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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병실간 '사모님' 후폭풍…재소자 치료권 위축 논란

  • 이혜경
  • 2013-09-24 06:34:52
  • 요약
  • 법조계-의료계 모두 재소자 치료받을 권리 주장

범죄행위로 인해 교도소 등 교정시설에 수용돼 있는 수용자(재소자)는 헌법 제10조와 제36조에 의해 질병을 진료받을 수 있고, 수용자를 관리하는 국가는 수용자의 질병을 진료할 의무가 있다.

이 같은 논리가 지난 5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된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로 인해 무너졌다. 그동안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등 사회 고위층 관계자들이 형집행정지로 가석방 되는 경우에도 사회적 논란은 있어왔다.

하지만 여대생 살인청부로 '감형없는 무기징역' 형벌을 받은 모 기업 회장 부인 Y씨가 질병으로 인한 형집행정지로 대형병원 특실에서 VIP 대우를 받으며 지내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문제의 중심에 Y씨의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가 있었던 것도 한몫했다.

Y씨의 경우 의사 한 명의 진단서로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가 한번도 열리지 않은 채 여러 차례에 걸쳐 형집행정지와 연장결정이 내려졌다. 결국 박 씨는 지난 3일 Y씨의 허위 진단서 발급을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

재소자의 치료받을 권리에 관한 법적, 의료적 현황과 개선점과 관련한 토론회가 23일 열렸다.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와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위철환)는 '재소자의 치료받을 권리에 관한 법적, 의료적 현황과 개선점'을 주제로 23일 토론회를 열었다.

◆사모님에 묻혀 재소자 치료권 위축 논란=토론회가 진행되면서 논란은 예상 밖에서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에 초점을 맞춰지면서 현행 형집행정지제도의 문제점이 부각됐다.

사회적 여론 또한 자유형의 집행정지제도가 이른바 '돈 많고 빽 있는 사람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층의 합법적인 탈옥을 위한 제도'가 아니냐는 목소리로 가득찬 실정이다.

토론회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이재헌 변호사는 "이번 사태로 수용자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무시되면 안된다"며 "자유형 집행정지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허가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논의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재헌 변호사(오른쪽)과 하영훈 사무관은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 사태로 재소자의 치료권이 위축될 것을 우려했다.
특히 이 변호사는 형집행정지 실태와 개선방향 보다 진료 받을 권리가 있는 수용자가 실질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수용자를 모아 적정하고 실질적인 진료를 할 수 있는 의료 전담교도소 설치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법무부 의료과 하영훈 사무관 또한 재소자의 치료권 제한 보다, 실질적으로 어느선까지 진료를 진행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 사무관은 "이번 사건 때문에 재소자의 치료받을 권리가 위축되지 않도록 검찰과 유대관계를 갖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 자체 교정병원을 설립해 위중한 환자를 자체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계를 대표한 패널 또한 이 같은 입장을 함께 했다. Y씨 때문에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재소자가 발생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의협 임병석 법제이사는 "형집행정지를 개선한다는 명목하에 형집행정지를 강화해서 치료받아야 할 재소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우려스럽다"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재소자는 치료를 받게 해줘야 한다는게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재소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의료인력과 의료기관을 확충하고, 통일된 기준을 갖춘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최재욱 소장은 "형집행정지 진단서를 발급할 때 주치의를 제외하고, 전문의 2명 이상이 하도록 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다"며 "심의는 의협 의료윤리연구위원회가 협조하고, 공익대표와 시민대표로 위원을 구성하는 것도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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