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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용 탈피해야"…나만의 특화경쟁력 개발 필수

  • 이탁순
  • 2013-01-04 06:30:58
  • 제품개발·해외공략·생산 전 분야 혁신이 필요해

국내 제약시장이 기존 해오던 방식대로 기업을 운영하면 버티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모했다. 그동안 내수시장에서 제네릭만으로도 먹고 살만 했지만, 약가인하, 글로벌 경쟁 등으로 예전모습 갖고서는 성장을 이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012년은 이러한 불길한 징후가 한꺼번에 터져나오더니 빠르게 국내 제약산업을 통타했다. 4월 일괄 약가인하로 매출이 반토막나면서 내수시장이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했고, 화이자, 테바 등 글로벌사의 국내 제네릭시장 진출로 막강한 경쟁자도 생겨났다.

국내 제약사들도 이러한 환경에 맞서 대처해 나갔지만, 외부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기기에는 버거운 모습이었다. 이제는 튀는 제약사만이 이 무한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연예인이 인기유지를 위해 '개인기'를 연마하듯 국내 제약사도 '필살기'를 갖춰야 한다. 다행히 새로운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제약사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제약사들이 불투명한 미래 국내 제약산업에 나침반이 될 것이다.

해외진출은 '차근차근'…현지 적응부터

테바가 아시아 진출을 모토로 삼고 국내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데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18조 글로벌 테바와 이보다 적은 15조 시장에서 나눠갖기식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제약업체가 비교대상이 되긴 어렵지만, 테바의 해외진출 사례는 우리가 꼬집고 배워볼 만 하다.

테바의 일본 진출 사례를 보면 초창기 현지사정이 밝은 제약사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우회 진출한 후 적응이 끝난 시점에 현지 다른 회사와 M&A를 통해 일본 제네릭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글로벌 제약사라는 이름만 믿고 막무가내식으로 진출하기보다는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현지화에 노력을 쏟은 것이다.

신약이 전무한 우리나라 제약사들도 제네릭을 무기로 삼고 있는 테바의 해외진출 사례를 벤치마킹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경한미 사옥 전경
13억명이 모여사는 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린 한미약품은 가까운데서 벤치마킹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다. 지난 96년 설립된 북경한미는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이 넘는 현지 중견 제약사로 성장했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92년 한중 수교 5년전부터 직접 중국을 왕래하며 단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그것이 계기가 돼 국교 수립 직후인 92년에는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항생제 '세포탁심'의 현지 제품허가를 획득하는데 성공, 중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96년에는 한미약품이 74%, 북경자중약업이 26%의 지분투자를 통해 #북경한미를 설립했고, 2002년 현지 생산기지, 2008년 연구센터 출범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현지 독자적 제약회사로 발돋움해 나갔다.

그동안 북경한미는 영업력 증대를 위해 한국의 영업전략을 중국 현지에 이식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병원과 약국 중심의 직접 영업채널 구축 등 영업력 차별화를 시도하는 한편 영업사원의 능력 향상을 위해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월 2박 3일씩 영업사원 대상 집체 집체교육을 실시했다.

또 PDA 시스템을 활용한 재택근무 등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고객 밀찰형 영업패턴도 현지화했다. 무엇보다 영업조직 70%를 의·약사 출신으로 꾸려 탄탄한 영업망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 결과 한미약품은 어린이 유산균 영양제 '마이아이'를 500억대, 기침·가래약 '이탄징'을 300억원대의 넘버원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북경한미 연도별 매출액
한미약품이 중국시장에서 펼친 현지화 전략은 해외진출이 시급한 국내 제약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조바심을 내어 시행착오를 겪는 국내 제약사에게 좋은 선례로 남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중국 진출은 잠재력이 큰 거대시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대규모 시설 투자를 먼저 집행했던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 관행과는 대조적이었다"며 "중국 수출을 통해 성장기반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의 장기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막무가내 제품개발은 '그만'…전략적 판단이 중요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특허가 만료되는 오리지널의약품의 제네릭 개발에 비중을 많이 쏟았다. 신약개발보다는 훨씬 쉬운 방법이었고, 약가도 나쁘지 않아 일단 시장에 나서면 좋은 수익원이 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네릭 개발은 국내 제약업체의 주요 아이템이지만, 작년 4월부터 오리지널과 약가가 동일해지면서 명성이 예전만 못하다. 개발 아이템을 전환하든지, 아니면 타깃시장을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매출액 1000억 미만의 중견제약사인 #한올바이오파마는 제네릭 대신 신약과 개량신약을 미래 무기로 삼았다. 아직 상업화 성과는 미미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몇 년 동안 매출액의 10% 이상을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다른 국내 제약사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 미국 특허등록 순위
한올바이오파마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미국 특허 등록 순위 1위, 바이오 물질특허 국내 출원 순위 1위, 국내 특허 출원 순위는 한미약품에 이어 2위에 랭크돼 있다. 중소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도 가장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파이프라인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형 간염치료제 바이오베터 '한페론'은 미국 임상2a를 완료, 글로벌 제약업체에 라이센싱 아웃을 진행 중이다.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는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아토피 치료신약은 미국 현지 임상 2상에 진입했다. 지난달에는 메트포르민 염산염의 염변경 신약인 당뇨병치료제 '아세토메트정'의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하며 회사로서는 세 번째로 자체 개발약의 상업화를 완성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혁신신약 3개, 바이오베터 3개, 기능성 복합신약 4개, 아토피치료제 등 기타 5개의 주요 R&D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신약개발에 늦었다면 역으로 제네릭을 갖고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방법도 고민해 볼만 하다. LG생명과학이 작년 초 화이자제약과 맺은 제네릭 판매계약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신약개발에 비중을 뒀던 회사지만, 1000억여원을 들여 만든 충복 오송공장이 완공된 후 대규모 제네릭 생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화이자의 제네릭 사업 진출과 외형을 키우려는 LG생명과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계약이지만, 좋은 시설과 생산능력만 갖추면 우리도 제네릭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충북 오창에 1500억원 규모의 cGMP 공장을 건설 중인 #셀트리온제약은 제네릭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제네릭 글로벌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오창공장이 완공되면 국내 합성의약품 생산시설 중 최대인 연간 100억정 규모의 완제의약품을 생산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셀트리온제약은 시장규모가 큰 합성제네릭 50여개 품목을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개발해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런 자신감은 모기업의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세계 각국 기업과 공급계약을 맺고 현지 진출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회사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역사가 길고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갖춘 미국, 유럽의 다국적제약사만이 할 수 있는 연구개발 중심의 신약개발 산업에서 이제 누가 저렴한 가격에 질좋은 약을 만들어내느냐의 비용 중심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며 "셀트리온제약은 대규모 최첨단 생산시설을 통해 가격 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갖춤으로써 한국의 제네릭 제품이 최초로 미국,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시장으로 진출하는 수출 전초기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대 1 무모한 '경쟁'…차라리 수탁을

식약청에 허가된 생산시설 보유 국내 제약업체는 200여개에 달하고, 같은 성분 제품에 100여개 제약사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게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이다. 당장 내년 9월 특허가 만료되는 올메사탄 제제는 130개 품목이 허가를 받아 시장경쟁에 대비 중이다.

경쟁에 나서는 업체 모두가 대박의 꿈을 꾸고 있지만, 작년 비아그라 제네릭에서 보듯 성공이라고 부를만한 국내 업체는 손에 꼽기도 어렵다. 이럴 바엔 무모한 시장 경쟁을 피하고, 생산에만 주력하는 것도 약가인하 시대 하나의 생존방법이다.

수탁환경도 좋아졌다. 예전에는 위탁생산을 하려고 해도 개발, 특히 생동성시험 부담 때문에 직접 생산을 택하는 제약사가 많았지만, 이같은 근거 규정이 폐지되면서 위수탁이 한결 자유로워졌다. 작년 위수탁이 활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제약사들과 달리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고공성장을 하고 있는 #휴온스도 일찌감치 수탁에 눈을 돌린 것이 주효했다.

휴온스는 지난 2009년 정부의 cGMP 정책으로 충북 제천에 520억원을 투자해 최신식 공장을 완공해 가동 중이다. 우수한 설비와 연간 300억원 수준의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수탁과 수출 분야에서도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 점안제 업체 알콘이 카이닉스 위탁생산을 위해 휴온스의 제천공장을 실사한 뒤 찍은 기념사진.
국내 50여개와 제약사와 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휴온스는 2012년 100억원 안팎의 수탁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3분기 누계 실적만 78억원으로, 2009년 44억원, 2010년 63억원, 2011년 93억원을 뛰어넘을 기세다.

제천공장에서는 특히 세계적 안과치료제 전문기업 '알콘'을 통해 판매되는 무방부제 인공눈물 '카이닉스' 및 '카이닉스2' 점안액도 대량 생산되고 있다. 휴온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플라스틱 주사제 용기를 사용한 이 제품은 수탁생산으로 얻는 회사의 첫 번째 블록버스터가 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제천공장의 내용고형제와 주사제 라인은 미국 FDA 승인을 목적으로 무인공정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 최초로 FDA 승인이 이뤄진다면 해외 수탁의 물꼬를 틀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휴온스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경기악화와 약가인하로 수익성 감소의 벽의 부딪혀 신공장 건설이나 라인증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따라서 수탁생산이 가능한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부족한 생산능력을 보충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수탁생산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휴온스뿐만 아니라 대원제약, 유영제약, 삼천당제약, 동구제약 등이 자기들만의 생산라인 강점을 갖고 수탁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와 싸우려면 M&A로 규모부터 키워야

우리와 비슷한 약가인하 경험이 있는 일본의 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신약개발과 M&A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로 성장해왔다. 매출 26조원의 다케다제약은 일본 내 M&A뿐만 나이코메드같은 해외의 제약사를 인수해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

제품라인이 비슷한 우리나라에서는 M&A가 별로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틈새를 잘 살피면 양사간 합종연횡으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은 얼마든지 있다.

작년 활발하게 진행된 국내 제약사 간의 M&A는 약가인하 시대에 맞서 파이를 키우기 위한 제약사들의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비록 대부분이 경영이 악화된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를 뗬지만, 그들만의 결합으로도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제약 수탁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콜마는 지난 2월 비알엔사이언스를 인수해 수탁물량을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콜마는 220억원을 인수금액으로 사용해 320억원을 투자한 충북 제천의 cGMP공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당시 비알엔사이언스는 비만약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데다 제천 cGMP 공장 완공으로 수탁사업 증대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콜마는 더불어 최근 사업 진출을 선언한 한약제제 생산시설으로 제천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한 M&A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안과용제 전문 생산기업인 'DHP코리아'를 인수한 삼천당제약의 선택도 나쁘지 않았다. 안과용제 강자였던 삼천당제약은 1회용 무방부제 인공눈물의 생산력은 갖추지 못해 DHP코리아를 통해 위탁을 받았었다.

2012년 충북 오송에 완공된 디에이치피코리아 공장. 삼천당제약은 M&A를 통해 생산시설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DHP코리아는 '티어린프리'란 제품으로 1회용 무방부제 인공눈물 시장에서는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충북 오송 cGMP 공장이 완공되면서 이 분야 전문 수탁 제약사 도약을 꿈꾸고 있던 차였다. 삼천당제약으로서 1회용 무방부제 제품을 손에 얻으면서 수탁사업까지 확대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얻은 셈이다.

아직까지 대형 제약사끼리의 M&A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국내 제약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조만간 대형 제약사끼리의 M&A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지분을 인수해 2대 주주에 등극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약업계 인수합병 전문가는 "수익성 악화로 현재 생존이 걸린 마당에 '내 회사를 지키겠다'는 보수적인 마인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오너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아직은 밑에 순위에서부터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조만간 중상위 제약업체들도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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