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잘짓는 약국'과 '유발' 박물관 안으로
- 최봉영
- 2012-06-11 12:2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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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습 리베이트, '서랍' 안에 가두고 자물쇠로 잠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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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이전, 약국들이 돌아가며 저녁 늦게 문을 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저녁 당번약국 개념인데, 개념만 같지 그 출발점은 요즘 당번약국과 전혀 다르다.
문만 열어 놓으면 환자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절인지라 '서로 문을 열겠다'고 아우성치다보니 서로 문을 닫을 수 없는 이상현상이 일반적이었다. 오죽하면 '쪽문'을 열어놓는 약국들이 다 있었을까.
약사회 임원들이 당번약국을 계도하고 찾으러 다니기보다 문을 닫지 않는 약국을 찾아다닐 지경이었다.
약국과 의원 모두 조제가 가능하던 의약분업 이전 시절 약국과 의원은 경쟁관계였다.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젠 의원과 약국이 친구처럼 붙어 있다. 친구처럼 붙어있는데도 '교감'이 서툰 것은 과거 유산일지 모르겠다.
"김 약국 약이 참 잘 들었었는데"
의약분업 이전 '약 잘 짓는 약국'이라는 말은 흔했다. 처방권이 약사에게도 있던 시절이었던 탓이다. 의사 처방에 맞춰 조제하는 요즘 '약 잘 짓는 약국'이라는 말은 기억에나 살아있는 '죽은 말'이됐다. 따라서 '어디가 어때요?'라는 약사의 말은 ' 빨간색 약은 항히스타민제 인데요…'라는 복약지도로 변화됐다.
그래서 일까? 약국의 상징물이었던 '작은 절구(유발)'도 이제는 약국을 데코레이션하는 장식물로 기능이 바뀌었다. 거의 모든 약국에 있다시피했던 한약장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그 많던 한약장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한약장은 때때로 근사한 식당을 고풍스럽게 만드는 장치나 개인 수집가의 전시관에서 만나게된다.

'동해안 개는 명태를 물고 다닌다.' 명태가 잘 잡히던 시절의 말이다. 약업계 안에서 일반약이 매우 흔했던 때가 있었다.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 이전 시절이다.
그러나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가 시행되면서 제약사 직원들도 자기 회사 일반약을 구하기가 어려워 졌다.
실제 A제약 임원이 최근 부하직원인 일반약 담당 모 PM에게 감기약을 부탁했다. 몸살감기가 겹쳐 약국갈 시간이 되지 않아 A사가 발매한 감기약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해당 PM은 두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했다. '약이 없습니다'고 정중히 말하는게 정답이었으나 찜찜했다. 그래서 약국에 달려가 감기약을 직접 구매해 갖다 받쳤다.
이같은 현상은 의약품 공급내역 보고가 시행되면서 제약사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 됐다. 제약사 직원들은 '일반약 좀…'하는 부탁이 무섭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탁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으로 인해 제약업계 안에서 사라진 것들도 있다. 대표적 사례가 흔하게 제공됐던 판촉물과 명절 선물. 영업사원들 가방에 늘 들어있던 USB나 볼펜 등 판촉물이 이젠 없다.
지금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규정 내에서만 판촉물을 제공할 수 있어 예전보다 눈에 띄게 사라졌다.
명절 선물도 마찬가지. 공정규약은 명절 선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선물 주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아직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지는 못해 영업사원들은 명절 앞뒤로 거래처에 모습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 공연히 민망해서다.
물론 일부 영업사원들이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주는 경우는 있지만 제약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아주 가끔 지인들에게 스마트폰을 활용한 기프트콘을 쏠 뿐이다.
여기는 식약청 '줄을 서시오'
과거 식약청 앞에서 제약사 직원들이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다. 다름 아닌 GMP 업소 차등평가 때문이었다.
GMP 업소 차등평가는 제약사 등급을 A부터 D까지 매겨 제약사에서 직접 확인을 했다.
이 때문에 GMP 업소 차등평가가 발표되는 날이면 식약청 앞이 제약사 직원들로 북적거리던 시절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물렸던만큼 줄서기도 다반사였다.
이제는 GMP업소 차등평가가 없어지는 대신 매 제품 허가때마다 사전 검토를 받는 체제로 바뀌면서 식약청 앞에서 애를 태우며 결과를 기다리는 일은 옛추억이 됐다.
김 차장이 집을 샀다고? 집들이 언제한데?
식약청, 공단 등 공무원 사회에서 사라진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집들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사를 하거나 신접 살림을 하게되면 집들이는 통과의례 중 하나일 정도였다.
하지만 몇 년 새 '집들이 안 하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특히 신혼집에서 들렸던 새 신부의 노랫소리는 물론 밤새 외치던 '고, 스톱' 소리도 박물관에 들어가 버렸다.

막내들의 손이 마르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청소 때문이었다. 지금은 청소업체를 이용하거나 청소를 따로 맡는 사람들이 전담한다.
10년 전만 해도 아침 청소는 막내 몫이었다. 상사들의 책상을 물걸레로 닦고, 재떨이와 휴지통을 비우며, 걸레로 바닥을 닦는 일은 흔한 풍경이었다.
청소를 하며 존경하는 상사 자리는 물걸레질 한 번 더 해주고, 괘씸한 상사자리에서는 속으로 투덜대며 설렁설렁 닦던 '소심한 복수'도 사라졌다.
아침 청소는 인사고과의 항목이기도 했다. 청소하려면 일찍 나와야하는 만큼 상사들은 청소하는 모습으로 직원들의 성실성을 평가하기도 했다. 이제 막내가 상사 자리를 청소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사라진 것도 많지만 사라져야할 것도 있다. 제약업계 사람들 누구나 공감하듯 그건 바로 리베이트 구습이다.
리베이트가 정부의 강력한 규제 정책과 업계의 자정 노력으로 예전보다 많이 사라졌다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 게 사실. 추억하지 않아도 좋을 악습이다.
약국과 병원에서 사라져야 대상은 전문카운터와 사무장병원. 카운터와 사무장병원도 햇볕을 받기 시작했다. 약사회도 카운터를 없애기 위해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 사무장병원도 마찬가지.
이제 리베이트, 카운터, 사무장병원은 '예전에는 그런 것들도 있었지'라며 회고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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