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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따뜻했던 약사님과 산부인과 과장님이…"

  • 조광연
  • 2012-11-08 06:44:58
  • 한국다케다제약 이춘엽 사장 "결국 사람이데요"

처음엔 '마초남'인줄 알았다. 어느 세미나가 시작되기 5분전, 모든 사람들이 강단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앉아 있을 때 그는 앞문으로 들어와선 객석의 아는 사람들을 향해 손짓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거침없는 태도, 바로 마초남 아닌가. 그런 상황이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에도 놀라 움츠려드는데 거침없으니 말이다.

한국다케다제약 이춘엽 사장(55세)은 변혁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제약산업계에서 가장 행복한 인물 중 한 명일지 모른다. 2011년 4월 출범한 한국다케다제약이 우수한 인재, 경쟁력 높은 의약품, 미래를 담보하는 안정된 파이프라인 등 으로 그야말로 성장세를 제대로 탄 제약사기 때문이다.

서강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그는 올해로 제약업계 경력 26년을 맞는다. 그의 제약 인생은 업죤코리아, 스미스 클라인 비챰, GSK, 얀센차이나, 한독약품 등 모두 다국적 제약사에서 만들어졌고, 다케다에서 무르익어 가고 있다.

그 주변에는 일명 사단이라할 만큼 사람들이 많다. 전 직장인 GSK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강동석 콘서트' 때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한달에 10여일을 해외에서 보내는 그에겐 무슨 매력이 있는 것일까? 얼결에 말단사원으로 제약회사에 취직한 후 약국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다는 그는 어떻게 CEO가 됐을까.

직장생활 초기 적응에 낯설었을 때 따뜻한 의사와 약사분들이 많았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는 이춘엽사장
▶제약회사에 첫 출근하던 그 날 '사장까지 해봐야지' 하는 다짐 하셨나요?

"아니요. 전혀. 그런데 왜 그런 질문을…."

▶지금껏 만나 뵌 CEO분들, 뭔가 다르시던데요.

"우연히 제약업계에 발을 들여 놓았고, 또 어쩌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을 뿐 특별한 건 없어요. 다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어요. 있는 자리에서 언제나 꾸준히 열심히 했다는 정도. 그런데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요?"

▶제약업계서 일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1984년 하반기 대기업에 취직이 돼 12월 출근했죠. 식품회사였는데 지방에 있는 공장에 발령이 난 거에요. 당시 어머님이 많이 아프셨거든요. 장남이기도 해서 못갔죠. 그리곤 무작정 집에서 두어 달 쉬었죠. 놀다가 학교서 추천이 왔어요. 업죤이었어요. 제약회사라고 하더군요."

▶출근하니 어디로 발령이 나던가요.

"약국 영업팀이었죠. 인천과 부천지역이었어요. 혼자 현장 영업을 나갔는데 도무지 약국 문을 열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솔직히 두렵고 무서웠죠. 제가 대학생때까지 꽤나 내성적이거든요. 조근조근 사귄 친구들은 많았지만요."

▶내성적이고 수줍은 청춘이었다는 사실, 이해가 안갑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회사 상사의 질책이 떨어질까 걱정돼 얼떨결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 약사님이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거에요. 고마우신 분들이 많고, 지금도 연락하고 지냅니다. 그분들을 통해서 인간관계를 배우고 그래야 영업도 가능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조금씩 용기를 얻다보니 누구를 만나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마저 생겼죠."

▶실적이 썩 좋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 때 제가 항생제를 판매하고 했는데, 부천지역에 아파트 붐이 인겁니다. 그러다보니 신규를 많이 했죠. 실적이 따르니까 덩달아 일도 재밌어 지는 겁니다. 그래서 밤 10시까지 약국 방문하고, 약사님과 같이 나와 소주도 마시고 했어요. 실적? 괜찮았어요."

▶회사는 실적 괜찮은 인재를 그냥 두는 법이 없는데요.

"종합병원으로 발령을 내더군요.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또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랄까요. 취직 시험을 준비할까 말까 고민하다 문득, 있는데서 우선 잘해보자 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래서 또 병원으로 갔어요."

노동조합 출범에 관해 묻자 이 사장은 담배를 빼어 물고 진지하게 말했다. 대부분은 자신을 되돌아 보는 내용이었다.
▶약국 영업과 다르던가요?

"이치는 같더라구요. 인간관계를 쌓고 성실하니까 기회는 우연히 오더군요."

▶무슨 기회죠?

"회사에서 산부인과 관련 책자를 제작했는데 늘 회사에 쌓여 있는 거에요. 제 판촉 품목과 관계가 없는데도 아까워서 출입하는 병원 산부인과 선생님 방에 가져다 놓았죠. 그랬더니 예상 못한 일이 생긴거죠."

▶예상 못한 그일 뭐죠?

"하루는 그 병원에 갔는데 간호사 한분이 절 찾아요. '업죤 아저씨?'하는 거에요. 그러더니 다짜고짜 산부인과 과장님 앞으로 데려가데요. 그 과장님 절 보자마자 '무슨 약 있어?'하고 묻더군요. 그래서 '(산부인과 약) 없다'고 한거죠. '그런데 책은 왜 가져놓느냐'고 반문하시더군요. 그래서 책이 아까워서라고 했죠. 그랬더니 '당신 취급하는 약이 뭐야?' 하고 물어 정신과약물이라고 대답했어요. 그 과장님, 바로 정신과 과장에게 전화하시더니 '내 조칸데 도와줘' 하시데요. 요즘 말로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비로소 직장인으로서 느꼈어요. 어떤 경우에도 꾸준히 노력하자고요."

▶영어와 일본어 어떻게 해치우셨어요?

"영업하다 마케팅 부서로 갔어요. 영어를 안할 수 없었죠. 고생 많았어요. 별수 있나요. 아침 일찍 일어나 영어 공부할 밖에. 그리고 당시 102.7 메가헤르츠 AFKN 방송을 차안에서 무작정 듣고 따라 했죠. 마침 재정팀에 미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영어 배우려 그집에 찾아가기도 했는데 결국 되더라구요. 다케다에서 제 보스인 하세가와도 '꾸준한 노력, 쉬운건 없다'고 하는데 크게 공감합니다."

▶한국다케다 사내보 'Good News Everyday'에 실린 앙케이트를 보니 카카오톡 친구가 많을 것 같은 사람 1위에 뽑히셨어요. 페이스북 친구도 많으시죠?

"1500명 이상되죠."

▶제약업계 사람들이 흔히 '이춘엽 사단'이 있다고 하는게 허언만은 아닌것 같은데요.

"후배들이 많이 따라서 그런 말이 나올텐데요, 제가 함께 했던 후배들이 잘되려면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이끌어 주려고 하는 건 있어요. 사장이 아니니 빵을 더 나눠 줄 수는 없어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요. 하하하."

▶어떻게 하신다는 거죠?

"최근에도 후배가 다른 회사 옮기겠다고 찾아왔어요. 가만보니 수평 이동 정도인 거에요. 뜯어 말렸죠. 결국 더 좋은 곳으로 갔습니다. 주제 넘는 일이지만 제 방식대로 사랑을 하는 겁니다. 말이 나온 김에 자랑 좀 하자면 제 밑에서 일했던 후배 6명이 모두 약업계 사장이 됐어요. 주변에 잘 된 사람들이 많아요."

▶어떻게 코칭을 하셨길래 모두 사장이….

"핵심 재능이 있다고 제가 찍은 사람들은 모두 승승장구해요. 찍은 사람은 아주 의도적으로 갈구고 강하게 코칭합니다. 내 경험을 나눠주고, 일하는 프로세스를 전수합니다."

▶회사 이야기 잠깐 하시죠. 다케다가 국내 진출한다고 했을 때 판권을 갖고 있는 품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었는데….

"다케다는 정직과 투명성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중시해요. 사업 시작한지 만 2년이 가까워지지만 판권 회수는 없었죠. 오히려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어요. 휴온스 제일약품 태평양제약 대웅제약 CJ 한독약품 안국약품 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파트너사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파트너의 장점을 잘 보려고 늘 노력하거든요."

▶정직을 많이 말씀하시던데요.

"다케다이즘이라고 하는데요, 정직은 제일가치에요. 제가 면접을 봤을 때 본사의 마지막 당부는 간단했어요. '일을 못하면 다시 기회를 주지만, 정직하지 못하면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한국다케다 실적 어떤가요.

"저희가 3월 결산인데 작년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직접 영업으로 7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말에는 1000억 매출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건 매출면에서 그렇고 아직 이익 측면에서 흑자는 아닙니다. 라이센스까지 따져보면 2500억원 정도 매출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죠."

▶현재 전체 직원은 몇명이나 되죠?

"180명이죠.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 아직 부족하죠. 하지만 자리를 잡아가면서 훨씬 나아질 것으로 봅니다."

▶전세계 모든 제약회사의 고민은 파이프라인 고갈인데요.

"알려진 것처럼 미래 먹거리는 안정적입니다. DPP-4 당뇨약, 항궤양제, ARB의 최종 버전이랄 수 있는 고혈압치료제, 항암제, 빈혈약 등 경쟁업체와 비교해 풍부한 편입니다. 사업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것이죠."

▶한국노총산하에 다케다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경영자로서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노조가 출범했다는 그 자체보다, 왜 생기에 되었는지하는 지점에서 경영자로서 당연히 깊은 성찰을 하게 됩니다. 새로 출범한 회사다보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은 아닐까? 고성장 과정서 부작용은 없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을 찾고 있습니다. 반성할 부분있다면 반성하고, 개선할 것은 개선해 나갈 생각입니다. 더 많이 소통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좀 더 진솔하게 대화해 가야겠다는 다짐도 했죠. 다케다가 더 단단해 지는 과정이라고 믿습니다."

▶비전 공유가 불충분 했다는 이야기로 환원될 수 있나요?

"뚜렷한 비전이라도 직원들이 프라이드를 느끼게 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더 깊이 생각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나만의 비전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을 출발점으로 직원 입장에서 방법론을 많이 숙고했어요.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되 직원들의 피드백에 귀 기울임으로써 비전공감과 비전공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말이죠."

▶이번 계기로 혹시 마음에 미움이 싹트지는 않았을까요?

"사람 관계라는 면에서 제 기본적인 태도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좋은 것을, 좋았던 것을 많이 보려고 합니다. 이게 신뢰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사사로움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경영자라면 또 그래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페이스북 이야기로 돌아가시죠. 그곳에 영화, 미술관, 콘서트, 독서, 여행 이런 단어들이 많습니다. 책을 보내주는 지인도 많으시던데요.

"MJ팜 사장님이 그러시데요. '책 안읽으면 한 이야기만 한다'고요.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고, 관람을 하면 뇌와 감성이 활성화되는데 저는 그걸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업무에도 보탬이 많이 되거든요. 직접적인 도움도 되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 같은데 영향을 적지 않게 미치니까요."

인터뷰를 마친 이 사장은 패널시안을 들고 찾아온 직원들과 함께 아랫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장님이 앞장서고 서열에 따라 대오를 형성하는 국내사의 '각잡힌 이동'이 아니었다. 자유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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