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vs 약, 여성 vs 종교…응급피임약 재분류 양분화
- 최은택
- 2012-06-11 12:24:5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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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단체 "일반약 전환 시기상조" 반대입장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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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 대 약사단체, 여성계 대 종교계가 찬성과 반대 최전선에서 찬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약사사회 의견그룹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을 발표했다. 환자단체는 반대 여론에 가세했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 때와 다른 의약단체 시선 산부인과의사회 "재분류 아닌 분업예외 지정 필요"
◆의 vs 약의 전선=대한산부인과학회는 식약청 재분류안 발표을 앞두고 선제 대응에 나섰다.
이 학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장의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결국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호르몬 함량이 10배나 많은 고농도 호르몬제여서 오남용은 물론이고 적정하게 사용하더라도 여성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집단인 이 학회의 첫번째 반대이유다.
또한 피임 실패율이 15% 내외로 높은데도 불구하고 일반약으로 전환될 경우 이 약에 의존해 피임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식약청이 참조한 외국에서도 일반약 전환으로 판매량은 수십배 증가했지만 낙태를 줄이지 못하고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이 학회는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복지부앞 1인시위로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 단체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성명에서 산부인과학회와 같은 취지에서 일반약 전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정작 필요한 것은 일반약 전환이 아니라 24시간 운영되는 병원에서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학회나 산부인과의사회는 그러나 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약사회는 이어 "사전 경구피임제가 전문약이 되면 의료비 부담이 현행 대비 4.4~5.3배 증가한다"면서 "식약청이 (뒤늦게) 재분류에 나선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의료계 달래기' 식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 게 아닌 지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에 대해서는 별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재분류안에 대한 의약단체의 찬반입장은 과학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해관계에 기반해 정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혐의를 벗을 수 없다.
더욱이 의사단체는 '편리함을 추구하다가 건강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 약사단체는 '친민감 높은 약사와의 상담으로 피임약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최소한의 국민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밝혀, 일반약 약국외 판매논란 때와는 모순된 주장을 내세웠다.
종교계 "반생명적 낙태약"...일반약 전환 반대 여성단체 "사전피임약 전문약 전환 말 안돼"
◆여성 vs 종교 전선=예상대로 여성단체와 종교계는 찬반양론의 최전선에 섰다.
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는 지난 7일 "식약청의 응급피임약 일반약 분류를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반대 이유로는 응급피임약은 단순한 피임약이 아니라 반생명적 낙태약이며, 일반판매하더라도 원치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지 못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도 다음날 성명을 통해 "안전성 문제, 오남용 문제 등 야기될 수 있는 문제가 산적함에도 단순히 부작용이 적다는 이유로 일반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식약청이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망각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특히 "사후피임약은 피치못할 경우 복용하는 응급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급히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처방인데 이번 발표는 문제의 원인은 해결하지 않은 채 결과만 수습하려는 눈가림식 대응처럼 보인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반면 여성단체의 생각은 달랐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4개 단체는 7일자 공동성명에서 "경구피임약 전문약 전환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경구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는 것은 피임을 원치않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임신과 피임에 대한 복지부의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 재확인해줬다"고 비판했다.
사후피임약을 약국판매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바꾸는 것은 우스꽝스럽고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이자, 병원과 약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한 판단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이들 단체는 "피임약에 대한 정책은 각종 이해관계나 경제 논리의 경합이 아닌 여성이 처한 현실과 건강권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도 회원단체 및 협동회원단체 63개 회원 공동명의로 같은 날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신중론을 폈다.
이들은 "지난 40여년간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사전피임약을 이제와서 부작용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전문약으로 분류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사후피임약의 경우도 사전피임약보다 호르몬 농도가 10~15배 높아 부작용과 합병증 위험이 크고 정상적인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하는 등 많은 우려와 문제점이 수반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 성급한 발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식약청이 공청회를 통해 의견수렴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일의 선후가 뒤바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면서 "이제라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자단체 "국민은 낙태약으로 생각" 시기상조 건약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신중론
◆환자단체와 약사사회 의견그룹=약사사회 의견그룹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도 의약품분류 세부기준에 대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과학적 판단과 사회적 합의를 선행한 후 재분류를 실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다.
건약은 특히 "국내 의약품 부작용 모니터링과 사후조치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외국의 기준만 근거로 삼는 것은 식약청의 의약품 안전관리 의지와 능력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는 응급피임약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약이라는 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약국 판매는 시기상조라며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11일 성명을 통해 "전문가 1/2, 소비자 1/2의 구성으로 의약품 분류 검증 위원회 신설을 촉구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반대이유로 법률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국민은 낙태약이라고 생각한다는 점, 오남용 방지와 청소년 보호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 단체는 "이번 발표는 사전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하기 위해 약계의 반발을 무마시키기 위한 거래로 오인되기 충분하다"며, 정치적 거래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가적으로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일반약에 대한 환자의 선택권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일반약 진열형태를 환자가 가격, 효능, 부작용 등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촉구했다.
한편 응급피임약 일반약 전환을 요구해온 경실련도 조만간 이번 재분류안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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