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빌려준 자가 약사면 파리도 새다
- 데일리팜
- 2012-04-18 12: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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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현금인출기 쯤으로 여기며, 묻지마 식으로 약을 조제·판매해 178억원의 매출을 올린 일당 46명이 적발된 사건은 충격적이다. 7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약사로서 정상적 활동이 어려운 '허수아비 약사'를 내세워 장사를 한 '면허대여 약국' 17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법에 따라 이들을 엄벌하되, 특히 면허증을 빌려주고 불법에 발담근 '허수아비들의 면허'는 당장 취소해야 마땅하다.
이번 사건이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천박한 자본의 돈벌이'에 약사들이 자발적으로 가담해 헌신, 봉사했다는 점이다. 의약품의 안전성과 생명존중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약사들이 부작용이 큰 스테로이드 성분을 신경통과 관절염 치료제로 쓰고, 발기부전치료제를 무분별하게 판매하는 불법의 현장에 기생하면서 전문인의 윤리를 팽개친 것은 이들이 이미 약사이기를 포기한 망발이다.
전주(錢主)들과 이해를 같이한 허수아비 약사들은 면허증을 소중히 생각하며, 고객 한명 한명에게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 발버둥치는 동료들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감도 안겼다. 시냇물을 흐린 미꾸라지 역할을 이들이 톡톡히 한 셈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이들의 불법적 행동들이 방치됨으로써 약국의 이미지도 부지불식간에 실추돼 왔을 것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전문인이 아닌 천박한 자본이 약국을 주무를 때 어떤 폐해를 몰고 올지 미리보여주는 긍정적 교훈의 역할도 하긴 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전국 2만여개 약국 중에서 면대약국이 17곳뿐이겠느냐는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됐다는 점에서 약사회를 중심으로 범 약사사회는 암세포를 도려내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 결코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의 특별한 현상 쯤으로 좁혀 볼 사안이 아니다. 실상 약국들 만큼 면허대여 약국을 잘 알고 있는 곳도 없다. 촘촘하게 엮인 네트워크에서는 의심약국들이 쉬 거명되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렇다면, 약사회는 경기지방경찰청이 포문을 연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면대약국을 발굴하며 고발하고 솎아 내는 계기로 삼아야 것이다.
가뜩이나 언론이나 사회가 약국을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현실에서 우물쩍대다가는 약사를 천직으로 생각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대다수 약사들이 다같이 죽어나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의 건강은 아랑곳않고 약 파는데만 정신이 팔린 전주들과 손발을 맞춰 불법을 저지르는 면허소지자들은 약사일 수 없다. 무엇보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로 법질서가 느슨해진듯 비쳐지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본이 면허대여 약국을 차릴 개연성은 한층 높아졌다. 암세포를 초기에 다스리지 못하면, 결과는 죽음 뿐이다. 약사회가 이를 방관하는 것도 약사회원들에 대한, 그리고 국민들에 대한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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