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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과 대기업, 헬스 놓고 영토 전쟁"

  • 조광연
  • 2012-11-01 12:24:58
  • 편의점 판매는 신호탄..."약국엔 삶의질 상품 다있다 인식 중요"

[편의점 약판매 시대 긴급대담-박종화 온누리약국체인 사장]

오는 15일부터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의약품이 판매된다. 시골에서는 이장집에서 이들 의약품이 보관되고 팔리게 된다. 약국과 약사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하고 울화가 치밀 노릇이다.

자존심만 상하는 수준이라면 외려 약과일지 모른다. 약국의 미래를 위협할 '더 잔인한 게임'이 이미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 판매는 이 같은 게임을 더 치열하게 부추길 요소로 보인다. 문제는 대기업. 대기업들은 '약국의 옷'을 뒤집어 쓰고 약국보다 더 '헬스(Health)의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매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는 시대, 약국 성장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데일리팜은 갈림길에 선 약국의 새길을 모색해 보기 위해 온누리약국체인 박종화 사장과 긴급 대담을 가졌다. 박 사장이라고 해서 미래를 완벽하게 진단하고 100% 대처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1600개 가까운 가맹약국을 대신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하는 약사CEO라는 점 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박종화 사장은 카페베네가 왜 와플과 케익과 아이스크림을 파느냐고 반문하고 소비자들이 즐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융합의 시대라면서 약국도 약국 문을 활짝 열어 소비자들의 욕망이 만들 놓은 시장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국, 정말 변하지 않으면 안됩니까?

"물론입니다."

▶약국이 지금 잘못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천만에요. 지금까지 약국은 환경에 아주 잘 적응해 왔습니다. 2000년 의약분업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지만 나름 잘 적응해 냈습니다. 약국의 무한한 잠재 능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잘 적응하다보니 처방전 위주의 경영으로 흐른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그렇다고 결과론을 보고 약국이 잘못하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거죠?

"당연히 약국을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변화에 편승하는 외부 경쟁자들이 약국 주위에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제 이야기의 골자는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따라 약국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약국도 가만히 있지말고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는 겁니다."

▶환경이 어떻게 됐는데요?

"우리 약국들이 의약분업이라는 새 제도에 적응하며 발전하는 사이 환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당장 15일부터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잖아요. 다른말로는 소비자들이 약국이 아닌 편의점에서 약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입니다. 어디 그뿐 인가요. 약국 주변을 둘러보세요. 헬스(Health)를 핵심 콘셉트로 내세운 대기업 매장이 자꾸 생겨납니다. 바야흐로 약국과 약국의 경쟁은 작은 싸움이고, 대기업 매장대 약국의 큰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대라는 뜻입니다. 헬스라는 깃발을 정중앙에 꽂아두고 약국과 대기업 매장이 서로 먼저 뽑으려는 경쟁입니다. 영토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변화? 약국들도 공감하고 그렇게 하길 원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라는 지점에서 막힙니다. 막연하거든요.

"어떻게라는 화두를 붙잡고 저 역시 올 한해 씨름을 했어요. 결론은 약국이 업종(業種)점에서 업태(業態)점으로 변모해 소비자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겁니다. 그것도 약국의 상당수가 바뀌어 합니다. 약국에 대한 근본적인 이미지가 달라질만큼 말입니다. 이런 관점이라면 절반이상이 대세를 주도해야 겠지요. "

▶업종과 업태라는 말, 낯설고 생소합니다. 살짝 거부감도 듭니다.

"업종은 전문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약국하면? 병의원 처방전에 따라 의약품조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 고정된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약국은 대표적인 업종점입니다. 따라서 약국은 의약품을 탄탄한 기본으로 삼되 플러스 알파를 해야하며, 소비자 머리속에 알파의 이미지를 각인시켜 사회적 인식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업태점으로 말이죠."

▶갈수록 태산입니다. 쉬운 예로 설명해 주시죠.

"스타벅스 같은 강자들 틈바구니에서 출발한 커피전문체인점 카페베네를 보세요. 처음엔 커피만 팔았죠. 이때까지는 전문점 그러니까 업종점이었죠. 그러다 케익과 와플을 팔더군요. 커피 주력에다 와플과 케익을 플러스 알파로 삼은 거죠. 올해는 뭘 팔았는지 아세요. 아이스크림이에요. 이게 히트를 쳤어요. 그러다 최근엔 건강과 미용 상품을 판매하는 일명 드럭스토어 매장까지 진출했잖아요. 소비자들은 카페베네하면 커피와 함께 와플과 케익, 이이스크림을 동시에 연상합니다. 그러면 아이스크림만 팔던 또다른 업종점인 베스킨라빈스는 가만히 있었을까요? 거기도 커피를 팔아요. 놓칠 수 없는 포인트는 이걸 소비자들이 즐긴다는 거에요. 컨버젼, 융합의 시대란 말이죠. 그런데 소비자들은 약국하면 무엇을 떠올릴까요? 처방조제와 의약품 판매, 다시말해 의약품에 머문다는 겁니다."

박 사장은 소비자들이 약국을 생각할 때 의약품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곳으로만 인식하면 대기업들이 건강과 뷰티의 콘셉트로 출범시킨 드럭스토어형 매장에 침식당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약국에서 와플을 팔고, 아이스크림을 팔아야 된다는 주장같이 들리기도 합니다. 약국이 잡화점처럼 되는게 바람직한 진화인가요? 소비자들이 약국을 잡화점으로 떠올리는 게 과연 바람직 현상일까요?

"커피 전문점 카페베네가 와플과 케익을 팔고,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을 봅시다. 이 세가지 품목이 동떨어진 상품들이 아니잖아요. 다들 잘 어울립니다. 약국도 마찬가지죠. 약국에 어울리는 상품을 찾아 판매해야 합니다. 약국의 정체성은 대체 뭡니까? 의약품이 상징하는 것은 또 뭐구요. 건강이고, 건강을 기반으로 한 뷰티(아름다움)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의료기기고 복지용구 잖아요. 2만 달러 이상 고령화 사회를 우리는 읽어내야 합니다."

▶고령화 사회와 만성질환의 상관성은 하도 들어 잘 알겠는데요, 2만달러는 왜 중요하다는 거죠?

"그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진다는 게 중요해요. 이건 편의점과 동네 구멍가게로 설명될 수 있죠. 처음 편의점이 생겼을 땐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편의점을 꺼려했어요. 싼 구멍가게를 선호했죠. 오직 가격에만 주목한 것이죠. 요즘엔 어떤가요. 비용을 중시해요. 걸어가는 시간도, 허탕치지 않는 것도 비용으로 생각합니다. 깔끔하게 진열돼 고급하게 보이는 상품 역시 중시하죠. 소비자들의 눈이 10센티미터 이상 높아진 겁니다."

▶2만달러, 약국 밖에서는요.

"몇년전만해도 50% 할인, 70% 할인을 매직으로 크게 적어 써붙인 화장품 판매점이 많았잖아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왜죠? 내 얼굴에 싸구려를 바를 수 없다는 인식이 싹튼 거 아닐까요. 그 자리에 페이스샵, 에뛰드 같은 전문점이 생겼죠. 그 뿐인가요. 이들보다 체형이 훨씬 큰 올리브영, 지에스왓슨스, 더블유스토어 같은 매장들이 생겨났고 증가하고 있잖아요. 소비자들이 나의 건강, 나의 얼굴, 나의 몸매를 위해서는 싼것보다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것같은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죠. 그게 바로 소득 2만불 이상의 선진 국가 소비자들의 생각이란 말이에요."

"소비자들이 약국하면 삶의질 관련 상품은 다있는 곳 연상하는 게 중요"

"약국의 강점은 소비자 질문에 바로 답해줄 건강전문가가 곁에 있는 것"

▶그러니까 약국은 의약품을 축으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대기업 매장은 크게 헬스와 미용의 콘셉트로 약국을 향해 다가온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그래서 결국엔 드럭스토어라는 매장의 형태에서 만난다는 뜻 같기도 하고요.

"바로 그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욕구가 반영된 매장이 드럭스토어 같은 형태입니다. 미국과 일본을 보더라도 다른 산업이 정체할 때 드럭스토어 산업은 성장일로를 걸었거든요. 그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진행되는 겁니다. 1999년 출범한 올리브영을 보면 잘 알 수 있어요. 초기부터 10년간 올리브영은 거의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3년전부터 급성장 추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헬스와 뷰티(미용)를 내세운 콘셉트가 소비자의 잠재욕구와 통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외 대기업 매장들도 공히 헬스를 기본 콘셉트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면 약국은 어찌해야 한다는 겁니까?

"약국도 의약품처방조제와 판매를 기본으로 소비자들의 잠재욕구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의약외품, 기능성화장품, 복지용구, 실버용품 등의 취급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일부 약국이 아니라 많은 약국들이 이같이 해서 거대 트렌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약국하면 삶의질과 관련된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떠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약을 위해서만 찾던 소비자 발길을 다른 목적을 위해서도 약국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박 사장은 약국이 대기업 매장과 경쟁할 수 있는 강점은 건강전문가가 소비자 가까이서 컨설팅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강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만들어준 기회를 살릴수 없다고 내다봤다.
▶약국이 그렇게 한들 대기업형 매장과 경쟁이 될 수 있을까요? 규모에서 한참 밀리는데 말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약국의 강점은 무엇입니까? 의약품과 건강전문가인 약사가 소비자 가까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지역밀착형이라는 점이죠. 대기업 매장엔 약사가 없거나 조그만 약국이 있다고 해도 한 귀퉁이에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약국은 약사가 소비자 가까이 있잖아요. 소비자가 궁금한 점이 있을 때 그 자리에 선채로도 답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옆에 있다는 강점을 살려야 합니다. 그게 약사의 전문성이죠. 다시말해 가치를 판매하면 크든 작든 다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10평 약국도 가능하다는 건가요?

"그렇죠. 그 약국에 맞는 방식을 찾아야죠. 그 약국을 찾는 소비자가 '아 이런 것도 있네'라고 느낄 수 있게 하면 됩니다. 다양한 응용이 필요할 뿐이죠."

▶시간을 두고 준비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요?

"뭘해서 늦었다는 시점은 없겠지만 저는 지금이 중요하다고 봐요. 2012년 11월이요. 한정된 종류기는 하지만 편의점에서 일반약이 판매됩니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대단치 않을 수 있습니다. 정작 제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형의 효과와 그 효과의 확장성이에요. 대기업 매장들이 약국이나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을 앞세워 헬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냈잖아요. 그래서 소비자들은 이 매장에서 건강을 떠올립니다. 같은 논리로 약을 파는 편의점은 일반약 몇개로 건강을 파는 이미지를 획득하게 됩니다. 약국만이 갖고 있던 정체성이 편의점으로 나눠진 겁니다. 과연 우리에게 더 많은 시간이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이 터닝포인트에요."

▶요즘 약국도 많이 변한 것 아닌가요.

"물론입니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인정할 만큼 많이 변모됐을까요? 특히 소비자가 의약품을 조제하고 판매하는 것 이상을 현 약국에서 상상할 수 있을까요? 삶의질과 관련된 상품은 다 있고, 약사님들의 조언을 받으며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올릴수 있을까요? 저는 소비자들이 약국을 이처럼 자연스럽게 인식할때라야 비로소 변했다고 봅니다. 약국은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사업으로 나갈 때 화창한 미래가 있다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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