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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MR에게 리베이트 영업 가르친 건 회사였다

  • 조광연
  • 2013-04-17 12:24:52

한 때 리베이트를 부추기는 회사 영업 정책에 능동적(?)으로 적응한 사람들이 있었다. 굵직 굵직한 거래선을 확보하고, 초과 매출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회사로부터 떠 받들어졌던 사람들이다. 남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으시됐던 그 영업사원(MR)들이 이젠 달라진 회사 정책과 부조화 끝에 이 회사, 저 회사로 옮겨다니는 '저니맨(journeyman)' 신세가 됐다고 한다. 소위 청춘을 다 바쳤다는 그 회사에 머물지 못하고, 좀더 눈높이를 낮춰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하는 가엾은 신세가 된 것이다. 그들은 누구인가. 믿음직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부모의 자식들이다. 이들이 저니맨이 된 것은 자의반, 타의반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그 뿌리에는 회사가 있다.

잘 나가던 영업사원들이 처량하게도 저니맨이 된 표면적 이유는 리베이트 쌍벌제와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척결 의지, 이에 따라 달라진 회사 정책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아니 그렇게 비쳐진다. 그러나 근원적 배경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마치 군대의 약진 명령처럼 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현장으로 내몰았던 회사 정책의 희생자들이다. 회사가 내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층 적극적으로 임했던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회사가 용인하는 리베이트 범위를 뛰어넘어 자신의 비용까지 들여가며, 거래처를 문어발처럼 확대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환경이 변하면 그 문어발들이 자신들의 숨통을 조일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회사는 이들이 어떻게 영업을 하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묘백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태도로 손바닥 뜨겁게 박수를 쳐대며 환호했다. 그러다가 리베이트 쌍벌제라는 두려운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회사 정책을 급 선회해 영업사원들에게 '리베이트 영업은 안된다'고 지시를 내렸다. 리베이트 영업은 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어길때는 어떤 처벌도 '달콤하게' 받겠다는 각서까지 받아낸 회사들도 있었다. 참 현명하고 싹싹한 이 정책들은 영웅처럼 칭송받던 영업사원들에겐 독약이나 다름 없었을 것이다. 리베이트 영업은 안된다고 회사는 말했지만 결코 매출 목표를 낮춰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새옹지마라고나 할까. 그동안 칭찬받지는 못했지만 땀으로 현장을 뛰었던 영업사원들은 그럭 저럭 견뎌낼 수 있었지만, 리베이트가 가능한 환경을 적극 활용했던 사람들은 무장 해제를 당할 수 밖엔 없었다.

이들에겐 필연 딜레마가 따랐다고 한다. 이들이 구축해 놓은 거래선은 물론 이들의 영업 패턴에도 관성이 생겨 회사가 요구하는 땀의 영업과 증거중심 영업을 실현하기 불가능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토양이 산성화됐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매출 목표는 예전과 달라진게 없거나 오히려 높아짐으로써 이들의 용도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이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관성을 따르려는 이들에게 변신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는 커녕 은근히 배척하고 때로는 회사 정책에 반하는 인물로 낙인을 찍으려 들기 때문이다. 실제 한 CEO는 "영업사원 눈치를 보고있다"며 영업사원들의 탓을 했다. 불법 리베이트가 죄라면 회사나 정책은 공동 정범이고, 영업사원은 종범일텐데도 말이다. 믈론 예외는 있다. 몸통이 머리를 움직이려고 예전 자료를 흔드는 영업사원도 있는 게 현실이니까.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현실은 회사나 영업사원 모두 '反 리베이트 시대'를 진심으로 인식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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