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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데스크 시선] 엄격한 GMP 처분의 위험성

  • 천승현
  • 2024-06-25 06:13:22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GMP 적합판정을 거짓·부정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된 경우 GMP 적합판정을 취소하는 일명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했다. GMP 규정 위반 사례가 반복되자 엄격한 처벌 규정을 도입하면서 관행적으로 만연한 GMP 위반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취지다.

GMP 적합판정서는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의약품 품질관리 제도다.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엄격한 GMP 처벌 규정이 시행된지 1년 남짓 지난 상황에서 벌써부터 규제 완화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막상 처분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하자 처분 수위가 회사 존폐를 위협할 정도로 가혹하다는 점이 체감되고 있어서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 시행 이후 이미 제약사 2곳이 처분 대상으로 지목됐다. 한국휴텍스제약과 한국신텍스제약에 대해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결정됐고 현재 집행정지 인용으로 처분은 유예된 상황에서 행정소송이 전개 중이다.

실제로 GMP 적합판정 처분이 효력이 발생하자 제약사들은 일부 제품의 위반 행위로 회사에 돌이킬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하는 처벌은 가혹하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품질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회사 사업의 존폐를 위협할 정도의 처분을 내리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다.

휴텍스제약은 6개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첨가제를 임의로 증량하거나 감량해 허가 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고, 제조기록서에는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제조하는 것처럼 거짓 작성하는 등의 위반 사실이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휴텍스제약에 해당 처분을 사전통지했고 청문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처분 방침을 결정했다.

휴텍스제약의 GMP 적합판정 취소를 초래한 6개 품목 연간 처방실적은 100억원대로 집계됐다. 휴텍스제약은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시행되면 자체 생산 뿐만 아니라 위탁 생산도 금지됐다.

의약품 제조업자는 1개 이상의 제형군에 대한 GMP 적합판정서가 있는 경우 위탁제조를 할 수 있다. 휴텍스제약이 GMP 적합판정을 받은 제형군은 내용고형제 1개다. 내용고형제 GMP 적합판정이 취소되면 위탁제조의 근거도 소멸된다. 휴텍스제약은 법원의 처분 집행정지 인용 전에 GMP 적합판정 취소가 한달 가량 시행됐는데도 1분기 처방실적이 1년 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휴텍스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2542억원이다. GMP 위반이 연루된 의약품이 품질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 매출 2000억원 이상이 흔들릴만한 위력이 나타났다.

제약사의 보유 시설에 따라 처분 영향력이 상이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만약 휴텍스제약이 내용고형제 이외에 주사제와 같은 다른 제형의 GMP 적합판정을 보유했다면 위탁 생산 의약품은 처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2개 이상의 GMP 제조시설을 보유한 업체가 1개 공장에 대한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을 받더라도 위탁 생산의 근거는 소멸되지 않는다. 동일한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을 받더라도 보유한 GMP 제조시설의 개수에 따라 제약사가 체감하는 처분 수위가 달라지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GMP 제조시설을 1개 보유한 중소제약사들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추가 GMP 공장을 확보하려는 이상한 현상마저 연출되는 실정이다. 정부의 엄격한 처벌 규정이 기업들의 비용 낭비를 야기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업체에 대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이 아무 상관없는 기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활발한 위수탁 방식으로 의약품을 생산·공급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다른 업체에 위탁 생산 방식으로 공급받는 의약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과거에는 국내에서는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위수탁을 적극 장려했다.

만약 수탁 사업을 전문으로 진행하는 업체가 GMP 적합 취소 처분을 받으면 해당 공장에서 의약품을 공급받는 수십개 업체들도 동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GMP 문제가 없는 업체들도 거래처의 일탈 행위에 따른 동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휴텍스제약의 GMP 적합판정 취소가 시행되는 동안 위수탁 거래 관계에 있는 업체들도 동반 손실을 입은 상태다.

더욱이 최근 강화된 의약품 개발 규제로 제약사들은 수탁사 변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적용으로 의약품 공동 개발 규제가 시행되면서 위수탁 제한 규제도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개발 규제는 이미 허가 받고 판매 중인 위수탁 제네릭에도 적용되는데 규제 시행 이후 위탁 허가 제품을 3개 품목까지만 추가할 수 있다. 기존에 10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한 수탁사의 경우 3개사만 추가해 총 13개의 위탁 제네릭을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1+3’ 허가 규제 시행 이후 위탁사들은 기허가 제네릭의 수탁사 변경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상당수 수탁사들은 이미 허가 받을 수 있는 제네릭 개수를 모두 채워 위탁 제네릭을 추가로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탁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업체가 GMP 처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수십개 업체의 위탁 의약품 생산 중단으로 공급난 문제로 확산할 수도 있다.

GMP 규정 위반은 의약품 안전성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처벌을 내리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해당 처분으로 다른 업체까지 불똥이 튀어서는 안된다. GMP 적합판정 취소로 멀쩡하게 생산되던 의약품의 생산도 중단되면서 공장 폐업, 직원 감축 등 막대한 손해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의약품 수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는 실정이다. 규정을 위반한 업체에 상응한 처벌을 내리되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은 엉뚱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규정 위반 수위에 상응한 처벌을 내리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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