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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골드러시…가자 라틴아메리카로!

  • 데일리팜
  • 2014-07-31 15:34:31
  • 조도현 W메디컬 전략그룹 대표이사

1882년 이탈리아 제노바에 살고 있던 어린이 마르코의 엄마는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당시 세계 5대 부국이었던 아르헨티나로 가정부 일을 하러 떠난다. 엄마로부터 연락이 끊기자 마르코는 엄마를 찾아 밀항을 거듭하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하지만, 엄마가 이미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긴 것을 알고 광활한 아르헨티나를 누비며 엄마를 찾는다.

7~80년대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던 만화 '엄마찾아 삼만리'의 내용이다. 람보르기니,페라가모, 구찌, 조지오 알마니 등 명품 본국인 이탈리아와 국가 디폴트 선언이라는 벼랑끝에 서있는 오늘 날의 아르헨티나를 비교해보면 130년이라는 세월이 가져온 변화가 놀랍기만 하다. 아르헨티나와 라틴 아메리카는 엄마찾아 삼만리의 영화를 다시 누리게 될까.

구호는 약점(weakness)의 반영이다. 체중감량, 금연, 저축 등 개인들이 새해마다 ?K아놓는 다짐들과 구호들은 개인이 극복하고자 하는 약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과 기관 등 개인의 차원을 넘어 공공의 영역에서 소비되는 구호들인 경우도 해당 조직이나 사회가 결핍하는 약점을 보여준다. 수출산업화가 핵심적인 화두로 등장한 우리 제약산업의 현실은 내수 중심으로 성장했던 우리의 약한 부분이 해외시장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해외 시장 중에서도 최근 라틴 아메리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봇물 터지듯'이라는 표현으로 이 시장에 대한 다양한 진출 시도와 성과를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라틴 아메리카 시장은 수출이라는 선명한 구호를 들고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뒤늦게 두드려보는 신흥시장이어서는 곤란하다. 많은 성장가능성과 사업 기회를 내재하고 있는 반면, 대륙 전반에 드리운 경기둔화의 먹구름도 심상치 않아 두드려봐야 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수출 전략은 건물 하나를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종합적인 기획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라틴 아메리카라 부르자

우선 우리 산업이 진출할 시장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첫째는 명칭. 중남미시장을 지칭하는 용어는 앞으로 라틴 아메리카 시장으로 통칭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는 라틴어에 뿌리를 둔 로망스어군(Romance Language)의 언어가 쓰이는 지역을 말하는데, 리오그란데 강 이북의 앵글로 아메리카가 게르만어파에 속하는 영어를 쓰는 것에 대비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물론 지리적 표현으로 중남미라고도 부르고, 영어로도 중미(Central America) 혹은 남미(South America)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특징을 통해 목표 시장을 정의한다는 관점에서는 언어적, 문화적 측면을 부각하는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라는 표현이 더 도움이 된다. 이 지역은 좋은 제품의 개발 못지 않게 언어와 문화같은 시장의 정확한 파악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과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머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과 비즈니스를 진행해 본 사람이라면 ‘헬로(hello)’라는 영어 인사에 전화가 끊기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비지니스에 현지어는 필수다.

이 지역 국가들의 비즈니스 특성이 중국처럼 강한 관계(关系, guan xi)맺음을 매개로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라틴 아메리카인들은 매우 사회성이 강하고, 이 같은 인간관계가 사업 성사의 필요요건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IMS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인터넷 사용인구 중 64% 정도만이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는데 반해, 라틴 아메리카의 인터넷 사용 인구는 94%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국내 한 대학 라틴아메리카 연구소의 '중남미 진출기업 실태 조사분석'에서도 라틴 아메리카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바이어들과의 신뢰관계를 가격경쟁력과 제품의 품질에 버금가는 중요도로 인식하고 있었다. IMS health나 Frost & Sullivan 같은 대표적인 산업데이터에서도 ‘라틴 아메리카’라는 명명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시장 정보의 확보와 교환에도 이 용어가 도움이 된다.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 지표

둘째는 지표다. 특히, 성장률, 인구, 산업지표라는 세 가지 개념을 가지고 라틴 아메리카 시장을 정의해 볼 수 있다. 산업의 성패를 판단할 때 국가의 성장율은 매우 중요하다. 고성장을 하는 지역들은 일시적으로는 큰 변동폭을 갖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투자의 매력이 높다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평균 6% 대의 연평균 성장을 기록하며 '중국은 잊어라! 이제는 라틴 아메리카'라는 호기로운 진단들을 ?K아내게 했던 라틴 아메리카는 현재 저성장 장기화의 어두운 먹구름 아래 놓인듯 하다. 지난 7월 초,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등이 내놓은 전망을 살펴보면,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가 1월 대비 큰 폭으로 하향 조정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성장률1%대의 브라질과 마이너스 성장의 아르헨티나, 저성장의 굴레에 새로이 진입한 칠레와 멕시코 등 라틴 아메리카의 연간 성장률이 2% 대의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주를 이룬다. 성장률의 측면에서는 오늘의 라틴 아메리카는 매우 위험한 진출 지역으로 보일 수 있다.

반면, 인구 지표를 살펴보면, 라틴 아메리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인구의 규모는 곧 생산층, 소비층의 두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구’는 모든 경제활동의 기초를 이루는 중요한 개념이다. 2014년 현재 라틴 아메리카의 인구는 총 6억명이며, 인구성장률도 세계 평균을 웃돈다. 최근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의 아베 총리가 경쟁적으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을 방문해 장기적인 투자와 협력을 다짐하며, 선물 보따리를 잔뜩 풀어놓은 것은 시장으로서, 또 생산기지로서의 라틴 아메리카의 잠재력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해당 산업의 산업지표 역시 중요한 개념이다. 2013년 기준으로 라틴아메리카의 의약품 시장규모는 700억 달러 수준이다. 또한 의약품 시장의 성장률도 두드러진다. 1%대의 성장률을 가진 유럽과 3%대의 미국과 달리 매년 두 자리수 이상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규모 의약품 시장인 브라질과 멕시코, 연간 20%의 의약품 시장 성장률을 기록하며 확고한 3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베네주엘라, 내수 위주에서 교역 강화로 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아르헨티나 등 라틴 아메리카 주요 국가들의 의약품 산업과 시장은 안정적인 성장의 패턴을 보이고 있다.

살펴 보았듯이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 지표들은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비슷한 무게감으로 병렬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프레임을 단순화하면 큰 시장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그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정의를 내릴 수 있고, 이는 의사결정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브라질과 멕시코를 중심축으로

지난 몇 년간 라틴 아메리카 시장은 저임금과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장벽으로 매력적인 생산지 혹은 어렵지 않은 수출지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의 의약품 시장 비중이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는 자국의 규제기준을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으로 강화했고, 규제장벽의 강화는 의약품 시장의 두 자리수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 진입과 참여를 날로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우리 산업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거점이 될 중심국가를 선정하는 것이다. 지역 수출전략에는 실행과 평가의 중심이 될 거점 국가가 필요하다. 지역 내 국가간 밀접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있고, 공식적, 비공식적 지역 네트워크가 중첩적으로 조밀하게 형성되어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특성상 거점 국가를 통한 외연의 확대 모델은 더욱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호혜조약(Reciprocity Agreement)을 통해 국가간의 원활한 교역과 불필요한 규제장벽의 철폐, 규제심사 비용의 절감을 추진 중이다. 2013년 1월, 브라질, 아르헨티나, 쿠바, 콜럼비아의 4개국이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심사서에 대한 호혜적인 인정 조약을 발효시켰고, 멕시코, 칠레, 콜럼비아, 페루 등 4개국도 같은 절차를 거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브라질 규제당국인 ANVISA와 멕시코의 COFEPRIS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이 두 국가가 선도자의 역할을 통해 소위 트렌드 세터(Trend Setter)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규제당국의 역할과 위상 이외에도, 시장의 규모와 산업의 발전정도, 글로벌화 수준 및 해당국 협력 파트너들의 역량 등을 고려했을 때 브라질과 멕시코가 핵심적인 중심국가가 되어야 한다. 라틴 아메리카의 최대 시장인 브라질은 의약품 시장규모가 2011년 기준으로 260억 달러 수준이며 국가 GDP 대비 의료부문 지출규모도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크다. 멕시코는 세계 10대 의약품 시장이며, 라틴 아메리카의 2대 시장이다. 국내 기업들의 몇 개의 성공사례와 다케다, 다이치 등 일본 기업들의 진출 현황도 멕시코와 브라질을 중심축으로 이루어지는 라틴 아메리카 진출 전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아르헨티나, 베네주엘라, 콜럼비아, 페루, 칠레 등 라틴 아메리카의 다른 주요 의약품 시장에 대한 접근은 브라질 및 멕시코의 거점과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확장해 들어가는 형태의 기획이 필요하다.

라틴 아메리카는 매력적이다

'어떤 제품으로, 누구와 협력해서, 어떤 형태로' 등 답해야 할 의문 부호는 무척 많다. 거시적인 지표들에 대한 충분한 검토 이후 당연히 각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컨설팅 회사 역시 국내 기업들의 라틴 아메리카 진출전략의 디테일을 조율하고 협력 파트너를 발굴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의 규모와 성장률, 인구와 성장률, 규제기준의 조화 노력과 글로벌 협력 의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라틴 아메리카는 분명 매력적이다. 분배에 중심을 두는 정권의 연이은 집권으로 공공재원에서의 의료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가들이 많다는 사실도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고 세계에서 성공한 모든 산업부문은 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 라틴 아메리카는 장기적 안목으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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