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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그게 뭐야?…가랑비에 옷젖듯 익숙해져

  • 최은택·어윤호
  • 2013-04-08 06:35:00
  • 전문의 8만명 시대…의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전공의 때 제약사가 사준 밥 한 번 안 먹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조금만 지나면 당연한게 된다. 회식 자리에는 제약사 직원이 끼거나 선배가 '이상한' 카드를 꺼내 값을 치른다."

대학병원 보직교수였던 한 의사의 수련시절 이야기다.

수도권 소재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국 4년차 치프레지던트는 이렇게 말했다. "회식이나 컨퍼런스 때 제공되는 간식 같은 것까지 불법 리베이트라고 치부한다면 지금도 흔한 일이다."

한국의 의사 인력은 기형적일만큼 전문의 숫자가 많다. 복지부 통계를 보면, 2011년 기준 등록면허자 중 73.2%인 7만6379명이 전문의다. 지금도 전국 250여개 병원에서 1만6000명이 넘는 의사들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수련중이다.

의국은 수련의들의 또다른 요람이다. 그러나 전·현직 전공의들에 따르면 상당수 병원들은 의국 운영비 뿐 아니라 피교육자이면서 동시에 의료서비스를 노무로 제공하는 피고용자인 이들의 복리후생에 나몰라라 한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수련의들의 든든한 '수발자다'. 간식을 챙겨주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사적인 일들을 대신 해결해 주기도 한다.

한달에 몇 번 있는 회식이나 순번으로 도는 레지던트 학회참가비 등도 제약사 영업사원이 챙기는 주된 일 중 하나다.

회식에 동석하는 일도 있지만 '치프'에게 카드를 제공하거나 음식점에 장부를 만들어 놓고 정기적으로 결제해주는 방식이 더 선호된다.

수련과정을 마치고 커리어를 쌓기 위해 무보수로 일하는 펠로우나 연구 펠로우의 월급을 챙겨주기도 한다. 의국비서 인건비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지는 않지만 제약사의 몫이다.

과거에는 학회 참가비와 체류비, 유흥비도 잘 챙겨줬다. 격무에 시달리는 수련의들에게 학회는 일종의 휴가다. 제약사는 돈봉투나 카드를 건네준다.

한 전문의는 이렇게 말했다.

"일종의 생계형 리베이트다.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선배들이 그렇게 해왔으니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무뎌진다. 4년차 레지던트는 이런 방식으로 살림을 잘 하는 지 여부가 스텝들의 평가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는 "의국을 운영하려면 당연히 관리비가 필요할 텐데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수련의의 복리후생은 제약사에게 떠넘겨진다"고 주장했다.

한 제약사 임원도 "금액만 놓고보면 귀여운 수준이지만 회식비를 내거나 특별한 이벤트를 거치면 담당교수가 당분간 이 회사 약을 쓰라고 대놓고 얘기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수련 때 맺어진 스킨십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회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은 남길 수 있다. 제약사들이 의국을 챙기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하루 서너시간 씩 새우잠을 자고 식사를 거르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곱절이상 많은 수련의들에게 제약사들의 '보살핌(?)'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죄(?)' 일 수 없다.

이런 일은 머나먼 옛 이야기가 아니다. 한 수련의는 "(수련과정에서) 제약사와의 스킨십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교수, 선배들로부터 지금도 대물림된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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