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요양급여 범위 제한과 헌재 위헌 결정
- 데일리팜
- 2012-07-06 06: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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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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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6. 27. 헌법재판소는 A형 혈우병 약제 중 유전자재조합제제에 관해서는 1983년 이후에 출생한 환자에 한하여 요양급여를 하도록 정하고 있던 보건복지가족부 고시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하였다(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7명이 위헌 의견, 1명은 각하 의견을 내었음). 이 고시가 1983년 이전에 출생한 혈우병 환자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는 않지만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근래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청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책들이 계획, 실시되고 그에 따른 마찰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재정을 이유로 혈우병 약제 요양급여를 일부에 한정해서 인정해주는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의 사안, 당사자인 혈우병 환자들과 보건복지부장관의 주장,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2. A형 혈우병의 병리기전과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환자 상황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되어 출혈이 쉽게 일어나고 출혈 후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질환이다. 출혈 시 피를 멈추게 하는 혈액응고인자는 12종이 있는데 그 중 제8인자(Factor VIII)가 결핍, 부족한 질환을 A형 혈우병이라고 한다. A형 혈우병은 결국 혈액응고인자 중 제8인자가 부족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그 혈액응고인자를 투여해주어야 한다.
2010년 말 기준으로 한국혈우재단에 등록되어 있는 혈우병 및 기타 응고질환 환자는 2,047명이고, 그 중 A형 혈우병 환자가 1,522명으로서 전체의 74.4%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A형 혈우병 환자 1,522명 중 1983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약 40%정도라고 한다.
3. 혈우병 약제 중 유전자재조합제제의 급여 범위 확대 과정
A형 혈우병 환자에게 투여하는 혈액응고인자를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사람의 혈장에서 직접 분리하여 농축하는 방법과 유전자 재조합 방식을 통해 인공적으로 제조, 생산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방식으로 얻은 혈액응고인자를 혈액제제라고 하고 후자의 방식으로 얻은 것을 유전자재조합제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 생산 방식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혈액제제에 비하여 유전자재조합제제가 더 비싸다. 대신 혈액제제는 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하여 만들므로 그 원료 혈액에 있던 바이러스 등이 혈액제제에도 잔존할 위험이 없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요양급여 범위를 점점 확대해왔다. 2003. 4. 1. 시행된 보건복지부 고시에서는 처음 혈우병 약제를 투여받은 환자와 면역능이 저하되어 감염 위험성이 큰 HIV 양성환자를 유전자재조합제제의 급여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 후 2004. 7. 1.에는 만 16세 이하(1988. 1. 1. 이후 출생)의 소아환자를 추가시켰고 2007. 7. 1.에는 그 범위를 1983. 1. 1. 이후 출생 환자로 확대하였다.
4. 이 사건 청구인들과 보건복지부장관의 주장
가. 이 사건 청구인들의 주장
이 사건 청구인들(1983년 이전에 태어난 A형 혈우병 환자들임)은 혈액제제는 각종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높지만 유전자재조합제제는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위험이 없고 수급조절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므로 1983년 이후 출생자에게만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요양급여를 하여 1983년 이전 출생한 혈우병 환자들이 보다 안전한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을 막고 있는 이 사건 고시는 자신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하여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약가가 인하됨에 따라 혈액제제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가능함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를 제한하여 자신들의 평등권도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 보건복지부장관의 주장
보건복지부장관은 한정된 보험재정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보험급여의 범위를 적절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혈액제제는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비하여 저렴하고 효능 및 안전성 면에서 떨어지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유전자재조합제제의 급여범위를 늘리고자 노력하여 실제로 그 범위를 점차 확대해가고 있는데, 나이에 따른 제한이 폐지되면 거의 모든 환자가 고가의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사용하려 하여 보험재정이 악화될 우려가 높아 오히려 1983년 이후 출생한 환자들까지도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보험급여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 사건 고시가 나이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대한 요양급여 대상 환자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는 것이다.
5. 헌법재판소의 판단
가. 행복추구권 침해에 관하여 - 침해 부정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급부를 국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의미의 자유권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는 기존의 확립된 입장을 확인하였다. 그러므로 사회보험의 일종인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요구하는 것은 자유권의 영역에 속하지 않아 이 사건 고시가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나. 평등권 침해에 관하여 - 침해 인정 (1) 제도의 단계적 개선에 관한 기존의 입장 확인
헌법재판소는 제도를 단계적으로 개선할 경우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제도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하여 입법자에게 형성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였다. 즉, 헌법상 평등의 원칙은 국가가 언제 어디에서 어떤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기본권에 관한 사항이나 제도의 개선을 시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가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모든 사항과 계층을 대상으로 하여 동시에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제도의 개선도 평등의 원칙 때문에 그 시행이 불가능하다는 불합리한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평등의 원칙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에도 어긋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 고시는 혈우병 약제 중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라면 적법하다는 것이다. (2) 이 사건 고시에서 차별에 합리적인 기준이 있는지 여부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고시에서 요양급여 여부에 차이를 둔 것에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고시는 혈액제제가 유전자재조합제제에 비하여 효능 및 안전성에서 떨어지지 않다는 평가와 나이에 따른 제한을 폐지하게 되면 혈액제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거의 모든 환자가 혈액제제보다 더 비싼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사용하려 할 것이므로 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기초하고 있으나 그러한 평가와 우려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 유전자재조합제제가 혈액제제보다 안전함
헌법재판소는 유전자재조합제제가 혈액제제보다 안전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하였다. 즉, 혈액제제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이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지질피막이 없는 바이러스(A형 간염, 소아마비 등)는 혈액제제 처리 공정에서 사멸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혈액제제 제품에는 ‘투여 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표시가 되어 있으므로, 혈액제제와 유전자재조합제제가 효능에 있어 우열을 판별하기 어려운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안전성 면에서는 유전자재조합제제가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보험재정 악화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헌법재판소는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범위를 확대하여도 보험재정의 악화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보건복지부는 2010. 11. 10. 유전자재조합제제 제품의 약가를 인하하여 유전자재조합제제 중에서도 혈액제제보다 저렴한 약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그 후 혈액제제의 약가도 내려가 다시 유전자재조합제제가 더 비싸게 되었으나 2012. 4. 1. 약가 인하로 유전자재조합제제와 혈액제제의 가격이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내려가 보험비용에 있어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환자별로 필요한 약제가 다를 수 있고 처방은 의사의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나이 제한이 철폐된다고 하여 모든 환자가 고가의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더하여 혈액제제보다 더 비싼 유전자재조합제제를 사용하는 환자들에 대해서는 그 차액을 부담시키는 방법 등으로 전체적인 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입법도 가능하므로 나이 제한 철폐가 반드시 보험재정의 악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게다가 1983년 이전에 출생했는지 이후에 출생했는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A형 혈우병 환자들에 대한 치료제인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의 필요성이 달라진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고시에서 환자들의 출생 시기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제제의 요양급여 허용 여부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6. 마치며
2012. 6. 27. 이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있은 후 보건복지부는 즉시 이 사건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을 하여 2012. 6. 28. 전국 의료 기관에 혈우병 유전자재조합제제 요양급여 범위에 대한 연령제한을 폐지한다는 공문을 발송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현실적으로는 한정될 수밖에 없는 건강보험재정을 어떻게 활용하고 분배할 것인지는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문제로 남을 것 같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이 어려운 문제의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이 글에 나타난 견해는 필자가 속한 단체 등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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