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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가약 직권등재도 공급거부땐 속수무책"

  • 최은택
  • 2012-05-01 06:44:58
  • 조정위 '솔리리스' 조정 골머리…"근본대책 모색할 때"

약제급여조정위원들이 시름에 잠겼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솔리리스' 직권조정 시한은 20일도 남지 않았다.

앞으로 많아야 3~4번 회의를 갖고 결론을 내야 한다. 고민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하기에 약값이 너무 비싸다는 게 하나다.

한독약품이 요구하는 가격과 건강보험공단의 최종 협상 제안가격을 감안해 '적정수준', 예컨대 중간가격으로 직권등재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약값에 불만을 품은 제약사가 공급을 거부해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또 하나의 고민이다.

보건의료계 한 전문가는 "이런 경우 급여조정위원들이 오히려 제약사 눈치를 봐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직권등재의 유명무실을 빗댄 말이다.

실제 #급여조정위원회의 권위는 지속적으로 도전받아 왔다. 2007년 첫 조정회의를 시작한 이후 이 위원회에 회부된 의약품은 '솔리리스'가 7번째, 회의는 6번째 소집됐다.

2008년 엘라프라제 약가협상 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한 환자 가족.
2008년과 2009년 위원회에 회부됐던 헌터증후군치료제 '엘라프라제주', 뮤코다당증치료제 '나글라자임주', 폼페병치료제 '마이오자임주'는 제약사가 직권등재 가격에 불복해 제품공급을 거부한 사례다.

이후 엘라프라제주는 관세면제 조치, 나글라자임주와 마이오자임주는 '리펀드제도' 시범사업으로 고시가(표시가격)을 인상한 뒤에야 제품 공급이 원활해졌다.

1인당 연간 평균 2억원 내외, 가장 많은 경우 한명이 20억원 가량의 약값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혈우병치료제 '노보세븐'도 부침이 적지 않았다.

이 제품은 2008년 급여기준이 2차에서 1차 치료제로 확대되면서 제약사가 약값을 45.5% 자진인하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같은 해 12월 환율 급등과 자진인하시 과도한 인하율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61% 약가인상 조정신청을 냈다.

다음해 5월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 중에는 약품재고가 모두 소진돼 환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협상결렬로 같은 해 7월 위원회에 회부됐고, 평균 33% 약값을 인상한 후에야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졌다.

약값 결정은 1년 후 재협상과 20억원 현물지원을 조건으로 했다. '노보세븐'은 다음해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에서 다시 30% 가량 약값이 하향 조정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급거부 논란을 불러왔던 백혈병치료제 글리벡은 기등재 의약품 가격을 낮춰달라고 환자들이 조정신청을 제기해 2009년 위원회에 회부됐던 경우다.

위원회는 고용량 제품 미도입 등 5~6가지 이유를 들어 14% 직권인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제약사는 이 결정에 불복해 곧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함께 약가인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약가인하 집행정지 신청을 수용한 데 이어 1~2심 모두 제약사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대법원에서 원심이 확정될 경우 위원회의 권위는 실추될 게 뻔하다.

보건의료계 다른 전문가는 "급여조정위원회에 올라오는 약제들은 필수약제이거나 약값 자체가 비싼 초희귀의약품들"이라면서 "협상력 자체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 제약사에 기울어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가 가격을 정해 직권등재 결정해도 제약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 결정 당시에는 공급이 이뤄졌어도 나중에 수급 문제나 약값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복지부 앞에서 솔리리스 협상타결을 촉구하고 있는 환자단체 관계자. 초희귀약제 급여등재 논란은 2008년이나 올해나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
'솔리리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위원회는 그동안 두 차례 회의를 갖고 협상당사자인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 환자단체의 의견까지 청취했다.

그러나 제약사가 제시한 바이알당 655만7098원,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450만5195원간 간극을 줄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제약사 요구가는 A7조정평균가, 건강보험공단 제시가는 영국 조정가격이다.

심평원 약제급여조정위원회는 당초 리펀드 협상을 전제로 A7조정평균가를 수용할 만하다는 의견으로 건강보험공단 협상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는 2일 예정된 3차 회의에서는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실제 '솔리리스'를 처방하고 있는 임상전문의를 초청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환우회 관계자는 이미 지난 2차 회의에서 '솔리리스' 복용이후 정상생활이 가능해진 사례를 소개했다.

임상전문가 또한 이 약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 관계자는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점은 거의 없다. 비싼 가격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적정한 조정가격을 내놓으려고해도 합당한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의사결정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토로했다.

위원회 다른 관계자는 "제약사 요구가격을 수용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안정 수급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매번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근본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정위원들이 사안이 있을 때만 호출돼 주먹구구식 가격 논의를 이어갈 게 아니라, 그동안의 조정사례와 해외제도 등을 면밀히 연구해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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