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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만 개발하면 대한민국 행복한가"

  • 이탁순
  • 2014-07-10 06:14:56
  • "우선 산업을 키워줘야"...사업개발 전문인력 필요

인터뷰|김연준 한국투자파트너스 수석팀장

김연준 한국투자파트너스 수석팀장은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드문 제약업계 출신 인사다.

2003년 한국화이자제약에 입사해 한국노바티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을 거쳐 올초부터 본격적인 투자업무에 뛰어들었다. 당연히 그의 관심대상은 유망 #바이오·제약업체다.

화이자, 노바티스에서 기술협력과 벤처펀드를, 진흥원에서는 기술이전 파트를 맡아 일했기 때문에 투자업무가 낯설지 않다.

그가 전문 투자 심사자로 나선데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제약업계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노바티스 재직 시절 스위스 바젤 공항에서 "왜 우리는 안 될까?" 했던 생각이 그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투자사는 기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동반자'라는 김 팀장은 많은 한국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전세계에서 활약을 펼치기를 소망한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 다녀온 그는 한국 제약산업이 가야할 길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지난 4일 한국투자파트너스 삼성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의약품 산업의 세계적 트렌드와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비전을 들었다.

미국에는 어떤 용무로 가게 됐나? 투자 목적으로 간 것인가?

= 창업투자 사업모델이 단순히 투자로 그치는 게 아니라 투자를 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박람회의 분위기와 최근 업계 동향 등 이런 부분들을 경험하고 조언하기 위해 다녀왔다.(샌디에이고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셔은 각 지역에서 열리는 바이오 박람회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올해는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다.)

업계 내 많은 전문가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소득일 거 같다?

= 그렇다. 나는 바이오협회에서 지원하는 패키지 투어에 참여했는데, 그곳에서 유익할만한 한국 인사들을 만났다. 더구나 이쪽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다 모여 있었기 때문에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소중한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실제 딜(계약)들이 많이 이뤄졌나?

= 딜은 사실 이런 자리에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보통 두달전 이미 합의가 다 된 상태에서 사인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

한국 제약업체들도 많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국내 제약회사 입장에서 이런 국제 대회 참여는 어떤 의미가 있나?

= 글로벌 제약사 인사들에게 사실 한국이 매력적인 자리는 아니다. 딜 하나 때문에 한국을 방문하지 않는다. 보통 한국에 오는 외국인 CEO들은 중국과 일본을 경유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국제 박람회에는 다양한 미팅과 파트너십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제약사로서는 엄청난 기회다.

특히 허가기준 허들이 낮은 지역, 예를 들어 중동이나 남미 국가 인사를 만나 수출 논의를 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한국 제약회사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나?

= 제약은 참 재미있는 분야다. 요즘 TV 시장에서 브라운관 TV를 누가 사겠느냐, 그런데 제약 산업에서는 100년이 지난 아스피린이 여전히 통용된다. 다른 산업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퇴화하고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들이 제약산업에서는 다 공존한다.

한국 제약산업이 전세계의 약 2% 수준이지만, 글로벌로 눈을 넓히면 기회는 존재한다. 신약이 아니어도 좋다. 한국산 의약품이 필요한 국가가 수두룩하다. 조금만 머리를 쓰면 성장이 어렵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식약처의 PIC/s 가입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필요하다고 보나?

= 사업을 개발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다. 투자를 받겠다고 오시는 분 중에는 자기 기술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투자를 받아서 임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이후 라이센싱이나 IPO는 어떻게 갈 것인지 이런 부분들을 컨트롤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대형 제약사들이야 잘 갖춰져 있지만, 벤처기업이나 중소 제약사들은 이런 면에서 아직 미흡하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어로 프레젠테이션할 수 있는 인물도 부족한 형편이다.

그럼 언제쯤 우리나라 제약산업이 비즈니스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까?

= 제넨텍이 1976년에 생겼는데, 우리나라는 바이오벤처 창업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다. 라이센싱 인 아웃을 떠나 사업 개발 역량 경험을 키우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의약품 산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나는 산업론자다. 신약개발 카테고리만 가서는 안 된다. 신약개발 성공하면 대한민국 행복하냐? 그렇지 않다. 산업을 키워줘야 한다. 특히 의약품과 관계된 산업이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바이오의약품 배송산업이라는지, CRO 서비스 같은. 예전에는 제약회사-의사-환자 그룹만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플레이어도 나타나 산업화되고 있다.

최근 국내 CRO들이 투자를 받으려고 CEO가 직접 프레젠테이션하는걸 보면서 긍정적이라고 봤다. 움직임이 있으면 기회도 생긴다. 일례로 이번 미국 박람회에서 30대 후반의 미국 친구가 투자를 받으려고 사업설명을 하는데, 놀랍더라. 이미 그 친구는 임상1상이 진행 중인 사업아이템을 갖고 260억원에 회사를 판 경험이 있다. 미국의 이런 시스템들이 놀랍고 한편으론 부럽더라.

세계 의약품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라고 보나?

= 화이자가 와이어스를 인수하면서 지향점이 달라졌다. 원래는 '넘버원 파마'였는데, 지금은 '넘버원 바이오 파마'로 바뀌었다. 케미칼 위주의 제약산업에서 바이오 카테고리가 생긴 것이다. 또 오펀드럭이나 맞춤치료로 가고 있다. 허가부담은 줄면서 부작용 발생에 따른 리스크가 적은 약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제 사업 모델이 의약품 중심이 아닌 질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제약회사에 대한 투자 환경은 어떤가?

= 우리같은 벤처투자 회사들은 언제든지 기회가 열려 있다. 다만 엔젤 투자자, 개인투자자들이 적다. 제약기업이 리스크가 크다보니까 IT 분야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유망한 투자 대상은 무엇인가?

병원과 헬스케어 요소가 합쳐진 유헬스나 IT 기반의 원격진료 시스템이 이제 시작점이기 때문에 해외시장과 비교할 때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이 분야 전문인력과 기술도 좋은데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무섭게 고령화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IT 기반 헬스산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심사역을 하면서 언제 가장 보람을 느꼈나?

=내가 노바티스 시절 투자한 파멥신이라는 회사가 있다. 당시 투자할 때는 대표님을 포함해 4명밖에 없었는데, 투자하고 1년후 회사 회식자리에 갔는데 16명으로 늘었더라. 이런 얼리 스테이지(초기 단계) 기술들을 보유한 회사들이 라이센싱하고 임상·개발하면서 성장한다는데 만족감을 느낀다. 똑같이 돈을 벌어도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이 일에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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