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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제 첫 예비약사 "내 돈 내고 알바 했죠"

  • 데일리팜
  • 2014-02-06 06:14:53
  • 하동문 연구교수(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설날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6년제 약대의 첫 입학생이었던 조카가 벌써 졸업 학년을 맞아 약국 실무실습을 했다며 들려준 경험담을 접했다.

"5주간 약국에서 돈 내고 알바했죠. 그냥 노동력 착취당한 것 같아요. 뭐 배웠다? 사실 뭐 별로 였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비판적이고 직설적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시큰둥하게 말하는 조카의 말을 듣고는 무엇인가 잘못된 게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년제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대학은 대학 나름대로, 약국은 약국 나름대로 실무실습에 대해 준비해 왔다. 그런데 막상 시작을 하고보니 교수와 프리셉터(Preceptor)약사, 그리고 실습생이 각각 서로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 건가 보다.

"약국에 돈 내고 알바했죠. 노동력 착취당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사전에 실무실습 교육 준비는 충분히 하고 갔니?"라고 물어보았다. 의약품과 관련된 지식과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 건강보험 종별, 환자 나이별 중증질환 여부, 처방전 발급 의료기관의 종별 등에 따른 환자의 건강보험상의 위치 및 처방전 구성 요소들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무실습 교육 일정 및 계획에 대해 알고 사전 준비 노력은 제대로 하고 그렇게 말하는 지가 궁금해졌다. 그런데 너무 쉽게 "아니요"라며 말하는 품새가 참 시원하기는 한데 가슴이 턱 막히며 답답해졌다.

처음으로 시작하는 약대생 실무실습이다보니 그 동안 교육을 내실 있게 만들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기획 관리하고 있는 교수들은 물론, 실무실습을 준비하고 있는 현장의 프리셉터(Preceptor) 약사들, 6년제 약학 교육을 위해 애쓰는 모든 사람들이 행여 학생들에게서 실망스런 반응이 나올까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실망스런 반응을 접한다고 해도 학생마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니 전부 다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새로운 방식의 교육이 처음 시행되는 것이고 주변 여건이 협조적이기 보다는 녹록치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라고 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냥 공부 잘하라는 새해 덕담을 건네기 위해 시작한 말에 자꾸만 심각해지는 대꾸가 돌아오니 예사롭지가 않았다. 진반농반 섞어서 "연애하는 것 말고 요즘 제일 어려운 일이 뭐니?"라고 물으니 의외로 돌아오는 대답은 진중하다.

"어디에 서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외삼촌, 저만 그런가요? 4과목으로 줄었다고 해서 좋아했지만 오히려 더 늘어난 시험과 1년도 남지 않았는데도 감도 잡을 수 없고 괴담 수준의 소문만 난무하고 있어요. 교수님들도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만 말씀하시니 불안하기만 해요. 그리고 실습 나가는 건 복불복 같아요.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니 뭘 어떻게 맞추어야할지 모르겠어요".

약대생 조카의 돌직구 "어디에 서서, 어딜 봐야 하나요?"

조카의 설날 도발은 6년제 약대생이 느끼는 불안감과 불만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 교육 주체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 부분들에 대한 학생과의 소통과 각 주체들 사이의 정보 교류가 절실해 보인다.

처음으로 치러지는 6년제 약사국시는 학생들이 더 이상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공지한 과목별 시험 문항수와 출제범위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전 대비가 부족한 약사국시라 합격률이 50%를 넘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루머를 불식하고 불안감을 해소 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약국, 병원, 제약 등 실무실습에 대해서는 학교별 차이, 교육장소별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학과 외부교육기관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4년제보다 많은 시간과 경비를 소요하고 탄생하는 6년제 약사들이 기대하는 약제장교, 공무원 직급 등 지위에 관한 문제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6년제 약대생 불만·불안감, 소통으로 해소해야

약대 6년제 시행 이후의 약학대학은 신설 약학대학, 기존 약학대학, 지방 소재 대학, 수도권 소재 대학, 학교 부속 병원이 있는 대학, 없는 대학 등 각자 서로 다른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그 만큼 약대는 태생적으로 복잡 미묘한 6년제에 직면해 있다. 각 대학들은 6년제를 통해 최고를 지향하는 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고를 지향하기 이전에 모든 대학이 공통으로 갖추어야 할 교육환경과 졸업생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는 힘을 합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약대 학제가 6년제로 바뀐 것은 여러 사회적 합의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학생들이 2년이라는 시간을 추가로 투자하고 그 기간에 등록금을 치르고 다양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하는 것은 6년제 약사가 만들어낼 기대 효과에 대한 사회적 투자에 다름 아니다.

사회가 한 투자에 상응하는 효과를 만들어낼 책임은 정부, 한국약학교육협의회 , 대한약사회, 각 대학의 구성원과 약사 모두에게 있다 할 것이다. 특히 막상 뚜껑을 열게 된 실무실습을 비롯한 6년제 교육을 보면서 대학을 중심으로 모두가 공감하는 한 목소리로 묶어낼 리더십과 소소한 일에서부터 큰일까지 꼼꼼히 다져가는 지속적이고 일관된 추진력이 아쉽다. 서로 미루고 갈수 있는 일이 아니니 교육을 책임진 여러 주체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 후시지탄(後時之歎)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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