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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약사가 일탈 MR과 CSO를 탓하기 전에

  • 조광연
  • 2014-07-11 06:14:52

목소리가 높다. 이달 2일 시행에 들어간 불법 리베이트 관련 품목 투아웃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약협회가 깃발을 높이 들었다. 오는 23일 임시총회를 열어 불법 리베이트 관행에 작별을 고하는 국제수준의 윤리헌장을 선포한다고 한다. 협회는 전에도 초지일관 유통투명화를 이루지 않고는, 제약산업 발전도 없다는 일관된 주장을 대외에 알리며, 회원사들도 각성해 달라는 안쓰러운 호소를 해 왔다. 그 결과일까, 사회·제도적 요구 때문일까. 제약사들도 따라서 깃발을 들기 시작 했다. 이곳 저곳에서 경쟁적으로 CP(공정경쟁규약 자율준수 프로그램) 서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뭔지 석연치 않다. 제약업계의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은데 말이다. 두 가지 점에서 그렇다. 이번에야 말로 리베이트 없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드높은 한켠에서 고개를 드는 일탈 MR(영업사원)과 분별없는 CSO(계약 판매대행 조직)에 대한 업계의 말들이 엇박자로 들린다. '만약에 말야'를 전제로 업계는 우려한다. 만약에 회사 경영방침과 달리 MR이 궤도를 이탈한 경우에도 투아웃제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든지, 만약에 회사 경영방침과 달리 CSO가 빗나간 경우에도 투아웃제 영향을 받는 것은 문제 아니겠냐는 항변 섞인 걱정이다.

헌데 딴청 부리는 느낌이 든다. MR에 관한 이야기들이 그렇다. 이들의 영업 방식의 8할은 회사 경영방침이 키운 것이나 마찬가지다. 절대 다수의 MR은 회사가 시키는대로 할 뿐이다. 회사가 설정한 목표를 채우기 위해 뛸 뿐이다. CSO는 바람개비나 한 가지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 CSO에게 바람이란 제약사와 맺은 계약서다. 계약서에 적힌 조항이 이들을 움직이는 것이다. '어떻게 판매하는지, 난 알 바도 아니며 책임도 지지 않는다. 다만, 많이 팔면 프로(%)를 더 많이 챙길 것'이란 계약서가 있다면 CSO는 그 방향대로 돌아 갈 것이다. 반대로 '많이 판매하되 정당하게 판매하라'는 계약서가 있다면, CSO는 또 그렇게 움직일 것이다. 열쇠를 쥐고 있는 건 제약회사란 이야기다.

그래서 의문이 든다. 미래 불안도 돌다리 두들기듯 하는 제약사가, 걱정보다 왜 해결책 마련에 게으른지 말이다. 염려를 없애려면 결심과 세세한 이행 요건 마련 뿐이다. MR의 일탈이 있다고 쳐보자. 그래서 애지중지한 품목이 건보급여 대상서 빠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고 다툼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MR의 행위가 회사 방침이 아님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CP를 가동하는지, 직원들과 공유·서약했는지, 관련 교육은 정기적으로 실시했는지, MR들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목표는 없었는지는 중요한 입증 요소들일 것이다. MR 일탈행위가 회사 경영방침과 무관함을 보여줄 증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증거 차원이 아니더라도 이같은 과정은 MR들에게 '리베이트는 안된다'는 가장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산업계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불법 리베이트와 R&D는 한 이불을 덮고 잠들 수 없는 시대가 왔다. 불법 리베이트와 글로벌 진출도 의기투합 어깨동무를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 관계다. 이 사실을 제약산업계는 지난 몇년간 머리로, 몸으로 익혀왔다. 그렇다면 선택은 분명하다. 불법 리베이트와 결별 뿐이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 이야기처럼 구멍에 넣은 손을 도로 빼내 도망치려면, 손에 쥔 것을 포기하고 주먹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어두운 구멍에서 빠져 나올 수 있고, 살아 남아야 다시 뭔가 움켜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부디, 투아웃제를 계기로 제약산업계는 지금껏 불법 리베이트를 움켜쥐었던 손을 펴 미래의 새로운 가치를 꽉 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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