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2 04:31:00 기준
  • #제품
  • 허가
  • #제약
  • 의약품
  • #염
  • 글로벌
  • GC
  • 유통
  • AI
  • #평가

"국내 신약개발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 조광연
  • 2014-01-20 06:14:59
  • 노벨상 받은 코빌카 교수의 제자 정가영 조교수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서른 중반의 승민이 추억과 꿈과 온 마음을 담아 제주도에 지었던 그 집처럼 'Dr. Ka Young Chung'의 'Protein Structure Lab.'에선 아직도 새집의 목재 향이 피어 나는 듯했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다음 날 오후, 경기도 수원의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약학관 5층 그의 랩(lab) 옆 연구실(랩과 연구실은 통상 붙어있다) 방문했을 때 컴퓨터 모니터에 뜬 그래프와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치들만 빼곡한 실험결과를 살피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반짝였고, 실험결과에서 어떤 영감을 얻은 듯 얼굴엔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그는 마치 소녀처럼 수줍어했고 "마실 게 아무것도 없다"며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커피와 치즈 케이크 두어 조각 사 들고 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들만큼. 연구실 공간은 넓게 보였다. 과학자가 지배하는 공간이었으나, 아직 그 어떤 권위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신혼 살림집처럼 새 출발이 안겨주는 실내는 희망의 공기가 가득 흘렀다.

서울약대 97학번인 정가영 조교수는 성균관약대 20여명의 교수 중 가장 젊은 교육자이자 연구자다. 지금은 본연의 교육과 연구 때문에 조용한 듯 하지만 GPCR 연구 레이스를 향한 그의 마음은 물위의 백조가 감추고 있는 발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다. 그는 한 때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때 그를 찾는 과학담당 기자들의 전화는 빗발쳤다.

2012년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을 때 그는 일약 장안에서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의 스승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포드대 의대 교수가 'G단백질 결합수용체(GPCR•G-Protein Coupled Receptors)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 노벨 화학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코빌카 교수가 세운 건축물에 정 조교수가 얹은 벽돌도 적지 않다.

그는 2012년 3월 성균관 약대에 부임하기 전인 2008년부터 3년간 박사후 연구원(일명 포스닥 혹은 포닥)으로 스탠포드대 코빌카 연구실에 재직했다. 2011년 코빌카 교수 지도아래 Rasmussen 교수(당시 포스닥)과 공동으로 GPCR과 G-protein의 결합체 구조에 관한 연구논문 2편을 학술지 네이처에 동시 게재하면서 주목받는 과학자로 떠올랐다.

코빌카 교수의 연구실을 떠난 그는 성균관대에 부임해 그해 9월부터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NRF 국제공동연구사업에 코빌카 교수와 공동으로 2년 단위의 GPCR의 일종인 GPER의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교수지원 사업에도 선정되어 연간 2억원 가량 3년 동안 지원 받고 있다.

그는 솔직했다. 교수로서 받는 평가와 다른 경쟁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 결과를 내게 될지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가겠다"고 말했다. 그 다짐은 확고하게 들렸다.

그는 "연구자로서 G-Protein의 하위 신호전달 물질의 구조적 기전을 모두 밝혀 지도를 그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교육자로선 "저 사람은 어느 연구실, 누구에게 교육받았지라는 평가를 받는 연구원을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이제서야 세팅이 완벽하게 끝난 그의 연구실과 실험실 이야기를 들어본다.

201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브라이언 코빌카 교수의 제자로서, 공동연구자로서 주목을 받았던 정가영 성균관약대 교수도 연구실 세팅을 모두 마치고 교육과 연구에 들어갔다.
▶우선 시멘트 벽을 가르친다는 인내심을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생물학적, 과학적 지식이 전무하니까요. GPCR이 뭐죠?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요? GPCR은 'G단백질 결합 수용체(GPCR•G-Protein Coupled Receptors)'로서 일종의 센서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게 우리 몸 어디에 있단 말씀이죠?

"세포막에 있어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이야기부터 해야겠어요. 몸은 대략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세포들은 각자 독립적이고 독자적인 기능을 합니다. 체세포, 생식세포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근육세포, 망막세포, 미각세포 등 다양하고 각자 하는 일도 다릅니다. 개별 세포는 세포막을 기준으로 안과 밖으로 나눌 수 있는데, GPCR은 세포 밖의 신호나 자극, 호르몬, 화학물질 같은 것을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센서 혹은 관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담당과목이 신약개발 원론인데요, 그러면 GPCR이 의약품 개발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있다면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부터 설명을 해주세요.

"네, 밀접합니다. 예를 들어 알러지성 비염으로 설명하죠. 우리 몸 안에 히스타민(Histamine)이 늘어나 콧물이 나고 재채기가 심한 상황입니다. 이때 의약품 펙소페나딘(fexofenadine)을 복용하는 거죠. 그러면 펙소페나딘이 세포막에 있는 GPCR histamine H1 수용체의 바인딩 사이트에 붙어 히스타민이 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다시 말해 재채기를 유발하는 2차 물질을 생성하지 못하도록 히스타민의 신호전달을 방해하는 겁니다. GPCR은 이처럼 펙소페나딘(의약품)이나 히스타민 등 세포 바깥이나 몸 밖의 물질(Ligands)들을 감지하고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세포 안 단백질들이 작동하도록 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겁니다."

▶GPCR은 모두 똑같은 가요? 즉, 1개뿐이냐는 겁니다.

"아닙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포유류의 경우 대략 800개 정도 있습니다. 모두 다른 모습이죠."

▶그러면 GPCR을 타깃으로 한 의약품 현황은 어떤가요.

"상업화되고 개발중인 약물의 40% 가량은 GPCR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GPCR을 타깃으로 삼은 약이 많은데 최근들어 GPCR 연구가 뜨거운 이유는 뭔가요.

"크게 보면 지금까지는 랜덤하게 약효가 있는 물질을 찾아 의약품으로 개발한 셈이죠. 그런데 GPCR의 존재와 작동원리 등이 밝혀지고 보니 상당수 약물이 GPCR과 연관성이 있음을 알게된 거죠."

▶GPCR의 구조를 규명하고 작동원리를 밝힌다는 게 신약개발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거죠?

"아까 말씀 드린 대로 의약품의 40% 가량은 GPCR과 결합해 세포내 G 단백질과 같은 하위 단백질(G-protein)에 신호를 전달시켜 2차 활동을 강화하거나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약효가 나타나는 이유를 알게 된 것으로 효율적인 의약품 개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약물의 경우도 GPCR의 어떤 부위에, 어떤 모양으로 결합돼 있는지를 연구하면 약효를 더 증진시키거나 부작용을 줄 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합니다."

정가영 교수의 첫 제자들. 정 교수는 기초가 탄탄한 연구원을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선생님의 연구관심사는 뭔가요.

"GPCR을 포함한 단백질의 구조 연구에요. '수소/중수소 치환 질량분석 방법' (Hydrogne/Deuterium Exchange Mass Spectrometry) 을 쓰고 있습니다."

▶국내 제약회사들도 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요, 선생님의 쓰임새는 뭘까요.

"바이오 시밀러를 개발하는 회사라면 원 바이오 의약품과 시밀러의 단백질 구조가 얼마나 유사한지 규명할 수 있고요, 또 회사가 개발하는 의약품이 GPCR 어느 부위에 결합하는지 등에는 제가 역할을 할 수 있겠어요. 강점이라면 단기간 내 적은 량의 시료로 액체상태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많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는 아니에요. 제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를 감당하기도 만만치 않거든요."

▶우문인데요. 유학은 어떻게 가시게 됐나요?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을 가고 싶었어요. 경험의 기회 때문이었죠. 또 공상과학에 나오는 연구자들이 멋져 보였어요. 동경심도 작용한 것이죠."

▶박사과정을 위해 도착한 위스콘신대 어땠나요?

"세상에, 이렇게 낡은 실험실이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놀랐어요. 우리나라는 새 건물에 새 기기가 일반적이잖아요. 좀 시간이 흐르니 아, 역사는 무시 못하겠구나 싶었어요. 새기기도 작동원리를 모르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구요. 공상과학에서 본 연구자에 대한 동경심이 깨진 대신 베이스부터 밟아가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학생들도 시키는 것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기초부터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려고 하는 것도 인상적이었요."

▶코빌카 교수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그리고 그분은 어떤 분이세요?

"박사를 마치고 스탠포드대에서 코빌카 교수님 지도아래 박사 후 과정(포스닥)을 했어요. 제가 GPCR 연구에 입문하게 된 것도 교수님 덕분이에요. 그런데 교수님은 제게 앞으로 이 분야를 연구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상세히 설명해 주시고 선택은 맡기시더군요. 그분은 그런 분이세요. 제게 많은 영향을 주셨습니다. 또 연구비가 끊겼을 때도 끈을 놓지 않으시고 일관되게 연구를 하셨어요. 여러 면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교수라는 직업은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연구자인데, 그 길에 접어든 지금의 심경은 어떤 거죠?

"두 가지의 역할이 있다는 건 매력적이에요. 연구자는 자기의 길로만 가는 거잖아요. 연구하고 결과를 내는데서 의미를 찾는다고나 할까? 그런데 교육자는 인재를 키우고 거기서 파생되는 재미와 기쁨이 있어요. 이제 2년 정도 됐지만. 하하. 대학원생을 잘 키워 나중에 저 사람은 누구한테 배웠대? 라는 결과를 얻기를 소망합니다."

▶연구자로서 목표는 뭐에요?

"GPCR로부터 2차적인 영향을 받는 G-Protein의 (삭제) 하위 신호전달 물질의 구조적 기전을 밝혀 일목요연하게 지도를 그려보는 겁니다. 일생의 목표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 경쟁이 아주 치열하거든요."

▶2012년 노벨상 수상 논문 2편을 포함해 모두 17편의 논문을 발표하셨는데요, 여전히 경쟁 속에 사시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걱정 안하고 살 수는 없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조급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마음이 그렇다고 되는 건 아니니 차근차근 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면 코빌카 교수님도 경쟁자 인가요? 그 교수님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잘 아실테고 말입니다.

"아휴, 저를 어떻게 지도 교수님에게 필적시키시나요. 그리고 연구자들간에도 금도가 있어요. 지도 교수님 핵심연구에 손을 대면 절대 안됩니다. 광산에 들어가 제 금맥을 캐는 거죠."

▶실험실은 어떻게 구성하고 있나요.

"학생 5명과 연구원 1명 등 6명이 있어요. 학생은 석사 3명, 석박사 통합 1명, 박사과정 1명이에요. 예전 교수님들에게 배웠듯 저도 학생들에게 100개의 연구 중 1개만 성공하면 졸업을 하는거 라면서 동기를 부여하고 있어요. 전 숫자보다 정말 훌륭한 연구자를 양성해 보고 싶어요."

미국에 있는 동안 8년간 하이킹을 즐기며, 목표에 정진하던 정 조교수는 성균관약대에 자리잡은 이후 하이킹을 하지 못한다. 대신 대학 후문 쪽에 살고 있다. 실험실에 언제든 달려올 준비태세인 셈이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