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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은 공급자-가입자 모두의 편"

  • 김정주
  • 2014-02-10 12:24:54
  • 강윤구 전 심평원장

강윤구 전 심사평가원장.
지난 4일 4시30분 심평원 지하대강당 이임식 현장.

수백명의 임직원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강윤구(고대·65) 원장은 "의미있는 1412일이었다"고 안녕을 고하면서 나즈막히 울먹였다.

심평원장 법적 임기 3년을 훌쩍 넘긴 4년 가까운 동안 첨예하게 대립했던 각종 의약정책의 최전방에 서 있었던 그의 소회는 남달랐을 터.

이제 그는 동국대학교 약학대학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겨 내달 새학기 강의를 앞두고 있다.

이임 직전, 심평원장실에서 만난 그는 사실상 실무업무를 종료하고 지난해 말 내놓았던 저서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의 추가 개정판 퇴고에 한창이었다. 자이로스코프는 팽이처럼 중심축을 둔 장치로, 평형을 측정하는 역할을 심평원에 비유한 표현이다.

원장직을 마감하는 그간의 소회와 약대에서 '인생 3막'을 시작하는 설레임을 들어봤다.

다음은 강 전 원장과의 일문일답.

-역대 원장 중 최장 기간동안 일했다. 소회가 남다르겠다.

= 임기직은 처음이었다. 임기가 다되고 공모가 지연되자 국회는 국정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했었다. 나는 '갈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갈 때 가더라도 (국감만은) 받으시라"고 요청했던 기억이 난다.(웃음)

국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임기 1년차 첫 수감 때가 떠오른다. 심평원은 다른 기관과 다르게 정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답변 자체가 수치나 팩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부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기관장보다 강하게 답변을 했던 모양이다. 야당 쪽에서 "톤 다운 하시라"고 했는데,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꼭 얘기하고 싶었다. 4년차인 지난해 마지막 국감 때는 모 의원이 "원장님이 너무 노련해서 원…."이라고 하더라.

-취임 초부터 줄곧 강조한 게 '소통'이었는 데.

= 돌아보면 가장 힘을 많이 쏟은 게 그 부분이었다. 부임할 때 기관 수장은 실무진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자갈이 있으면 치워주고, 언덕이 있으면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마음먹고 왔다.

그런데 와서 보니 조직이 많이 경직돼 있었다. '클라이언트'가 요양기관과 국민 양 쪽이다보니까 치이고 엇갈린 부분이 많아 보였다. 취임 직후 업무보고에서 한 차장이 "원장실에 들어와 본 건 입사 22년만에 처음"이라고 해서 무척 당황했다.

계속 소통을 강조했는데도 뒤돌아보니 반응은 신통찮았던 것 같다. 외부 평가는 기관 특성상 규제 성격이 강해서 그렇다해도 내부 평가가 높지 않은 것은 반성이 필요하다. 30년 넘게 이어온 조직 분위기가 1년새 움직이랴 싶었다. 한 1년 하고 보니 '긴가민가' 하더라.

그래서 '투게더' '런치 미팅' 같은 이벤트를 만들어 낮밤으로 '통하자'고 했다. 지금은 조직 분위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진다.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거다.

-심평원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의 소회를 담은 책도 냈다.

= 에피소드가 있다. 원래 임기가 작년 초였으니 그 시점에 맞춰 준비해서 초판을 5월로 잡았었는데, 재공모가 늦어지면서 계속 시간이 흐르다가 해를 넘기면 휴지조각이 될 성 싶어 연말께 냈다. 그런데 거의 1년 가까이 심평원장을 연임하게 되면서 그 사이 거처간 얘기들이 너무 많아졌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진행됐던 '정부 3.0'이나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라든지, 심평원 비전과 미션 등 중요 사안들을 덧붙이지 않으면 안됐다. 여기저기서 책의 완성도를 위해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내왔다.

책 이름이 '의료 자이로스코프를 꿈꾸다'인데 초판으로 나온 책 내용 중에 사족을 털어버리고 이 부분을 '이어진 자이로스코프의 꿈'으로 첨가해 곧 출판한다. 퇴고하고 있는데 마무리 단계다.

심평원 대관 업무하는 A약품 기획실 부장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B대학병원 완화병동 간호사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쓰려고 했는데, 용어가 어려우니 전날밤엔 쉬웠다가 자고 일어나서 보면 어렵게 보이더라. 시간이 더 걸린 이유다.

-'인생 3막'을 얘기해보자.

= 퇴임 후 곧바로 동국대약대 석좌교수로 가게 됐다. 대부분 전에 몸 담았던 한림대 복귀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보도가 나간 후 동국대 약대로 간다니 놀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스토리'가 있다. 동국대와 인연은 작년에 경영대학원 '팜디' 보건의료정책 관련 특강에 초청받아 간 적이 있었다. 이후에 동국대 측에서 석좌교수직을 제의해 왔다.

MBA 소속 팜디 과정을 제안했는 데, 청와대, 복지부차관, 심평원장직을 수행했던 행정 경험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보니 약대가 최선이었다.

강의는 '약과 사회'라는 과목으로 약과 관련한 사회적 이슈와 약무정책과 현안을 두루 살펴보는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음식으로 보면 퓨전이 적절한 표현일거다. 구체적으로는 의약품 리베이트와 같은 사회적으로 맞닥뜨리는 약 관련 사안이다. 심평원에서 대학으로 간 약무 관련 교수들의 도움도 받을 생각이다.

3월 새학기부터 학부 3~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데, 16주 강의 프로그램을 아직 고민 중이다. 연휴 때(인터뷰 당시는 구정 전이었다) 정리해봐야겠다.

-끝으로 한 말씀.

= 심평원은 요양기관과 의료 소비자인 국민 사이에서 편향돼선 안된다.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의 편을 들어야 하는 입장인 거다.

혹자는 '마른 빨래 쥐어짜듯 짜야한다'는데, 지금 짤 게 뭐가 있나. 그렇다면 '퍼줄거냐'는 물음이 날아온다. 퍼줄 것도 없다. 결국 더불어 가야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심평원과 심평원장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조직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다. 앞으로도 그 관계 사이에서 심평원이 잘 맞물려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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