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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故 유일한 박사, 산 김윤섭 사장 울려

  • 조광연
  • 2013-01-17 06:34:49
  • 요약

모두 착한 학생으로 되돌아간 듯했다. 의사, 약사, 제약회사와 도매업체 관계자 할 것 없이 참석자 200여명은 조신하게 자리에 앉아 '매기의 추억'을 음미하듯 불렀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않아서 놀던 곳, 물레방아 소리 들린다, 매기 내 사랑하는 매기야…." 공식 행사의 애국가 제창이 아니고서는 낯선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노래부르기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대체 이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15일 저녁 6시 롯데호텔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제 10회 유일한 시상식'은 40여년 전 영면한 유일한 박사를 불러내는 의식같았다. 엄숙했다. 통상 제약사가 주관하는 여러 시상식이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 형식적으로 흐르는 것과 확연히 달랐다. 큰 인물에 대한 개별 참석자들의 합일된 존경심 없이는 연출될 수 없는 장면이다. '매기의 추억이 유일한 박사가 생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라고 사회자가 설명했을 때 사람들은 그를 위해 목소리라도 바치려는 듯 입을 열어 노래했다.

깔끔하게 빗어 넘긴 백발, 신념이 묻어나는 뿔테 안경, 단정한 콧수염 그리고 나비 넥타이. 유일한 박사는 결코 유한양행 창립자로만 한정지을 수 없을 만큼 큰 인물이다. 조국의 반석이 되고자 했던 기업가는 끝내 '존경받는 기업가'로 삶을 완성했다. 그는 '암호명 A'로 불렸던 독립운동가였으며, 대한민국의 빛이된 사회 사업가였으며 또한 교육자였다. 영면했을 때 구두 두 켤레와 양복 세 벌 뿐이었지만, 이 사회에는 40여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값진 유훈'을 남겼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는 보유 주식을 사회에 내놓는 것도 모자랐는지, 아들 일선에게는 대학까지 졸업했으니 자립해 살아가라는 유언만 남겼다. 국내 기업 최초로 종업원 주주제를 실시했다. 그는 선각자며 행동하는 양심이었다. 유일한 박사는 제약산업계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유일한, 그는 누구인가'라는 영상물이 끝났을 때 사람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눈시울이 붉어진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의 얼굴도 대형스크린에 잡혔다. 유 박사의 일생은 모두를 감동시켰다. 대한민국 제약산업은 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시장에 드러 내놓을 만한 물건은 빈약한데 글로벌로 나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약값은 쉼없이 떨어지고, 리베이트 굴레는 상처로 곪아 터진 살을 헤집고 파고든다. 제약산업계는 박무 아니 연무에 갇혀있다. 열린 길은 어디에 있을까? 8일 저녁 역사 속에서 걸어나온 유일한 박사가 길이다. 그는 일제의 참혹한 시절, 9살 나이에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도전이었다. 도전은 대한민국의 존경받는 인물로 귀결됐다.바로 오늘 제약산업에게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제약산업계는 고 유일한 박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유 박사는 제약산업계의 공동의 자산이다. 유한재단과 유한양행이 2년에 한번 '유일한 시상식'을 통해 그 정신을 되살려 내는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더 욕심을 낸다면, 유 박사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고 되살려내는 심포지엄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제약산업을 밖으로 알리고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유한양행은 물론 제약산업계는 존경받는 인물 유일한 박사에게 적지 않게 빚을 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다소 희미해 졌다지만 유 박사 때문에 제약산업은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됐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제약산업이 화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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