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학·현장실습에 초점 둔 약대전문교육돼야"
- 데일리팜
- 2012-03-08 13:3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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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9] "한국에서 배우고 미국에서 다시 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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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약대에 다닐 때 심혈관계 질환 치료학(therapeutics)에 대해 한 과목으로 공부했었던가? 약사 본연의 업무와 거의 동떨어진 각종 기초과학과목들은 한 학기동안 배웠지만 정작 중요한 약물학은 한과목으로 한학기 배운 것이 전부다. 약물학 시간에 심혈관계 약물에 대해 아마 아주 길어야 3~4시간 동안 교수가 한자가 군데군데 섞인 오래된 약물학 교과서를 줄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 그으라고 하면 밑줄 쫙 그은 것이 전부다. 시험보기 직전에 도서관에 족보가 돌면 족보에 나오는 문제에 대한 답을 막판에 암기해서 쓰는 것이 학점을 잘 받기 위한 방법이었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온지 얼마 안된 교수들은 원서로 각종 기초과목들, 무기화학, 유기화학, 물리약학, 미생물학 등을 가르쳤지만 약사가 돼서 직접적으로 적용할 일은 없었다. 약사시험은 어땠나. 약사가 돼서 거의 쓸 일이 없는 과목들에 대한 단답형 문제를 풀기 위해 도시락 싸가지고 시험장에 들어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있었다.
내가 약대에 다니던 시절에는 내 바로 앞번호 친구가 이렇게 말했었다. 한국에 있는 약대교수의 대부분은 유기화학, 미생물학이 속한 이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 미국 '약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받은 팜디(PhamD)가 아니라는 것이다(미국에서 98년 이후에 약대를 졸업한 모든 약사들은 팜디 소지자다). 그 당시에 나는 약대교수라면 당연히 미국 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그런 사실을 확인하자 충격을 받았다. 그 친구가 말하길 당시에 미국에서 팜디를 취득하고 약대교수가 된 분은 숙명여대의 신현택 교수 한 분 뿐이며 그 분이 한국 약대에서 취약한 임상약학을 발전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한 것은 내가 약대를 졸업할 무렵인 1995년도였던 같다.
사실 지금 한국에 약학교육 6년제가 도입됐다고 하는데 어떻게 교육과정이 구성됐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예전에 내가 받았던 약대교육과정이 내용은 바뀌지 않고 개명만 됐다면 한국 약사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제반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미국식을 따르자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약대의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일리가 있다. 대개 2년간은 기초과목인 물리학, 화학, 미생물학, 생물학, 통계학, 미적분학, 생화학에서 학점을 이수하고 2~3년 동안 치료약물학을 배우고 여기에 약물동력학, 약사법, 면역학, 생리학 등등 관련과목을 배운다. 마지막 학년이나 학기에는 반년에서 1년간 학교와 연계된 병원 약국에 로테이션 실습을 하는 것으로 약대교육이 마무리된다.

이렇게 훌륭한 약대교육을 받고 약사가 됐으면 빠릿빠릿하게 처방전을 리뷰해야할텐데 신참 약사는 의사의 처방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있게 처방전을 리뷰하지는 못한다. 예를들어 정신과 전문의가 rispedidone, benztropine, paroxetine, trazodone을 한 처방전에 처방했다고 하자. 시스템은 risperidone과 paroxetine를 병용금기로, paroxetine과 trazodone은 serotonin syndrome 으로 경고할 것이다. 고참 약사는 양극성 장애(risperidone)를 보이면서 우울증(paroxetine)이 심하고 야간에 불면증(trazodone)이 있고 항정신병약을 장기복용하여 비자발적인 근육운동 부작용(benztropine)이 있으며 정신과 전문의가 세로토닌 신드롬을 고려하여 투여량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시스템에 경고가 뜨더라도 문제없이 내보낸다(가정의학과에서 이런 처방이 나왔다면 당연히 의사와 먼저 연락한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신참약사는 처방전 리뷰를 중단하고 연락을 시도할 것이고 당연히 의사는 바쁘니 간호사가 통화중 대기로 돌릴 것이고 결국 팩스를 요구할 것이고 환자 대기시간은 점점 길어질 것이다.
약대교육과정 중 실습교육경험이 약사가 되서 닥치는 현장경험을 능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약대교육의 목표가 약사를 양성하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임상현장의 맛배기는 보여줘야하지 않나. 내가 약대를 졸업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이다. 지금 한국의 새로운 약대교육과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똑같은 내용에 과목명만 변경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1992년 약대 재학시 통계학을 배울당시 한자가 잔뜩 섞인 교과서에 각종 통계문제들이 있었는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공식따라 기계적으로 계산만 했던 기억이 난다(그래서 학점이 낮았나?). 내가 2003년에 미국에서 MBA 과정을 이수할 때 필수과목으로 통계를 배우면서 통계가 얼마나 실용적이고 흥미있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됐다. 그 교육과정은 이렇다. 통계학 수강을 위해 SPSS를 각개 컴퓨터에 설치한 후 (물론 SPSS 프로그램 값을 지불해야했다) 강의시간에 교수가 데이터를 주면 데이터를 입력하여 SPSS를 돌리고 그 결과를 읽는 법을 배운다. 통계가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 어떤 요인이 왜곡된 결과를 불러오는지, 통계치 전망(projection)은 어떻게 하는지 배운다. 통계를 진짜로 쓸 수 있게 배우는 것이다.
나의 의견은 오래전 약대교육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한국 약대교육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얼마 전 약대교육과정이 개편된 것으로 안다. 이런 개편으로 치료약학(therapeutics)과 실습(pharmacy practice experiences) 강화되고 제반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한국에서도 입원환자 치료를 위한 임상전문약사가 자리를 잡고, 환자의 처방을 제대로 읽어내고 상담할 수 있는 커뮤니티 약사가 배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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