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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조제현장 상황 제각각…만성화된 '음영지대'

  • 김정주
  • 2012-06-12 12:25:54
  • 조제 규모·형태따라 청구도 '습관적'…고의성과 구분돼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국 청구 점검 중 사상 최대 규모로 불거진 이번 사태는 조제 규모와 처방전 유입형태, 환자 병목시간대부터 심지어는 근무약사·전산원 청구 패턴 등 그간의 약국 현장 관행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달리 말해, 이는 심사와 사후관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거나 여력이 되지 않아 방치돼 왔던 사각지대가 있었음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6억원 '꿀꺽'한 내역부터 교품까지 이유도 '천차만별'

심평원이 이번 조사에서 주된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고의성이 다분한 고액의 불법 대체청구다. 현지확인 검토 대상으로 선별된 1830곳의 약국은 이 같은 맥락에서 구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고의성을 의심하는 핵심 기준은 장기간에 걸친 저가약 사입-고가약 청구 패턴이다. 특정 의약품을 이 같이 청구하는 방식은 약국의 불가피한 조제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심평원이 이번 조사에서 행정처분 결정이 유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한 약국은 2년여에 걸쳐 약 6억원의 대체청구 차액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와 동떨어진 단순 착오나 과실, 또는 습관적으로 처리해 온 약국 행정업무에서 비롯된다.

서울의 A약사는 "진통소염제 중 약이 모자라 대체조제 해서 급하게 조제했던 것 중에 일부 (대체청구된 사례가) 있는 것 같다"며 "다 합해봐야 만원도 안 되는 액수인데, 나중에 보니 생동성시험을 거치지 않은 약이 포함돼 있어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심평원이 고의성을 의심하는 핵심 기준은 장기간에 걸친 저가약 사입-고가약 청구 패턴이다.
이 처럼 약국가는 공급내역과 청구내역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약국은 사실상 드물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약 손상과 양도양수 과정에서의 소실, 또는 분실 등이다.

이 가운데 심지어는 자가조제·복용 사례들도 있어서 향정약, 마약류를 제외한 의약품의 들고나는 정황이 완벽할 수 없다는 항변이다.

경기 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B약사는 "알약의 경우 부스러지거나 떨어뜨려 분실하는 일은 조제실에서 허다한 일"이라며 "엄격하게 관리되는 향정약이나 마약류는 논외로 치더라도 공급내역과 청구가 명확히 일치할 수 없는 현장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고약 #교품 문제도 있다. 그간 약사회는 시군구 단위까지 고질적인 재고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체를 상대로 재고약을 다른 의약품으로 교환받는 단체 교품사업을 벌여왔지만 이번 사태에서 소명받을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때문에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 그간 연중 사업정책으로 진행했던 교품사업을 황급히 철폐하고, 금전 환불로 전환하는 등 진풍경도 목격됐다. "사전동의·사후통보 안했다가…" 약국가 업무관행이 화 자초 이 같은 약국 관행들은 소규모 의약품 거래를 행정업무로 인식하지 않거나 가볍게 치부하는 소매점 규모의 경영 인식이 약사사회에 근본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약국장인 내가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는 식의 불감증이 거래에서부터 내역서 작성, 보관에 이르기까지 전체 약국 행정업무 처리에 문제를 야기한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약사들 간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B약사는 "인터넷 도매나 주거래 업체들을 제외하고 소량 주문, 약국 간 (오프라인) 교품 등은 기록하지 않거나 간단히 메모하고, 한꺼번에 대충 처리하는 경우가 주변에 많다"며 "기억에 의존하는 등 가볍게 치부하는 관행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체조제 사전동의 또는 사후통보 절차가 약국 현장 상황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대체조제에 대해 약국들은 복약지도 단계에서 환자에게 동의를 받고 있지만 의료기관에는 불편한 관계가 두려워 통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경기 지역 C약사는 "대체조제를 하더라도 간호사가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 와중에 전달이 안되기도 해서 지나치곤 했다"며 "만에 하나 '대체조제 많이 한다'며 항의를 받거나 환자들 사이에서 잘못된 소문이 돌까봐 두렵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각지대에서 혼란에 휩싸인 약사들은 현장 상황을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A약사는 "어떤 이유에서든 환수 결정이 나면 감수할 수밖에 없다. 소액은 동업약국을 제외하고 일일이 소명에 나서는 동네약국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내역서를 갖고 있어도 창고에서 하나하나 찾아내는 것 자체가 일하면서 가능하겠냐"고 밝혔다.

C약사 또한 "악의적으로 청구한 약국들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 놓일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면 정부에서도 약국 현장을 고려한 대책을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약국에 고질적으로 뿌리박힌 업무관행과 불감증은 거래에서부터 내역서 작성, 보관에 이르기까지 안일한 약국 행정업무 처리로 드러난다. 이대해서는 약사들 간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심평원 '단순과실'이냐 '악의적 사기'냐…처벌 수위 놓고 고심

적발에 나섰던 심평원도 이 같은 약국가 사정을 어느 정도 가늠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데이터마이닝을 통해 적발된 약국들은 약사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이고 부당규모에 따라 현지조사 대상이 되지만, 이번 경우는 단순과실을 강하게 호소하는 약국들이 1만8000곳 중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이다.

청구 데이터 상에서도 약국별 소액 청구 오류와 단순 교품, 과실 등 흐름을 통해 이점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심평원이 약국별 처벌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평원은 제약·도매에서 보고한 공급내역과 약국 청구를 대조해 제품별 사입과 청구 오류를 찾아내는 방식으로 데이터마이닝을 작동시키고 있다.

이는 장기간 고가약 사입-저가약 청구에 대한 개연성을 시스템화 한 것인데, 현지확인 적발률 100%를 위해 대상 약국 선별과정에서는 역추적 방식을 사용한다.

즉 의심 약국의 저가약 사입-고가약 청구 패턴을 찾아 고의성을 추정하는 것이다.

기존에도 차액을 챙긴 약국을 액수별로 정렬하고 상위 약국 일부를 역추적한 결과 이들의 고의적 대체청구는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행해진 것이 드러난 바 있다.

비싼 약을 싼 약으로 대체조제 하고 원래의 비싼 약으로 청구한 사례는 있어도 그 반대의 사례는 거의 없었다는 점 또한 개연성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 심평원의 설명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역추적 방식 등 금액별 선별작업을 거쳐 강도 높은 처벌 대상 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을 구별하고 있다"며 "현지확인 후 복지부 현지조사가 필요하다고 결정될 약국들은 원칙대로 규정에 해당되는 모든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심평원은 고의적인 불법 대체청구 약국과 그렇지 않은 약국을 구분하고, 조사 방법과 처벌 수위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실수 또는 착오로 휘말린 상당수 약국들의 구제 필요성과 현지확인과 조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낭비 등 비효율성 등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약국에 현지확인 또는 조사에 투입될 인력이 5명 내외로 적고, 이 인력들은 의료기관을 포함한 전 요양기관에 걸친 업무를 겸하고 있어 일시적으로 집중투입 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행정적인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우려다.

때문에 심평원은 청구 불일치 정도에 따라 각각 차액 환수 수준에서 매듭지을 지 그 수위를 고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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