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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어머니가 문자보내 하신 말씀이…"

  • 조광연
  • 2013-03-20 06:34:58
  • 대표이사 5연임 성공한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69세)은 입사 40년 중 12년을 대표이사로 지냈다. 네번 연속 대표이사에 오른 결과다. 굳이 비율로 따지자면 직장 생활 30%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보낸 셈이다.

삼진제약 45기 주총이 열린 15일 서교호텔. 그는 대표이사 사장에 다시 호명됐고, 현역 중 제약업계 최장수 CEO가 됐다. 통상 전문경영인들이 2년 혹은 3년의 임기를 채우는 것도 버거운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섯 번의 대표이사 연임은 그 자체로 훈장이다.

공짜 점심은 없었다. 그는 재임 12년 동안 회사 매출을 4배 가량 키워냈다. 연 평균 성장률 13.25%다. 440억원 매출은 20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성장은 고용 창출로 이어졌다. 420여명이던 임직원 수도 60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그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 연속 '20-20 클럽'의 신화가 끊긴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20-20 클럽은 상장사 중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매년 20% 이상인 기업을 일컫는 칭호로 아주 특별한 기업만 누리는 자부심이다.

그러나 외부의 평가는 달랐다. 포브스지는 2006년 삼진을 아시아 200대 강한 중견기업에 선정했고, 노동부는 제약사 최초로 노사상생 양보교섭 인증기업으로 뽑았다.

삼진은 지난해 회사보유 주식 67만주(83억원 상당)를 우리사주 조합에 무상 출연해 600여명의 모든 임직원 주주시대를 열었다. 이성우 사장과 경영진의 결단인데, 이는 임직원 복지프로그램의 일환이자 노사상생의 실천이었다.

중앙약대 출신의 약사 CEO로서 직원들과 함께 먹고(곰탕집 미팅), 함께 보며(단체영화관람), 함께 땀흘리기(찜질방)를 좋아하는 이 사장은 "앞으로 3년, 과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창조적이며 도전적 자세로 제2 도약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며칠전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등뒤 벽에는 액자가 걸려있었다. '平生感謝'라는 문구였다.

올해로 다섯 번째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이성우 사장은 임직원들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다. 임직원 혼연일체로 얻어낸 결실은 여지없이 임직원들과 나눈다.
▶다섯 차례나 CEO 연임하셨어요.

"전문경영인 다섯 번 연임은 드문 일이죠. 영광스럽습니다. 회사에도 족적을 남긴 사례여서 기쁩니다. 헌데 책임감도 큽니다. 정말 그저 하는 빈말이 아닙니다."

▶책임감은 부담감을 동반하는데요.

"네. 약업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영업 패턴도 전환되는 시점이라 더 그렇습니다. 왕도는 없다고 봅니다.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창조적이고 변화하는 조직으로 바뀔 수 있도록 경영 기조를 세우는 수 밖에 없겠지요. 삼진의 제2 도약을 위해서도 새 경영기조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새로 맡겨진 3년 계획, 세우셨나요?

"제약업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새 경쟁력을 확보하고 발전하려면 지속적 신제품 개발과 수출 강화 등 두 가지에 역점을 둬야 합니다. 제네릭에만 의존하면 회사의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내수만 바라봐서도 안됩니다. 선택의 갈래는 간명한데, 길은 험합니다."

▶주력하는 신제품과 수출 전략 있으세요?

"경구용 안구건조증 치료제, 에이즈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는 한편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도 계속 진출 할 생각입니다. 충북 오송 의 원료합성 공장이 완공되면 원료 품질을 획기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게 되고 이를 가지고 수출에 나설 계획입니다. 실제, 항혈전제 플래리스의 원료인 클로피도그렐은 현재 해외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어요. 최근 일본 바이어들도 방문해 호평을 했거든요." ▶CEO 롱런 비결은 뭡니까.

"모두 제가 했겠습니까? 실은 제 능력 보다 직원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애사심이 강한 삼진 직원들이 정말 사장을 잘 도와줍니다. 항상 고마운 마음 뿐입니다. 12년 재임 기간 중 단 한 차례도 임금협상을 하거나 갈등을 겪지 않았거든요. 늘 대화와 소통을 하려다 보니 직원들이 저를 믿고 지지해 준 것같습니다." ▶성과없는 연임은 불가능한데요, 재임 기간 중 무슨 성과를 냈나요.

"2001년 첫 취임 할 당시 매출 규모가 440억원 대였어요. 지속적인 매출 강화 전략으로 2005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고, 2010년 2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꾸준한 매출 증가를 이뤘죠. 직원도 2001년 420여명에서 최근 600여명까지 늘었습니다. 작년 대폭적인 약가 인하로 매출이 다소 부진했지만, 외형과 질적인 성장이 함께 이루어진 12년이었다고 자평하고 싶습니다." ▶12년간 기업체질에도 변화를 주셨는데요. "2001년 관례를 깨고 영업을 하던 제가 사장에 선임됐을 때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도 있었죠. 그런데 주변서 많이 도와줘 용기를 얻었고요. 무엇보다 창업주이신 최승주, 조의환 두 회장님부터 이어 온 가족 같은 회사가 삼진의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전 특별히 기업체질을 변화시키기 보다, 좋은 전통을 더 살려보려고 공을 들였을 따름입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했죠. 그래서인지 사장이 대화와 소통에 적극적인 것이 인상적이어서 지원을 했다는 얘기를 후일담으로 듣곤합니다. 생산 직원들과 찜질방을 찾고 소주잔 기울인 적도 많았고, 지금도 전 직원에게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장수 CEO로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처음 취임하고 나서 역점을 둔 것이 게보린을 이을 대형 품목 개발이었습니다. 지속적 매출성장을 이루려면 1~2개 품목으로는 힘들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100억대 품목, 200~300억대 품목, 400~500억원대 품목을 포트폴리오로 설정했어요. 결과적으로 항혈전제 플래리스를 회사 대표 품목으로 키워냈습니다. 보람이 큽니다."

▶플래리스를 이을 대형 품목도 준비하시겠죠. "지금도 고혈압, 고지혈증, 위장질환 등 다양한 제품들이 성장 중이어서 전망이 아주 밝습니다. 시장 규모가 큰 경구용 안구건조증 치료제 개발도 2016년발매를 목표로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12년은 아쉬움과 보람으로 점철되셨을 텐데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20-20클럽(상장기업 중 매년 매출-순이익 20%이상 성장 기업)에 가입한 점이 큰 보람이죠. 반면 그 기조를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이 또 아쉬움입니다. 약가인하 등 정책 리스크로 작년 매출이 소폭 줄어든 것도 아쉬움이 큽니다. 그래서 삼진의 재도약을 위해 올해, 그리고 내년이 매우 중요한 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날 제약회사 CEO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모든 국내 제약사의 공통적 고민이 바로 신약개발일 겁니다. 혁신 신약개발이 돼야 하는데, 아직 국내 현실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픈 현실입니다. 국내 제약사들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분위기니까 곧 세계적인 신약이 나올 것으로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정부와 제약업계, 의약업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사장은 함께보며(영화관람), 더불어 땀흘리며(찜질방), 같이 먹는(곰탕집 미팅) CEO다. 그는 5연임의 비결에 대해 "제가 뭐 한게 있냐"며 "모두 임직원이 도와준 결과"라고 말한다.
▶곰탕집 미팅, 찜질방 대화, 단체 영화관람 등은 이성우표 소통방식으로 통용됩니다. 왜 이러시는 건가요?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를 즐깁니다. 사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혼자 일을 다 하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없고요. 곰탕을 같이 먹고, 찜질방에서 함께 땀흘리고, 영화를 단체로 본 후 소감을 나누면 마음이 열립니다. 그저 소통을 위한 저 만의 방법인 셈이죠."

▶거기선 무슨 말씀 주로 하세요?

"직원들에게 '즐기라'고 말합니다. 즐겁게 일해야 일이 좋아지고, 그래야 능률도 오르니까요. 아니 능률이전 삶이 즐거워지죠. 일과 삶은 즐거움 위에서 돌아가야 한다고 전 믿거든요."

▶언제부터 단체 문자 발송하시나요.

"직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 건 2010년 8월 태풍 곤파스가 전국을 강타했던 날 입니다. 새벽 직원 출근길이 걱정돼 출근을 늦출 것을 문자로 알렸습니다. 그 뒤부터 주 1~2회, 대략 한 달에 대여섯 번 꼴로 본사, 생산현장, 지방영업소 직원들까지 600여명 모두에게 격려 문자를 보냅니다."

▶직원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요. "처음엔 직원 반응이 각양각색이었죠. 동료가 재미삼아 보낸 것으로 알고 '장난치지 말라'는 회신부터 '진짜 사장님 맞냐?'고 반문하는 직원 등등 말이죠. 배꼽 쥔 답문은 이거였어요. '당신이 진짜 사장이면 나는 회장이다.'

▶그래서 문자 효과 좀 보시나요?

"지금은 직원들이 여행가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가족 모임, 소소한 행사를 실시간으로 알려주기도 합니다. 고민을 토로할 때도 있고, '사장님 힘내시라'며 격려하는 일도 잦습니다. '감기 조심하라' '사장님 파이팅' 같은 문자는 생산부 직원들이 가장 많이 보내줍니다.

직원 가족들까지 팬이 된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땐가 출근하면서 놓고 간 아들 휴대폰에 찍힌 제 메시지를 직원 어머니가 보시고 '아들이 좋은 회사에 다니고 있어 행복합니다'고 하셨죠. 이런 문자들은 제 심장을 강하게 뛰게 하고, 나태하지 않도록 채찍질 합니다."

▶약사면 약국 근무를 떠올리게 되는데 어찌 제약사에 이토록 오랫동안 계시나요?

"1971년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뒤 74년 입사했죠. 이 때만해도 약대 졸업하면 제약사에 들어가 2~3년 근무하고 약국을 개업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거든요. 돈을 벌 수 있는 지름길 같은 거 였죠. 당시 저도 그런 생각이 없던 건 아닙니다. 그런데 영업하면서 뭔가 보람이 느껴지더군요. 사람 만나며 돌아다니는 게 몸에 착 맞더라구요. 사장에 오르기 전까지 영업부문서 한 우물을 팠습니다."

▶부지런하신 성품으로 압니다.

"매일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7시 30분에 회사에 출근합니다. 일어나선 꼭 운동을 하는데, 주로 집 근처 여의도 공원을 한 두 시간은 걷죠. 매일 걷는 이 시간을 저는 좋아합니다. 경영 아이디어나 새로운 생각이 바로 이 때 나오니까요. 직원들 구두 닦아주고, 옷 다려주는 아이디어를 비롯해 신제품 구상 등 여러 가지로 덕을 보았어요. 아침식사도 거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는 체질 때문이에요. 밥심으로 사는 셈인데 아내가 고생이 많습니다."

▶플래리스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데요, 당시 개량신약 붐이 일어 대다수 제약사들이 염을 바꾸려고 달려들었습니다. 헌데 삼진은 제네릭을 선택했습니다. 확신이 있었나요? "대형품목으로 키우기 위한 시장진입은 속도(SPEED)가 중요하다는 봤어요. 특허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모험도 필요했습니다. 약효가 뛰어난 클로피도그렐 원료합성에 성공하며 개량신약 보다 제네릭으로 승부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맞다 게보린'은 삼진제약의 아이콘입니다. 안전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셨는데요. "게보린은 삼진제약의 얼굴이자 회사의 역사적 의미를 띄고 있습니다. 애정이 남다릅니다. 사장으로서 게보린의 약효와 안전성을 자신합니다. 30년 넘게 판매를 하면서 부작용은 거의 없었고, 일반적인 약에서 나타나는 경미한 수준입니다.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엄격한 품질관리와 제품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삼진제약의 미래 어떻게 그리셨나요.

"초일류제약기업으로 성장하는게 목표입니다. 회사는 3년 전부터 제품품질, 영업방식, 임직원 마인드 등 3대 초일류화 캠페인을 진행하며 변화와 혁신을 이루고 있어요. 제품에 대한 신뢰와 최고품질 달성을 위해 cGMP급 시설을 가동하고 원료 최고급화를 채택했습니다."

▶원료공장 건설도 같은 맥락인가요.

"네. 오송 원료생산 공장이 완공되면 우리 의약품 품질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제품과 원료 수출을 본격 추진할 겁니다. 해외 교두보 마련을 위해 국제 의약품 전시회 참가, 외국 제약기업 등과 전략적 제휴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임직원 마인드 함양과 창조적인 영업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도 적극 나서고 있고요."

▶앞으로 임기 3년, 사장님이 붙잡으신 한마디는 뭡니까?

"직원들을 위해 무엇을 바꿀까? 이 한마디 붙잡고 씨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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