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쿠제의 눈으로 약과 의료를 보라"
- 최은택
- 2013-04-25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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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식 약사(상록수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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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배후로는 우울증이 지목된다. 답은 간단 명료해진다. 이 놈을 제거(치료)하면 된다. 독버섯을 없앴으니 '글로벌 1위' 자살율도 떨어질 것이다.
'자살공화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1.5명꼴이다. OECD 평균 11.3명보다 대략 3배나 더 높다. 가장 자살률이 적다는 그리스와는 거의 10배의 격차가 난다.
자살의 배후가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이라면, 한국사람들은 잘 사는 나라 사람들보다 3배 정도 이 질환을 더 많이 앓고 있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과연 그럴까?
보건사회학 박사인 신광식(57·서울약대) 약사는 도리질 친다. '조성민, 베르테르, 우울증 그리고 마르쿠제'라는 제목의 칼럼(데일리팜 기고)을 쓰게 된 이유다.
그는 내친 김에 같은 주제로 4편의 칼럼을 연재했다. '의료와 조작사회', '약과 조작사회' 쯤으로 명명할 만한 책의 뼈대를 만든 것인데, 그가 소환한 이데올로그는 독일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거두 중 한 사람인 헤르베르트 마르쿠제다.
"마르쿠제는 1970년대 학생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인기를 끌었던 학자였죠. 사회구성체 논란의 소용돌이에서 순식간에 퇴장해버리기는 했지만 지금 다시 봐도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데 이 만큼 적합한 이론도 없다고 봅니다. 약과 의료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마르쿠제의 이론은 약과 의료에서 '조작주의'를 비판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신 약사는 '의료와 약의 조작주의'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
먼저 질병의 특징과 관련된 수 개의 측정 가능한 지표를 강조해 해당 질병을 대표하게 만든다. 그리고 가급적 해당 질병명으로 통용되도록 한다.
약의 기능은 관찰이나 측량이 가능한 수치로 비교되도록 하고 비교대상인 비처지군이나 대조군에 대비한 차이를 그 약의 '수월성'의 의미로 활용한다.
연구를 위해 불가피하게 채택된 대표지표는 점차 편의주의 양상으로 흐른다. 특히 인간을 대상으로 한 약물시험은 조작이 가능한 부분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기간이 짧고 결과가 명백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지표들이 당 대사와 관련한 질환의 혈당수치, 관절염의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의 염증물질 분비, 위장관질환의 위산분비량, 간기능검사, 소변검사 등이다.
조작주의로 만들어진 이런 대표지표는 질병을 대변하게 된다. 또 치료수단을 왜곡시킨다. 우울증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치료수단으로 우울증약을 매칭시키는 방식이다.
"조작에 활용된 지표가 치료방법과 그것을 제어하는 물질을 확정하고, 약과 의료를 재편해 버리죠. 본말이 전도되는 것입니다."
신 약사의 문제제기는 더 이어진다.
"가령 의료현장에서 '암은 성공적으로 치료했는데 환자는 죽었다'는 말을 듣곤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게 치료의 목적이 돼야 하는데 암을 대변하는 지표, 바로 종양을 제거하는 게 목표가 돼 버려 결과와 목표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죠."
마르쿠제의 말을 빌려, '실재'와 '본질'을 동일시한 오류라고 신 약사는 설명한다. 여기서 '본질'은 사람을 살리는 것, '실재'는 지표화 된 암을 치료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조작주의에 의해 강요된 이런 예는 무궁무진하죠. 오히려 아닌 것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는 이런 성찰을 개인의 자산으로만 묶어두지 않을 생각이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출강할 때마다 마르쿠제 전도사가 돼 학생들에게 의제로 던지는 이유다.
데일리팜에 기고한 4편의 연재 칼럼과 강의는 집필계획 중인 책의 방향성에 대한 공개적인 의견수렴 과정이기도 했다.
"약국을 운영한 지 벌써 30년입니다. 박사 학위도 취득했고, 정부 위원회 등에도 참여하면서 보건의료 관련 정책에도 적지 않게 개입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체계적인 논리의 '틀거리'로 마르쿠제 시각을 빌리기로 한 거죠."
신 약사는 내년 중 약국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인들과 작은 농원을 만들어 나무를 심기로 했는데, 새 삶터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철학을 정리하는 집필에도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전문주의 관점에서 약과 의료를 진단한 접근은 많았지만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풀어낸 예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동의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를 떠나, 약과 의료 영역에서 마르쿠제는 충분히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회적 콘센서스가 형성됐으면 하는 게 제 작은 바람입니다."
(*신 약사의 마르쿠제 이론을 통해 본 약과 의료 주제 4편의 연재 글은 데일리팜 칼럼란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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