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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안도걸 국장 M&A 스포일러일까, 흥행사일까

  • 조광연
  • 2012-11-06 12:24:52

모처럼 영화 한편 보려는데, 미리 본 친구가 자랑삼아 스토리를 불어버리거나, 핵심포인트를 까발리는 경우가 종종있다. 고마울까? 얄미울까? 영화계에서는 이를 '망치는 사람' '방해꾼'이라는 뜻의 스포일러(Spoiler)라고 부른다. "어느 장면 뒤에 나오는 정사 장면은 압권이니 놓치지 말라"는 친구의 충고는 부풀었던 기대감을 일순 반감시킨다. 기대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노라면 '바로 그 장면'을 기다리다 전체 맥락을 놓치기 일쑤다. 송지효가 주연으로 나왔던 쌍화점이 그랬고, 조여정이 주연했던 후궁이 그랬다. 더 악질은 식스 센스처럼 반전이 있는 영화의 스포일러다. 결말을 폭로하거나 힌트를 주는 순간 영화는 더 이상 영화일 수 없다. 허무함을 넘어 그 친구 머리를 쥐어 박고 심은 심정마저 들게 만든다.

그렇다면, 다국적 제약사 테바가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섰다고 공적인 자리에서 밝혀 파문을 몰고온 안도걸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국장은 스포일러일까? 아니면 M&A 흥행사일까. 안 국장의 발언을 전후 맥락에서 따져 보자면 안 국장은 스포일러보다 흥행사 역할에 더 가깝다. 물론 중매 단계에 있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명백하게 스포일러 일테지만 말이다. 안 국장은 지난 달 29일 김희국 의원이 주최한 '제약강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테바가 1000억원대 국내사 인수를 고려중"이라고 언급했다. 테바는 제네릭으로 일어나 신약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한 이스라엘 국적의 다국적 제약사다. 이날 그는 국내 제약산업의 역동적인 변화와 혁신이 움트기 시작했음을 알리고, 정부도 M&A 펀드를 추진하며 지원하고 있음을 은근 강조하기 위해 사례가 필요하지 않았나 추정해 볼 수 있다.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고위 관료의 '토막 발언'이 옳은 태도인지, 그른 자세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이같은 현상에 근원적 궁금증이 남는 건 사실이다. 다국적사가 왜 한국 제약기업에 관심이 많을까 하는 점이다. 얼마전 미국계 제네릭 기업 알보젠이 코스피 상장제약사인 근화제약을 인수한 것도 이같은 궁금증에 '물음표 하나'를 더 보태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는 국내 제약산업 환경이 약가인하 등으로 인해 매우 나빠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데 말이다. 국내 기업들이 채 간파하지 못한 가치가 국내 시장에 있기 때문일까? 국내 제약회사간 M&A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신약개발도 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경쟁하기를 고대하는 관객 입장에서 보자면 다국적사의 국내 기업 M&A는 사뭇 낯선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진단과 분석은 구구하다. 국내 상위 제약사 CEO인 A씨는 "우리에게 나쁘게 보이는 시장이 다국적사에게 매력적 요소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목숨을 부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하는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현 제네릭 약가가 낮게 느껴지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사에게는 나름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A씨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등 시장이 계속해 투명해지고 있는 환경도 다국적사들에게는 기회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진단도 있다. 그 역시 다국적사 CEO인 B씨는 "유럽시장과 미국시장의 시장이 정체되면서 다국적사가 소위 이머징 마켓에 몰빵하는 차원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가 괜찮은데다, 의약품 관리역시 수준이 높은 편이어서 한국을 거점으로 동남아지역 시장을 노리려는 우회 전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 역시 리베이트 쌍벌제 효과로 인한 시장투명성을 다국적사가 몰리는 이유로 보았다.

LG경제연구원의 '제약기업의 성장을 위한 M&A의 역할'이라는 보고서(2009년)에 따르면 통상 제약업계의 M&A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M&A로 '매출을 늘리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는 제품 및 기술 확보를 위한 중소규모 M&A며, 셋째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특정 지역 회사 M&A다. 그래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쓸만한 제약회사를 국내기업들이 품에 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넷째는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한 M&A다. 노바티스가 아이케어 회사인 알콘의 지분을 인수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유형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국내 유수 제약회사들의 능동적 M&A 움직임은 현재로서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성장 동력을 잃은 소규모 제약회사의 매물설이 있을 따름이다. M&A 전문가 C씨는 "현재는 큰 기업간 인수합병보다 작은 매물을 노리는 기업사냥꾼들의 활동이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땀으로 일군 기업을 남에게 넘길 수 없다"는 특유의 오너십 강한 국내 제약산업계에 과연 M&A 빅뱅은 안도걸 국장의 흥행유발에 힘입어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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