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된다고? 아집 속에 만난 '화상영업과 의사'
- 어윤호
- 2014-01-21 06: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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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뒤에서 지켜본 화상 디테일 서비스 '화이자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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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속내였고 '화이자링크' 인터뷰 제안을 받고 나오는 길에 내뱉은 혼잣말이기도 했다.
화이자링크는 얼마전 한국화이자가 론칭한 의사 대상 화상디테일 서비스인데, 제약사 영업사원(MR)이 모니터 화면을 통해 의사에게 약에 대한 디테일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제약 영업을 화상 통화로 한다? 턱도 없다. 직접 만나 얘기해도 대충 듣고 넘기는 의사들이 태반이다. 대학병원 교수는 아니라 쳐도 개원의는 정말 그렇다.
'우리나라 개원의들은 공부를 안 한다.'
이바닥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직접 세웠고, 또 꽤 신빙성이 있다고 자부하는 가설이다. '모두'라 말 할 수 없겠지만 개원의가 MR의 디테일에 귀 기울일 때는 '삭감' 얘기가 나올때 뿐이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고 바닥정서다.
자영업자인 개원의 입장을 생각할때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공부하는 의사도 물론 있다. MR의 무용론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산업이든 영업은 '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리베이트를 떠나서 말이다.
흔쾌하지 않았지만 인터뷰는 수락했다. 메이저 제약사의 최신 전략이었고, 하루치 마감 기삿거리론 괜찮지 싶었다.

건물 3층에 위치한 의원은 일반적인 내과의원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인터뷰 약속이 예정돼 있었던 탓인지, 대기 환자는 없었다. 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광명시의사회, 대한의사협회라는 글귀가 새겨진 상장이 나를 맞이했다. 정치적인 의사는 대부분 학술적 공부를 더 안 한다.
고개를 돌리자, 어머니뻘로 보이는 여의사가 인사를 건넸다. 서정화 원장. 53세. 웨이브를 넣은 단발머리에 금테안경이 어딘지 모르게 선한 인상을 주는 것이, 왠지 정치적인 의사로 보이지는 않았다.
명함을 건네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던 중 전화벨이 울렸다. 링크의 진행을 전담하는 DPMR(Digital Professional Medical Representative)이다. 디테일이 시작되자, 모니터 좌측 상단에 DPMR의 모습이 작게 뜨고 중앙에는 디테일 내용이 표기됐다.
'2013 ACC/AHA Guideline'
메인 화면에 표기된 문구에 고개가 앞으로 쏠렸다. 미국심장학회(ACC)와 심장협회(AHA)가 지난해 연말 발표한 이상지혈증 가이드라인이었다. 사실상 NCEP ATP3(제3차 콜레스테롤 관리지침)의 뒤를 잇는 고지혈증 관리지침이다.
그야말로 최신지견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보험급여와 전혀 상관이 없다. '삭감'은 낄 단어도 아니다. 국내 특성상 업데이트된 해외 가이드라인이 급여기준에 반영되는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모된다. 한마디로 개원의가 모른다고 전혀 문제되는 내용이 아니란 얘기다.
던지는 질문도 놀라웠다. "그럼 이제 LDL-C(저밀도저단백콜레스테롤) 수치를 정해 놓지 않는다는 얘기네요? 수치가 아니라 ASCVD(죽상동맥경화성심혈관질환) 예방이 치료목표고 LDL-C는 일정 퍼센테이지 이하로만 관리하라는 말인데…."

학술적으로는 중요한 얘기지만 실제 처방에 큰 영향은 없는 내용이다. 스타틴제제 사용에 대해 강도에 따른 사용을 구분했지만 가장 많이 처방되는 화이자의 리피토(아토르바스타틴)를 포함, 처방 상황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대 언론용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일 수가 없다. 대부분 의사들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관련 기자라고 본인들이 논의하는 전문적인 내용을 알아 들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서 원장은 가이드라인 관련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화이자 DPMR은 올해부터 적용되는 심평원의 새 약제기준을 추가로 설명했다. 다음 화이자링크 스케쥴을 정하고 링크를 종료했다. 서 원장은 한달에 1~2번 링크에 접속한다고 했다.
"링크는 궁금하면 바로 물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솔직히 내과 전문의로서 세미나 같은 자리에서 궁금증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충분히 질문할 상황도 안 되고, 오랫만에 보는 분들과 인사도 해야 되니까요."
나도 궁금증이 다 해결 안 됐다. "선생님, 그럼 주위에 다른 의사분들도 링크를 통한 디테일을 많이 활용하십니까?"
"솔직히 잘은 모르겠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리서치 회사 등이 방문할때 선호하는 디테일 방식에 대한 질문에 '화상'이 들어가 있어요. 분명 니즈가 있는 분들은 충분히 도움을 받고 있단 얘기라고 봐요."
아집이었다.
만났던 의사들이 그랬다고 기자로서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아야 했다. 링크는 무용지물이 아니었다. 그래도 개원의가 화상 디테일로만 만족하진 않을 터다. 언급했듯이 영업에서 사람대 사람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제약 MR들과 의사들의 관계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죠. 나도 당연히 방문 MR들도 만나요. 실제 화상 디테일로 제약사의매출이 올라 갈 것이라는 생각도 안 들구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제약사가 이런 다양한 채널을 제공하는 게 기특한 거죠."
화이자링크는 론칭 당시 리베이트 파문으로 인해 의원들이 MR 방문을 꺼리는 것에 대한 노림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방문 디테일도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오히려 리베이트에 대한 인식 때문에 여러 학술 관련 행사가 제약을 받는 상황이 화상 디테일 덕에 해소되는 부분도 있어요."
속이 좁은 탓일까. 다 가시지 못한 편견이 심술을 부렸다.
"저는 개원의 분들 중 선생님처럼 링크를 위해 시간을 내고 활용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점심식사 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에 한가한 시간을 굳이 학술 공부에 쓰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의사의 의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분명 의지를 갖는 분들이 존재합니다."
이날 서 원장은 링크 서비스가 별도 전화를 받으면서 모니터를 보는 형식이 아니라 컴퓨터 하나로 일체화 됐으면 한다고 개선점도 건의했고 화이자 직원은 사내 논의를 약조했다.
제약사의 화상 디테일을 편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흔치 않은 인터뷰이를 운 좋게 만난 것 뿐일 수도 있다. 다만 공부하는 동네의원 의사를 늘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서 원장의 말처럼 화이자링크는 론칭 목적을 떠나 기특한 매개체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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