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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약국·의료민영화 논의의 부당성

  • 데일리팜
  • 2014-01-13 07:59:51
  • 신광식 약사(보건학 박사)

박근혜 정부 2년차에 들어서며 갑자기 법인약국-의료민영화 논쟁이 의약계 전체를 휘몰아치고 있다. 민영화나 경쟁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접근법은 지극히 좋지 못한 방법이다. 그것은 원리주의로서 신자유주의이며 정책의 선악에 대한 구체적 사실 위에 군림하는 이념이 되어있다.

신자유주의가 이념화 된 것은 시장질서가 가장 효율적인 가격을 결정한다는 고전적인 수요공급법칙에 의거한다. 따라서 거대한 관료주의가 비효율성을 양산할 때 그것이 좋은 치료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보비대칭을 비롯한 특수한 사정이 제거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며 공공재로서 기능하는 약사와 의사 서비스시장에 대한 특수성이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법인약국의 추진의도에는 두 가지가 개재되어 있다. 하나는 경쟁의 범위를 직접적인 서비스부문을 제외하고 약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개방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본의 지배를 허용하여 약국서비스를 ‘자본화’하자는 것이다.

정부의 안은 대표의 자격은 약사로 하되 지분 참여에는 일반인의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소유권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유한회사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방식에서 약국을 지배하는 것은 대표약사가 아닌 지분참여가 큰 소유자가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약사의 입장에서 약국에 대한 지배권이 약사가 아닌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약사 제도 본질의 훼손이다.

약사서비스가 다른 무엇보다도 환자를 위한 의약품 사용에 초점이 있어야 하며 그것에 우선하는 지배에 제한당해서는 안 된다. 약사에 의한 약사의 고용이 허용되는 것은 고용자의 지배원리가 약사 의식과 윤리에 기반 한다는 전제에 의거한 것이다. 그러나 약사가 아닌 누군가가 약국을 지배한다는 것은 이런 전제를 부정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

약국가(藥局街)에서는 약사가 아닌 사람이 약국을 소유하는 것을 면허대여라 하여 수십년간 일관되게 척결되어야할 제도의 목표로 하여왔다. 이것은 대부분의 비윤리적인 약국 경영과, 과학과 지식에 기반 할 의무가 도외시되는 행위가 면허대여, 즉 비약사 소유 약국에서 비롯한다는 경험적 컨센서스가 약사사회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현 정부가 약사의 직능을 원천적으로 부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컨센서스를 무시하면 안 된다.

법인약국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약국 서비스를 자본의 힘을 빌은 우회적 생산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면서 약국서비스의 ‘자본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도 약국서비스의 자본화는 어느 정도 진행되어 온 게 사실이지만 법인약국의 제도화는 거대자본의 시장참여를 열어주기 때문에 이전의 진행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거대 자본의 참여는 유통자본이 골목의 구멍가게나 치킨 집을 몰아낸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의 자영업 형태의 약국을 몰아내고 거대자본이 주인이 되어 약국가를 재편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의 한가운데 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점은 역설적이게도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시한 두 가지 이유, 즉 내수활성화와 국민 행복 증진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년간 추진하여온 신자유주의 정책기조 하에서 자본화와 경쟁의 심화, 양극화는 꾸준히 진행되었지만 내수는 활성화되지 못하였고 불명예스런 전 세계 1위의 자살율은 전혀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국민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사실의 증거이다.

내수가 활성화 되지 못한 이유는 독점적 거대자본의 시장지배가 강화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제고되었지만 그곳에 집중된 부가 국가경제에 투자의 형식으로 환류 되지도 않았고 고용을 늘리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영업을 근간으로 하는 중산층의 몰락은 가계소득과 소비를 위축시켰고 경제는 지속적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자영업의 근간은 사업의 주체가 된 개인의 사업동기가 소비자와의 직접적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운영되는 활력을 유지한다는데 있다. 자본의 지배 하에서 개인의 자율성은 축소되고 자발적인 소비자와의 인간관계가 제거될 뿐더러 자칫 남양유업사태에서 드러난 억압적 ‘갑을관계’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박근혜 정부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금다시 자본화를 강화하고 자영업의 몰락을 가속화시키는 방법으로 내수활성화와 국민 행복의 진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런 점 때문에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규제 개혁이 무조건적 밀어붙이기 이념공세이고 그 일환으로 약국가의 현실을 도외시한 법인약국 도입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라는데 약국가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현실을 무시하고 추진하려는 규제개혁은 이념화 된 신자유주의 행동강령이다.

규제는 사실에 있어 제도의 본질이다. 규제가 자유경쟁을 제한하는 이유는 제도가 추구하는 질서 있는 사회적 분업을 구현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합리적 개선이 아닌 이념으로 절대화 된 규제개혁은 자칫 제도자체의 철폐, 아노미상태나 무정부상태까지를 의미한다. 무조건적 ‘벽허물기’는 이리와 양을 한울타리에 넣자는 강자 독점의 논리이고 국민을 행복이 아닌 불행의 수렁에 빠뜨리는 정책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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