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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어떻게 실현되는가?

  • 데일리팜
  • 2014-12-22 06:14:50
  • 신광식 의약품정책연구소장

좋은 정책이 마련되었다고 하여 언제나 실현 가능한 것은 아니며 정치적 동력이 형성돼 '기회의 창(windows of opportunity)'이 열릴 때 가능하다고 튜오이(Tuoy,2003)는 그의 저서 'Accidental Logics'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정치제도, 정치적 유산, 정치문화, 정당, 여론, 조직화된 이해, 그리고 전략적 판단이 모두 보건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요소지만 그것이 권력을 움직여 정책이 변화하는 것은 특별한 기회의 창이 열리는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이런 분석은 모든 정책이 자체로서 훌륭하다는 것만으로 다 실현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되지만 바꾸어 말하면 기회의 창이 열렸을 때 정책의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면 실현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된다.

정책은 자신만의 흐름을 유지하고 준비되어 있을 때 정치적 모멘텀이 생기고 정책 당국자가 새로운 정책을 구하는 시기에 실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에게 의약품정책연구소 일이 맡겨지고 당면한 첫 번째 이슈는 연구소의 지속성에 대한 것이었다. 회원들이 매년 1만원씩 갹출해 마련한 지원금으로 한 해 한 해 연명되는 정책연구소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자체 경쟁력으로 재정적 독립을 하는 것은 언제나, 혹은 과연 가능하기는 한가? 이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하여 구한 자문의 답은 한마디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책연구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토대가 약하고 원가를 보상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념과 근거주의 그리고 조작주의

정책연구소가 기반하는 토양은 근거주의이다.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이 지면을 이용해 비판한 조작주의가 자라는 환경이다. 근거주의가 권력이나 지배, 재분배의 논리에 종속되었을 때 조작주의(원래는 operationalism이지만 manipulation으로 발전한)로 왜곡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고 이 비판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 이전에 근거주의가 자라온 한 축이 관념(觀念)과의 지난한 투쟁이라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관념은 '보다'와 '생각하다'가 접합된 용어이지만 내용적 구조로 들어가 보면 '보다'를 '생각하다'가 억누른다.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면 같은 현상도 달리 보인다. 이런 생각을 형성하는 것이 이론(Theory)이기도 하고 편견이기도하고 이데올로기 이기도 한 것이다. 근거주의는 이러한 이론과 편견이 가설을 형성하는 데까지 허용하지만 경험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참으로 인정될 수 없는 원칙을 가진다. 또한 이 경험은 이해당사자보다 주로 일반인의 경험으로부터 비롯하는 것이다. 근거주의가 가지는 미덕은 이렇게 경험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매우 다른 관념을 가진 사람들조차 동의하는 콘센서스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연구소가 가진 유용성은 펀드를 제공한 주체가 이러한 콘센서스에 기반한 발언을 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제되지 않은 관념적 주장을 순화하고 일반의 이해를 반영하는 기능을 가진다. 이런 점은 때로는 펀드 주체의 조급한 요구에 미흡하게 비칠 수도 있고 따라서 펀드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근거주의 역시 연구자 윤리와 연구 일반화의 한계, 그리고 다원주의를 차단해서는 안되는 점을 여전히 비판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정제되지 않은 관념적 주장을 방어하고 보다 많은 사람의 경험을 모으고 컨센서스를 형성한다는 미덕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정책연구소, 유지돼야 하는가? 정책연구의 성격이 이러하다면 그것이 한해 단위의 수입지출구조라는 재정적 판단으로 지속성을 판단해서는 안되며 그것이 지니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가치를 충분히 숙고하여야 한다는 것을 결론으로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제약과 유통분야에서 초기 자본형성에 기여한 초심을 이어가 정책연구의 한 축을 유지해야할 필요를 강조하고 싶다.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도 그 컨센서스를 정책으로 형성하는데 소극적이라면 그것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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