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08:11:26 기준
  • #제품
  • 약국 약사
  • 허가
  • #제약
  • 글로벌
  • 의약품
  • GC
  • #염
  • 유통
  • AI

날개짓 영업대행사…"난다고 다 새는 아니겠지"

  • 최은택·어윤호
  • 2013-04-22 06:35:00
  • 인벤티브헬스 진출로 '시선집중'...리베이트 영업 대체

공산당선언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럽에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이 유령은 20세기 인류의 사고체계를 뒤흔든 공산주의(사회주의) 사상이었다.

최근 제약업계에도 이런 유령이 서성이고 있다. 바로 '#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라고 불리는 회사들이다. 공산주의(사회주의) 사상처럼 인류의 인식과 의식체계에 파고들면서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될 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기대와 우려도 교차한다. 비즈니스 방식이 낯설다보니 아전인수격으로 이름만 갖다붙인 '짝퉁'도 나타나고 있다.

원문그대로 직역하면 CSO는 '계약판매조직', 또는 '대행판매조직'이다. 흔히는 '판매대행사'라고 부르는 데, 해석이 이렇다보니 오해나 몰이해가 판 친다.

#판매대행은 국내에서도 수십년간 이어져왔다. 가령 류충렬 도매협회 전 고문은 1960년대에 유행했다가 1980년대에 사라진 총판도매업을 대표적인 판매대행의 행태로 떠올린다.

두 개 이상의 제약사가 계약을 맺고 같은 제품을 공동 판매하거나 다른 이름으로 각자 판매하는 '코프로모션', '코마케팅' 도 원개발사의 파트너사는 판매대행사의 지위에 있다.

속칭 '품목도매' 또한 판매대행의 한 유형이다.

그렇다면 CSO는 뭘까? LG경제연구원 윤수영 선임연구원의 'CSO를 활용한 제약기업의 해외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CSO는 1970년대 후분부터 유럽지역을 중심으로 설립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신제품 출시를 대비한 일시적인 영업사원 지원 등 보조적 역할을 수행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대규모 업체가 출현하면서 서비스 범위가 확대됐다. 현재는 단순히 '고객'(제약사)의 '서비스 업체'라는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가 됐다.

다시 말해 CSO는 의약품이라는 재화를 넘겨받아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업사원을 통한 용역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근간으로 한다.

계약형태는 '렌탈'과 '다이렉트'가 혼재돼 있다. '렌탈'은 고객사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을 의미하고, '다이렉트'는 용역계약을 맺고 독자적으로 영업을 수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법령상 '다이렉트'만 가능하다. 영업직은 파견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렌탈' 방식은 불법이다.

이런 CSO 소속 영업사원의 점유율은 유럽국가에서는 20% 내외, 미국과 일본에서는 10%대 중반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CSO가 활성화되면 영업사원이 없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은 과장된 표현인 셈이다.

CSO가 국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미국계 CSO 전문기업인 인벤티브헬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부터다. 이 회사는 미국계 한국BMS제약, 일본계 다케다제약 등과 이미 비즈니스를 수행 중이다. 또 조만간 적어도 4곳 이상의 다국적 제약사와 영업 아웃소싱 계약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인력파견 전문기업인 맨파워코리아도 도급형태로 아스트라제네카 품목을 아웃소싱 받아 영업대행을 시작했다. 국내업체 중에서는 MS&C가 CSO를 표방하며 국내 중소제약사를 타깃으로 기반을 다져가는 중이다.

하지만 국내 원조 CSO기업은 따로 있다. 2000년 설립된 유디스인터내셔날이 그것이다. 같은 해 후발주자로 전세계 No.1 CSO기업인 이노벡스 퀸타일즈가 국내에 상륙하기도 했다. 이들 업체는 의약분업이 CSO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황무지'에 깃발을 꽂았다.

의약분업 전에는 제약사들이 클리닉에 직접 영업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영업전문 기업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제약사들은 구조개편을 모색하기 보다는 영업사원들을 대거 채용해 직접 클리닉 시장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손에는 제약산업을 비리의 온상으로 덧씌운 '불법리베이트'라는 검은돈이 들려 있었다. 이 뒷돈거래가 CSO를 저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봄이 왔지만 기승을 부리는 꽃샘추위에 CSO는 뿌리내릴 터전을 찾지 못했다.

한 CSO사 관계자는 원태연 시인의 시구를 인용해 "난다고 다 새는 아니다. 변칙 CSO가 활개치면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면서 이 때의 악몽을 떠올렸다.

그는 "아직 국내 제약산업은 CSO를 잘 모른다. 제대로 된 개념부터 적립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