업계의 어른격인 상위 제약사들도 관용의 문을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적 가치든, 변화의 열망이든 '협회라는 용광로'에서 녹여져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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