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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피임약 보험적용 리필제 등 몇 가지 제안

  • 데일리팜
  • 2012-06-15 06:35:15
  • 리병도 약사(전 건약 회장)

"부부관계도 의사 허가받고 하라는 말이냐." "우루사가 무슨 부작용이 있다고 전문약이냐." "수 십 년 써오 던 피임약을 처방받으라고."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피임약 등에 대한 재분류 안을 발표한 이후 의약계를 비롯하여 종교계, 여성계 등을 비롯 수 많은 시민사회단체들, 아니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마디씩 각종 포털과 페이스북, 트위터, 언론들의 전면을 장식하며 이에 대한 논쟁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혼란 속에 그나마 눈여겨 볼만 한 것은 이번에 식약청이 모든 의약품에 대하여 의약품 분류 세부 기준으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마련한 분류 알고리즘을 제시한 것이다. 그간 의약품 분류의 세부기준 조차도 없었던 것에 비하면 좀 더 나은 것이지만 이 알고리즘이라는 것을 잘 살펴보면 별로 과학적 근거가 없다.

그저 선진8개국에서 전문이면 전문, 일반이면 일반으로 하겠다는 것 말고는 보이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 기준으로 하면 얼마 전 부작용이 문제가 된 게보린은 당연 퇴출이다. 그러니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셈이다.

사전피임약의 경우 정부가 발표한 세부기준에 의하면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야 하나, 지난 50년 동안 국내에서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사후 모니터링 없이 일반의약품으로 사용된 경험과 피임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 사회적, 인권적 측면에서 보면 일반 의약품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전문약 전환을 반대하는 여성계의 목소리를 모아보면 피임약 재분류 결정은 여성의 결정권과 의료접근권을 중심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과, 경구피임약과 사후 응급피임약 모두를 일반의약품으로 허용하고 여성의 의료 접근권을 확대하라는 요구로 요약할 수 있다.

여성계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신체와 생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에 이에 대한 결정권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여성은 자신의 삶을 고려하여 임신과 출산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피임약의 보급과 이용에 대한 정책적 결정은 여성들에게 임신, 출산에 관련된 의학적 정보와 의료 접근권, 의학적 조치에 대한 선택권 그리고 이를 위한 제반의 사회, 경제적 기반이 제대로 마련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단순히 약의 부작용 정도만을 근거로 의-약사 간 이권 경쟁에 둘러싸여 피임약에 대한 현실적 접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여성들의 삶과 건강을 더욱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이 문제는 단순히 부작용 측면이나 외국 사례만을 고려할 수 없는 사회적 측면이나 정부정책적 측면, 종교적, 페미니즘적 관점이 복잡하게 얼기설기 얽혀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에 있어서 가장 전문가집단인 의약사의 주장도 한마디로 기준이 ‘그 때 그 때 달라요.‘로 들려 사회적으로 권위도 서지 않고 그저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당하며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모든 문제를 차치하고 부작용 측면에서만 본다면 피임약을 전문으로 하여 전문인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전문약으로 할 경우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전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 정책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결코 바람직한 정책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닌데 이는 사전 피임약의 안전성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사전 피임약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가 쏟아져 나왔다. 사전 피임약 복용은 중풍, 심장병 등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정맥 혈전증 발생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안으로서 사전피임약 보험적용, 리필제 도입

WHO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전 피임약 복용이 의학적으로 금기되는 대상이 있으므로 의사는 이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하고, 복용자에게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35세 이상의 흡연자, 고혈압 환자, 정맥 혈전증 경력이 있는 환자, 심장병이나 중풍의 과거력이 있거나 관련 위험인자가 다수인 환자, 전구 증상을 동반하는 편두통을 앓고 있는 환자 등은 사전 피임약 복용 대상이 아니다.

사전 피임약을 복용하려고 하는 개인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얻어 이를 스스로 평가한 후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 피임약은 현재까지도 약사의 복약 지도를 받아 복용하도록 한 것이고, 향후에는 이를 전문약으로 전환 이에 대한 평가와 정보 제공 책임을 의사가 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사전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전환한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전피임약의 건강보험 적용과 리필제를 제안하는 바이다. 복용자의 부작용도 줄이고 본인부담도 줄인다면, 그리고 리필제로 시간적인 접근성을 높여준다면 사전 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에 대한 반대도 많이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피임약을 전문약으로 하면 상식적으로 복용율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한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논문도 많다. 피임약이 전문인 미국과 국경을 이루는 피임약이 일반의약품인 멕시코의 인접지역에 대한 연구 결과, 피임약을 처방으로 하는 경우 피임약 복용지속률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저함량은 일반의약품으로 청소년과 저소득층, 비혼/미혼의 여성 등 사회적, 경제적 조건들로 인해 일일이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기 어려운 여성들에게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러므로 저함량 피임약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남겨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스스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

사전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과 더불어 건강보험 적용, 리필제 도입, 의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사전 피임약 복용자에 대해 상담과 평가 진행, 의료진이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사전 피임약 처방을 원하는 여성의 상황과 처지에 공감할 것, 저함량의 경우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할 것 등의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졸속으로 처리된 사전 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 정책으로 사전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원하지 않는 임신출산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면, 이는 특히 저소득층, 비교육층, 미혼 여성 및 미성년자들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전문가그룹들의 조언을 충분히 고려하여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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