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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몰이 그만하고, 소몰이로 가자

  • 데일리팜
  • 2014-01-02 06:24:53

어김없이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청마(靑馬)처럼 달려 나가자며 사회 전반이 애써 희망을 노래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보건의약계 앞에 놓인 새해는 어느 때보다 어둡고, 무거우며, 또한 막중하다. 보건의약계가 생각하는 진정한 보건의료정책과 정부가 몰아치고 있는 투자활성화 차원의 새 보건의료정책 개념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재된 채 서로 대립하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를 향한 보건의약계 단체장들의 신년 메시지들은 날이 선 선전포고에 가깝다. 새해 벽두부터 의사협회의 전국적 파업 예고 등 벌써 격랑의 조짐이 일고 있다.

고령(화) 사회를 향해 줄달음치는 대한민국 사회가 우선 합의를 이뤄나가야 할 사항은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등이 결코 아니다. 현행 건강보험을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우선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령사회가 되어갈수록 건강보험재정 충당은 가장 뜨거운 과제가 될 것이며, 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보건의료체계는 붕괴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4대중증질환 급여처럼 보장성 강화 영역은 늘어나는데 비해 보험료 인상 등 재정충당에 관한 논의와 대책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만 할 수 없는 일이다.

보건의료체계의 가장 근본인 건강보험 지속화 문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몰아치고 있는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같은 정책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하는 의구심이 따라붙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 말처럼 원격의료가 의료 환경이 미비한 지역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만을 위한 것인지, 법인약국이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 증진에만 목표점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들 중 이같은 정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믿음보다는 거대 자본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본다는 의구심이 더 크다.

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인 건강보험 문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문제를 정부 뜻대로 토끼몰이를 하게되면 갈등과 대립은 불보듯 뻔하다. 건보재정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를 주변부를 건드려 치유해보려는 발상은 제약산업에서도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집착하는 시장형실거래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이 제도를 재시행 함으로써 건보재정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에 보탬을 주려한다는 비판은 보건의약계에 널리퍼져 있다. 건보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이 없는 한 제약산업은 언제나 건보재정을 위해 쥐어짜여지는 마른수건 밖엔 되지 못할 것이다.

정부는 새해 정책을 도입하고 실현하는데 토끼몰이 방식을 폐하고, 소몰이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토끼몰이와 소몰이 방식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일방적 강행이냐, 비전을 공유한 설득이냐'의 차이다. 정책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토끼몰이의 끝은 죽음으로, 소몰이의 끝은 푸른초원으로 인식된다. 정부는 따라서 원격의료와 법인약국을 말하기에 앞서 향후 건강보험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부터 방향을 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보험료와 보장성 강화를 고려한 건강보험 지속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외면하면서 주변부만 건드려 토끼몰이를 할 때 사회적 통합은 멀어지고 갈등만 심화될 것이다. 원격의료와 법인약국도 내 몰기전에 충분한 비전공유과 설득이 필요하다. 다른 언어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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